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캔버스고, 기술을 맞았을 때 올라오는 멍이 물감이라 생각하면서 뛴다.” 프로레슬러 하다온 선수가 인터뷰 중 “(몸을 혹사하지 않기 위해) 프로레슬링 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뒤 한 답변이다. 프로레슬링이란 장르가 흥하는 북미 또는 일본만큼은 아닐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도 오늘날까지 거의 매달 프로레슬링 경기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때리고, 맞고, 구르고, 자기 몸을 던져가며 프로레슬링 대회를 만들어가는 선수들이 있다.
프로레슬러들은 이따금 자신을 ‘지리산 반달가슴곰’에 빗댄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프로레슬러 수가 매우 적기 때문인데, 이 비유는 틀렸다. 2023년까지 파악된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모두 86마리. 현재 한국 프로레슬러는 모두 합해 30명 남짓이다. 한국 프로레슬러가 가히 천연기념물보다 희귀한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프로레슬러들은 ‘관객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들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매주 훈련에 매진하고, 거대한 링도 직접 뚝딱 설치한 뒤,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그 위에 올라 얻어맞고 또 때린다. 관중을 흥분시키고 만족감을 주기 위해 더 위험천만한 동작을 주고받으며 심지어 링 위에 깔린 압정 더미 위로 자기 몸을 던진다.
프로레슬링은 매체를 통해 종종 “김일의 박치기를 기억하십니까?”로 시작되는 ‘추억의 스포츠’로 소개된다. 하지만 빛바랜 흑백 브라운관을 넘어 다양한 현장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현재진행형’의 선수들이 오늘도 링 위를 자신의 땀으로 적시고 있다.
사진·글 박민석 사진가
*박민석 사진가는 우연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프로레슬링을 접한 뒤, 프로레슬러들 열정의 근원을 찾기 위해 2022년 4월부터 프로레슬링 대회와 훈련, 선수들의 일상 등을 따라가며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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