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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브리핑] 경찰은 미제, 정부는 일제

등록 2009-02-24 10:53 수정 2020-05-03 04:25
경찰은 미제, 정부는 일제

속고 속인 한 주였다. 의 미네르바 특종은 희대의 오보로 판명됐다. 는 ‘사고’를 통해 “우리도 속았다”며 ‘사고’였음을 강조했지만, 미네르바 최초 인터뷰라는 말에 속아 두 차례나 를 ‘사고’ 만 나 같은 독자는 책값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정교한 가짜 1만원권 지폐를 활용해 납치범을 검거하려던 경찰이 범인은 놓치고, 시민을 속였다. 범인이 경찰의 수사용 가짜 지폐로 버젓이 오토바이를 구입한 일이 벌어졌다. 진짜 돈과는 ‘지질’이 다르다는 것이 경찰 변명이었지만 ‘지지리’ 못난 경찰 스스로 ‘찌질이’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말에 불과했다. 철거민 앞에서는 ‘무서운’, 축성기술과 화폐 제조기술은 ‘우수한’ 경찰이 납치범 앞에선 ‘우스운’ 꼴이 됐다.

경찰이 ‘미제’에 약하다면, 정부는 ‘일제’에 맥을 못 춘다. ‘일제’고사 좋아하는 교육부 덕분에 ‘국제’적 망신살이 뻗쳤다. 교육 당국이 초등학생 학력을 조작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수준 미달 학생 0명’이라는 ‘임실의 기적’은 교육부의 ‘상상임신’에 불과했다. 전라북도 교육청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학력 미달’ 학생을 빼버린 결과였기 때문이다. 와 경찰, 교육부가 터뜨린 ‘사고’는 ‘학력 미달’ 때문일까, ‘함량 미달’ 때문일까.

‘명박’ 먹으려던 허공 선생

1993년부터 올 초까지 16년 동안 대한축구협회를 이끌어오신 주인공은 누구일까? 강슛의 달인, ‘허공’ 정몽준 선생이시다. 왜 허공일까? 한 마리의 독수리처럼 허공을 쪼개며 날아가는 이분의 강슛을 보지 않은 사람은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는 이분이 언제나 골대를 보지 않고 강슛을 날린다는 사실이다. 2002년 12월19일 대선을 하루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를 철회하며 예술적인 자살골을 쏘더니, 이번에는 ‘명박’(명예박사) 먹으려다 급체하고 말았다. 박재순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이홍구 전 총리, 김도연 울산대 총장 등을 행사 장소인 전남대로 불러 ‘세 과시’를 하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페널티킥 직전 강한 독수리슛을 시도하다 허공에 반원을 그리며 엉덩방아를 찧은 꼴이랄까. 물론 이런 ‘꼴’은 ‘골’로 인정되지 않는다. 정치인이 ‘명박’ 먹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지만, 함부로 ‘명박’을 먹다가는 ‘멍박’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자원외교의 실체
한승수 국무총리. 사진 연합

한승수 국무총리. 사진 연합

한승수 국무총리의 임무는 원래 ‘자원 외교’였다. 영어 능통자라는 이유로 자원 외교의 적임자로 지목받은 것이 1년 전이었다. 그동안 그가 캐온 자원은 얼마나 될까?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비밀은 한 총리의 새로운 별명에 숨어 있다. 바로 ‘대야 전사’다. 강력한 ‘콧방귀’로 한 줌도 안 되는 야당 ‘뺏지’들에게 ‘뺀찌’ 놓는 게 한 총리의 새로운 업무다. 얼마 전 끝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그는 매일 출동해 야당 ‘뺏지’들을 ‘때찌’했다. 아침 일찍부터 오후 6시까지 지치지도 않고 ‘콧방귀’를 방출했다는 이야기다. 이번 대정부 질문 때 가장 심하게 ‘콧방귀’ 세례를 당한 ‘뺏지’는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었다. 천 의원이 “한 네티즌은 ‘이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게 닮았다’고 한다”고 쏘아붙이자, 한 총리는 “그분이야말로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거 같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더니 한 총리는 “국민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순수한 열정은 오바마 대통령과 닮았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자원 외교의 달인, 한 총리의 순수한 콧방귀는 가스를 닮았다는 말씀!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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