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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뚝심의 정권

등록 2010-08-17 17:15 수정 2020-05-03 04:26
뚝심의 정권. 청와대사진기자단

뚝심의 정권. 청와대사진기자단

뚝심 [명사]
1. 굳세게 버티거나 감당하여 내는 힘 2. 좀 미련하게 불뚝 내는 힘

이명박 정부의 뚝심은 일설과 달리 미련하지 않다. 바탕은 미련(未練)의 인사다. 국토해양부·환경부 장관의 유임, 국방·외교·통일부 장관의 유임. 한마디로 최대폭의 개각에서 우뚝 살아남은 4대강·천안함 장관들.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점거 농성이 이뤄지고, 시민사회에선 천안함 국정조사가 요구되는 마당이다. 혹자는 의아해할 수 있다. “도대체, 도대체 왜 그들만 유임했나요?” 따져보면 듣게 될 한마디. 아직 설득할 게 남아 있으니까.

이명박 정부의 뚝심은 불뚝 나오지 않는다. 치밀하게 계산된 충격·완충 요법의 열매다. 유임 장관들, 사실 40대 국무총리 후보 지명에 주목도 못 받았다. 아예 ‘대운하 사업’을 주장하던 분 아닌가. MB의 남자,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 지명에 명함도 못 내밀었다. 4대강길 자전거로 달리던 분 아닌가. “도대체, 도대체 무엇을 위한 뚝심인가요?” 따져보면 듣게 될 한마디. 대국민 설득을 강화해야 하니까.

이인복 대법관 후보의 위장전입도 주목 못 받긴 마찬가지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의 탈세 의혹이 바로 제기된 때문만은 아니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신 후보가 2006년 6월 주거용 오피스텔(경기 일산)을 매각하고 8개월 뒤인 2007년 2월에 소유권 등기 이전을 했다”며 “매매 시점을 기준으 로 하면 양도소득세 1억7천여만원을 내야 했지만, 등기를 연기한 결과 6500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했다”고 주장했다. 등기가 늦춰지며 소득세법상 ‘3년 보유·2년 거주’에 해당하게 된다. 양도세 감면 혜택을 사실상 노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누구도 인사청문회에서 ‘낙오’하진 않을 것 같다. 이 정부의 진짜 ‘뚝심’은 이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승수 전 국무총리도, 이귀남 법무부 장관도, 김준규 검찰총장도,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임태희 비서실장도…(아, 숨차다) 다들 ‘위장전입 전과자’다.

웬만한 허물은 주목받지 못한다. 이 정부의 뚝심이 우뚝 불뚝 ‘소통’과 ‘법질서 확립’에 꽂힌 사연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웬만해선 신경 쓸 것 없는 국민은 행복하다. 실적주의 조현오 서울경찰청장도 그냥 경찰청장 되시라. 뭘, 그런 걸로 그래, 미련하게.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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