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3월22일 경북 울진군 북면 나곡리 도화동산에 오르니 역대 최악의 산불이 남긴 처참한 상처가 한눈에 들어온다. 진화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매캐한 탄내도 여전하다. 거센 바람을 타고 가지와 잎까지 불길이 번진 나무는 뼈대만 남은 채 시커먼 주검을 드러내고 있다. 땅의 낙엽만 태우고 번진 듯한 불에도 나무는 치명적 화상을 입었다. 불에 덴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푸른 잎이 모두 누렇게 변한 나무도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2000년 이웃 삼척에서 번져온 산불과 사투를 벌여 울진을 지킨 뒤 세운 도화동산부터 30리 밖의 눈 덮인 응봉산까지 일대의 숲이 22년 만에 싹 타버렸다.

국내 최대 송이 생산지로 알려진 울진군 북면 검성리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니 화마는 간벌의 흔적을 빼고는 재 한 줌 남기지 않고 모두 태웠다. 불이 나기 전까지 2022년 들어 강수량이 0㎜일 정도로 가문 탓에 바싹 마른 낙엽이 불쏘시개 구실을 했다. 3월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까지 번진 초대형 산불은 지대가 높은 응봉산(999m) 자락을 마지막으로 태우다 3월13일에야 진화됐다. 213시간 43분 동안 산림 2만여㏊(헥타르)를 태워, 산림청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란 기록을 남겼다.
울진·삼척=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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