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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상 앞에서 신들도 입을 다물지 못하리

히말라야 빙하 대홍수가 집어삼킨 삶터… 무구한 사람들의 슬픔, 그리고 사투
등록 2026-09-03 22:19 수정 2026-09-0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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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30일 네팔 누와코트 데비가트의 리쿠강 주변 마을이 홍수가 몰고 온 진흙으로 뒤덮여 있다. 급류와 산사태가 휩쓸고 간 강변에는 파손된 집들이 섬처럼 남았다.

2026년 8월30일 네팔 누와코트 데비가트의 리쿠강 주변 마을이 홍수가 몰고 온 진흙으로 뒤덮여 있다. 급류와 산사태가 휩쓸고 간 강변에는 파손된 집들이 섬처럼 남았다.


2026년 8월26일 아침, 네팔과 중국 티베트의 국경을 이루는 고산지대에서 거대한 빙하와 암반이 무너져 내렸다. 얼음과 바위가 가파른 골짜기를 타고 쏟아지며 물과 토사를 끌어모아 보테코시강과 트리슐리강을 따라 하류로 밀려들었다.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는 당시 강물이 물과 퇴적물, 거대한 바위를 한꺼번에 실어 나르는 급류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물이 지나간 자리에서 마을은 형태를 잃었다. 네팔 누와코트 데비가트의 강변 마을은 회색 진흙에 잠겼다. 집이 있던 자리엔 토사와 바위가 쌓였다. 진흙은 집뿐 아니라 그 안에 있던 삶의 흔적까지 덮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진흙 속에 파묻힌 이불과 옷가지, 살림살이를 하나씩 끄집어냈다. 며칠 전까지 일상이었던 것들을 건져 올리는 일이 수해 뒤의 삶이 됐다.

재난은 국경을 넘었다. 중국 티베트 지룽에서도 산사태와 홍수가 국경을 잇는 도로 마을을 덮쳤다. 구조대원들은 거대한 바위와 토사가 가득한 협곡을 뒤지며 사라진 사람들을 찾았다. 중국에서도 21명이 숨지고 541명(23개국 외국인 261명 포함)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9월3일 현재)

산 아래, 인간이 뚫어놓은 터널에도 사람들이 갇혔다. 네팔은 히말라야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가파른 낙차를 이용해 수력발전을 확대해왔다. 강을 따라 발전소가 들어섰고 산속에는 물길을 내기 위한 터널이 뚫렸다. 이번 홍수는 그곳까지 들이닥쳤다. 12개 수력발전 사업장에서 노동자 약 900명이 실종됐다. 구조대원들은 진흙 속을 헤치며 생존자를 찾았다.

그러나 모두가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트리슐리 군사기지 밖에서는 실종된 사람들의 얼굴이 종이에 인쇄됐다. 수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사진을 든 사람들은 구조헬기가 뜨고 내리는 동안 소식을 기다렸다. 전단에는 ‘MISSING AFTER FLOOD’(홍수 후 실종)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다.

아에프페(AFP) 통신과 신화통신 등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네팔에선 9월3일 낮 12시를 기준으로 사망자 1252명, 실종자 4216명이라고 밝혔다. 수습된 주검 가운데 911구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경찰이 사진과 정보를 공개해 가족을 찾고 있다. 수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참사의 정확한 발생 과정에 대한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지진이나 빙하호 붕괴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현재 과학자들은 고지대에서 빙하와 기반암이 함께 무너지면서 거대한 얼음과 암석 덩어리가 물과 토사를 끌어모아 파괴적인 홍수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

그 배경에는 빠르게 따뜻해지는 히말라야가 있다. 기온 상승으로 빙하는 후퇴하고 얼어붙은 암반과 토양은 불안정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번 한 차례의 붕괴를 기후위기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지구온난화가 고산지대의 산사태와 얼음·암석 붕괴 같은 위험을 키운다고 경고한다.

홍수가 지나간 강가에 남겨진 사람들이 서 있다. 8월30일 저녁, 누와코트 트리슐리의 수르야마티강에서 유족들이 화장에 쓸 장작에 불을 붙였다. 서른두 살. 홍수와 산사태로 숨진 프라비타 로일라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불이 어둠이 내려앉은 강가를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REUTERS, 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26년 8월29일 네팔 누와코트 데비가트. 홍수가 휩쓸고 간 집 밖, 진흙에 뒤덮인 매트리스 위에 한 가족의 사진이 남아 있다.

2026년 8월29일 네팔 누와코트 데비가트. 홍수가 휩쓸고 간 집 밖, 진흙에 뒤덮인 매트리스 위에 한 가족의 사진이 남아 있다.


 

8월29일 네팔 누와코트 데비가트에서 주민들이 홍수와 산사태로 진흙투성이가 된 집에서 살림살이를 꺼내고 있다.

8월29일 네팔 누와코트 데비가트에서 주민들이 홍수와 산사태로 진흙투성이가 된 집에서 살림살이를 꺼내고 있다.


 

8월29일 중국 티베트자치구 지룽현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곳은 8월26일 발생한 산사태와 홍수로 큰 피해를 당한 지룽 통상구에서 약 2㎞ 떨어진 곳이다.

8월29일 중국 티베트자치구 지룽현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곳은 8월26일 발생한 산사태와 홍수로 큰 피해를 당한 지룽 통상구에서 약 2㎞ 떨어진 곳이다.


 

8월28일 네팔 라수와 지역의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네팔군 병사가 진흙에 빠진 생존자의 손을 잡아 끌어내고 있다.

8월28일 네팔 라수와 지역의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네팔군 병사가 진흙에 빠진 생존자의 손을 잡아 끌어내고 있다.


 

8월29일 네팔 누와코트 비두르의 트리슐리 군사기지 앞에서 한 시민이 실종된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네팔인 노동자들의 사진이 담긴 전단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8월29일 네팔 누와코트 비두르의 트리슐리 군사기지 앞에서 한 시민이 실종된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네팔인 노동자들의 사진이 담긴 전단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8월30일 네팔 누와코트 트리슐리의 수르야마티강에서 유족들이 홍수와 산사태로 숨진 프라비타 로일라(32)의 화장용 장작에 불을 붙이고 있다.

8월30일 네팔 누와코트 트리슐리의 수르야마티강에서 유족들이 홍수와 산사태로 숨진 프라비타 로일라(32)의 화장용 장작에 불을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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