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그랬다. 청와대가 ‘난’을 키우고 있었다. 경제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청와대가 진짜 ‘난’(蘭)을 재배하고 있다는 말씀. 축하용 난을 외부에서 구매하지 않고 난초를 미리 사서 청와대 온실에서 키운 뒤, 필요할 때마다 난 화분에 담아 보냄으로써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이런 식으로 연간 1천만원 남짓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재배 수량을 점점 늘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청와대가 재배하는 난의 이름은 어떻게 될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다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뜻인 만큼 난 이름은 ‘경제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키운 ‘경제난’은 모두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라 할 수 있는 청와대 직원들의 손을 거친 것이다. 손수 난초 옮겨심기 기술을 배우느라 고생한 노고를 기리고자 한다면 ‘고난’도 잘 어울린다. 청와대가 선물용으로 국민에게 보내는 ‘고난’은 모두 철저한 절약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계속되는 ‘환란’으로 초상집 분위기인 수입업체에 청와대의 축하용 난을 보낸다면, 틀림없이 이를 ‘청와대 장난’으로 여길 테니 절대 조심할 것!
농림부 장관의 ‘작업복’수영을 할 때 수영복을 입고, 업무를 볼 때는 업무복을 입는다. 그렇다면 ‘작업’을 할 때 입는 옷은? 당연히 ‘작업복’이다. 물론 ‘작업’에 성공해 좀더 은밀한 ‘야간 작업’으로 이어지면 작업복 대신 공기로 갈아입기도 하지만, 어쨌든 작업에는 역시 작업복이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담대하게 선언했다. 이 대통령으로부터 “농림부 장관이 왜 외교부 장관처럼 넥타이를 매고 다니냐”는 핀잔을 듣곤, “앞으로는 국무회의에서도 작업복을 고수할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업무복’을 ‘작업복’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장 장관의 말이다. 의혹이 증폭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일국의 장관이 대체 ‘작업복’을 입고 어떤 ‘작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진짜진짜 궁금하다. 해답은 장 장관 말에 숨어 있었다. 좀더 들어보자. 그는 “쑥스럽기도 하지만 작업복으로 바꾸겠다”며 “대통령 말씀을 현장으로 들어가서 몸을 부딪히면서 일을 하라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주요 부분만 발췌하면 ‘쑥스럽기도 하지만 몸을 부딪히면서 하라는 것’이 된다. 이쯤되면 의문이 풀리셨는가. 나머지는 ‘19금’이니 알아서 상상하시길.
신영철 대법관, 소신과 굽신 사이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판사는 ‘주문’(主文)으로 말한다. 주문은 곧 판사가 내리는 판결의 핵심을 뜻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냉철한 주문을 내리는 판사를 ‘소신 판사’라고 한다. ‘주문’(主文) 대신 부적절한 ‘주문’(注文)으로 말한 신영철 대법관을 둘러싸고 ‘굽신 판사’ 논쟁이 빚어졌다.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할 때 단독판사들에게 수차례 전자우편을 보내 촛불재판 진행을 독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뜻’과 ‘내·외부의 여러 사람들’까지 들먹이며 단독판사들을 압박했으니, 판사들에게도 ‘소신’ 대신 ‘굽신’을 요구한 셈이다. 이런 종류의 주문이 ‘대내외비’ 혹은 ‘친전’ 등 ‘비밀’과 결합한다면? 그러면 그건 ‘주문’(注文)을 넘어, ‘주문’(呪文)이 된다. 살라카둘라 메치카불라 비비디바비디부~!
최성진 기자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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