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가을이면 러시아와 중국, 몽골에서 번식을 마친 새들이 월동지로 이동 중에 쉬어가는 충남 서천 유부도 갯벌. 좀도요와 민물도요, 왕눈물떼새 같은 도요물떼새들이 밀물을 피해 비좁은 갯벌에 빽빽하게 모여 바닷물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올가을에도 충남 서천 유부도 갯벌은 생존을 위한 긴 여정에 나선 도요물떼새들로 분주했다. 갯벌에 흩어져 먹이를 찾던 도요물떼새 수만 마리는 밀물 수위가 높아지자 좁은 곳에 몸을 비집고 들어서 빽빽하게 뒤엉켰다. 장거리 비행으로 깃털에 윤기마저 잃은 채 좀체 다른 곳으로 날아가려 하지도 않았다. 잠시도 긴장을 풀지 못하는 작은 생명들이 마치 서로를 의지하듯 좁은 갯벌에 웅크려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렸다.
해마다 서해 갯벌에는 알래스카와 중국 북부 등 서로 다른 곳에서 번식을 마친 종들이 뒤섞여 생존 기록을 써가고 있다. 길고 아래로 굽은 부리를 가진 마도요와 알락꼬리마도요는 갯벌 깊숙이 숨은 먹이를 찾으며 고군분투한다. 멸종위기에 처한 넓적부리도요와 좀도요는 큰 무리에 섞여 체온과 에너지를 아끼려 몸을 낮춘다. 부지런한 세가락도요와 붉은어깨도요는 파도를 따라다니며 쉴 새 없이 먹이를 찾는다.
유부도를 비롯한 서해 갯벌은 도요물떼새 같은 이주 철새에게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다. 번식지와 월동지 사이를 이동할 때 생사를 가르는 ‘에너지 충전소’다. 이곳에서 충분히 먹지 못하면, 남쪽 월동지까지 험난한 비행을 제대로 마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이미 서해 지역에 대규모 갯벌이 사라졌다. 유부도를 포함한 금강 하구 지역은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셈이다. 유부도 주변 갯벌 생태도 새들의 이동 속도만큼 빠르게 변하는 중이다. 금강 하구가 막힌 뒤로 유부도 갯벌 주변 물 흐름과 퇴적 환경이 변해 과거 풍요로운 갯벌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서천(충남)=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2025년 7월6일 러시아에서 부화한 넓적부리도요. 다리에 ‘U2’라고 쓴 초록색 가락지를 달고 유부도 갯벌에 나타났다. 넓적부리도요는 지구상에 1천 마리도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락꼬리마도요와 마도요 무리가 유부도 해안에 내려앉고 있다.

도요 중 덩치가 가장 작은 좀도요.

해마다 한반도를 거쳐 가는 나그네새, 왕눈물떼새는 눈이 크다.

몸 윗면에 비늘무늬를 이루는 붉은가슴도요(가운데 짙은 잿빛) 두 마리.

세계자연보존연맹 적색목록에 취약종으로 분류돼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붉은어깨도요가 가까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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