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고 울부짖을 때나 받던 플래시 세례, 내 삶을 비참한 ‘피해자’에 가두어버린 그 프레임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나를 낙인찍던, 어느새 증오와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카메라를 들고서 그날 이후의 ‘나’와 그냥 ‘나’를 스스로 다시 마주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산산이 부서진 나의 모든 것들 사이에서 내가 ‘나’를 다시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우리는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2014년 4월16일 수학여행 중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5반 박성호 학생의 누나 박보나씨의 말이다. 세월호 희생자의 누나, 언니, 형, 동생이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채울 수 없는 빈자리와 기억, 일상을 기록했다. 2014년 12월 가족들이 희생자와 시민들에게 보내는 영상을 작업하면서 인연을 맺은 사진 전공 대학생 김민호씨가 이들을 도왔다. 이들의 작업을 하나로 묶어 대중에게 내보이는 사진전을 꾸린 김씨는 “사진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아주 조금이라도 트라우마를 이겨낼 회복력이 생기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들이 찍은 사진들은 참사 5주기를 앞두고 4월1일부터 6일까지 경기도 안산 ‘힐링센터 0416 쉼과 힘 오름홀’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또 4월12일부터 21일까지 경기 용인시 수지구 수풍로 느티나무도서관 1층에서 시민들과 마주한다. 이 전시를 지면으로 옮겨놓았다. 사진 설명은 이들이 사진과 함께 내놓은 작업노트에서 가져온 것이다.
사진 김이연·박보나·정광웅·최윤아·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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