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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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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의 혁명

“금싸라기 땅 위에 싸구려 텐트 분양합니다!”

문화예술가·활동가·노동자 입주한 ‘박근혜 퉤진 광화문 캠핑촌’ 오세요
등록 2016-11-26 17:12 수정 2020-05-03 07:17
우리는 광화문 캠핑촌 주민입니다. 풍전등화의 나라를 구하셨던 장군님이 곁에 계실 뿐, 저희에겐 그런 기개는 없습니다. 낙엽처럼 얇고 바삭거리는 우리, 그래서 힘있는 자들에게 부서졌던 우리, 동료와 아이들을 무참히 잃고 진실마저 잃어 길에서 울어야 했던 우리는 광장을 점거했습니다. 낙엽깃발을 높이 듭니다. ‘그분’의 믿음을 따라 퇴진 ‘부적’을 붙입니다. 꼭두각시 정권의 퇴진으로, 이제는 웃으려 합니다.

우리는 광화문 캠핑촌 주민입니다. 풍전등화의 나라를 구하셨던 장군님이 곁에 계실 뿐, 저희에겐 그런 기개는 없습니다. 낙엽처럼 얇고 바삭거리는 우리, 그래서 힘있는 자들에게 부서졌던 우리, 동료와 아이들을 무참히 잃고 진실마저 잃어 길에서 울어야 했던 우리는 광장을 점거했습니다. 낙엽깃발을 높이 듭니다. ‘그분’의 믿음을 따라 퇴진 ‘부적’을 붙입니다. 꼭두각시 정권의 퇴진으로, 이제는 웃으려 합니다.

내 이름은 노숙택입니다. 대통령 잘못 만나 이름을 바꿨습니다. 집 나온 지 어느새 20일이 되어갑니다. 시인 송경동, 화가 이윤엽, 쓰레기재활용예술가 신유아, 가수 손병휘, 사진가 정택용, 그래픽디자이너 오진호, 노동르포작가 박점규, 해고노동자 문기주·유흥희, 인권운동가 명숙 등과 함께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님 아래 낙엽처럼 얇은 텐트를 치고 한솥밥(?) 먹으며 노숙 중입니다. 아니 캠핑 중입니다.

장비는 싸구려지만, 묵고 있는 땅값은 억 소리 절로 나는 초호화 진상 캠핑입니다. 첫날 경찰 손아귀에 텐트가 모두 찢어졌습니다. 간신히 침낭만 덮고 맨바닥에서 지새웠던 밤을 생각하면, 40여 동의 캠핑촌이 만들어진 지금은 행복한 나날이지요.

우리는 광장을 살리려 합니다. 파렴치한 검열에 울분을 삭이던 예술가와 공장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 해고노동자, 차별에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무엇보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참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족에게 이 광장이 뜨거운 용광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열 정부, 차별 정부, 부패 정부, 진실 훼손 정부라는 거대 빙하에 금을 내는 작은 바늘이 되려고 우리는 캠핑합니다. 깊은 밤, 청와대와 조선일보 사이에서 이빨을 닦으며 이 생각 저 생각에 빠질 수도 있는 극한낭만의 실천이 꼭두각시 정권의 퇴진을 부른다니 근사하죠? 오세요!

너무 비싼 땅이라 그런 것인지, 권력자의 턱밑까지 너무 다가간 탓인지, 싸구려 텐트를 치는 일은 험난했습니다. 찢어지고 빼앗기는가 하면, 비 오는 날 비닐을 씌우는 것마저 막아 난리법석을 떨었지요.

너무 비싼 땅이라 그런 것인지, 권력자의 턱밑까지 너무 다가간 탓인지, 싸구려 텐트를 치는 일은 험난했습니다. 찢어지고 빼앗기는가 하면, 비 오는 날 비닐을 씌우는 것마저 막아 난리법석을 떨었지요.

지하철 노동자 황철우, 해고노동자 김소연, 그래픽디자이너 오진호씨가 담소를 나눕니다.

지하철 노동자 황철우, 해고노동자 김소연, 그래픽디자이너 오진호씨가 담소를 나눕니다.

캠핑촌 입주민들은 각자 텐트를 꾸미고, 각자의 장르와 요구에 따라 그에 맞는 그림 퍼포먼스 춤을 선보입니다. 지나가는 시민과 대화하고 붓글씨를 써주기도 하지요.

캠핑촌 입주민들은 각자 텐트를 꾸미고, 각자의 장르와 요구에 따라 그에 맞는 그림 퍼포먼스 춤을 선보입니다. 지나가는 시민과 대화하고 붓글씨를 써주기도 하지요.

저녁엔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엄보컬과 김선수’의 연주에 흥이 난 아빠와 아이가 즉석에서 춤을 추고 있군요.

저녁엔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엄보컬과 김선수’의 연주에 흥이 난 아빠와 아이가 즉석에서 춤을 추고 있군요.

전통무용가 하애정씨가 즉석에서 맨발로 ‘퇴진 부채질 춤’을 추고 있습니다.

전통무용가 하애정씨가 즉석에서 맨발로 ‘퇴진 부채질 춤’을 추고 있습니다.

캠핑촌의 이른 아침. 아침 9시면 ‘촌민회의’가 열립니다.

캠핑촌의 이른 아침. 아침 9시면 ‘촌민회의’가 열립니다.

촌민들로 구성된 ‘새마음애국퉤근혜자율청소봉사단’. 이름이 너무 거룩하고 길어서 취재하는 기자도, 진압경찰도 대략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 날마다 청와대 앞을 청소하러 갑니다. 너무 더러운 곳이라고 원성이 자자해서요.

촌민들로 구성된 ‘새마음애국퉤근혜자율청소봉사단’. 이름이 너무 거룩하고 길어서 취재하는 기자도, 진압경찰도 대략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 날마다 청와대 앞을 청소하러 갑니다. 너무 더러운 곳이라고 원성이 자자해서요.

시사만화가 이동슈씨가 걸개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사만화가 이동슈씨가 걸개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글·사진 노순택, 정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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