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함식. 10년마다 치르는 해군 행사가 이 행사의 개최를 반대하는 제주도의회 결의안을 폐기시키고 강정마을 총회의 결정도 번복시키며, 결국 지난 10월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서 열렸다.
1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해상 사열 직후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강정 주민과 지킴이들을 비롯해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려고 모인 사람들은, 문 대통령이 주민들에게 건넨 첫마디가 “정말 야단 많이 맞을 각오 하고 왔는데 따뜻하게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였다는 보도를 본 뒤 분노했다. 정작 야단칠 사람들은 그 시각 간담회 장소에서 3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경찰들에 둘러싸여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군기지에 반대했던 이전 마을회장들 역시 대통령을 만나지도, 사과를 받지도 못했다.
12일 오후부터 국민 초청 부대 개방 행사가 시작됐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도 입항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구호에 나섰다가 승조원(한 배에서 함께 뱃일을 하는 선원)들이 피폭돼 안전이 의심되는 배다. 지킴이들의 만류에도 수많은 아이가 부모와 함께 부대로 들어가 로널드 레이건호가 가까이 보이는 곳에서 전투 장비에 올라타 살상무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세계 평화를 품는 관함식이라더니, 기괴한 장면들이었다. 관함식이 끝나고 16일 로널드 레이건호가 떠날 때까지 관함식을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과 지킴이, 연대자들은 연행되고 다치고 녹초가 됐고 또 상처받았다. “이왕 해군기지를 만들었으니 강정을 살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대통령의 말은 의심스럽다. 해군기지 유치·건설 과정의 진상 규명과 사과가 먼저다.
정택용 사진가
노순택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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