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개헌’ 발언… 유권자로부터 버림받는 건 순식간이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2026년 7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조정식 국회의장 ‘연임 개헌’ 발언은 미스터리다. 이렇게 따져보고 저렇게 따져봐도,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말실수였을까? 그렇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 질문의 의도는 분명했고, 여기에 뭐라고 답해야 하는지도 이미 모범답안이 정해져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2026년 7월28일 조 의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받은 질문은 ‘야권이 개헌에 반대하는 궁극적 이유로 이재명 대통령 임기 연장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는 거였다. 이 질문이 왜 나왔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맥락을 먼저 알아야 한다. 보통 국회의장은 개헌을 자신이 이뤄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로 내세운다.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지금 대한민국에는 개헌이 필요하다. 1987년 체제가 어떤 의미로든 한계에 도달했으므로, 이후의 정치·사회 조건을 규정하고 새로운 변화를 반영하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나온 지 이미 오래됐다. 특히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불법적인 계엄을 선포해 내란을 일으킨 이후 헌법적 수준에서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할 필요성 또한 커졌다. 둘째, 개헌은 결국 국회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발의라는 형식 역시 가능하지만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논의의 주도권은 국회가 가져가게 된다. 따라서 개헌은 국회의장이 추진할 일이 되고, 성공하면 역시 국회의장의 업적으로 남게 된다. 그래서 기자간담회를 한다면 개헌을 어떻게 추진할지는 주요 질문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제22대 국회는 전반기에도 우원식 국회의장의 주도로 개헌 논의를 진행했고 발의까지 했으나 결국 국민의힘의 반대로 가결시키지 못했다. 이때 국민의힘이 개헌 반대 이유로 든 논리 중 하나가 ‘이재명 대통령 연임을 기도하는 개헌에 동의할 수 없다’는 거였다. 그러니 기자 입장에서는 물어볼 수밖에 없다. 야당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는데, 어떻게 개헌을 추진할 작정인가? 이에 대해서는 이미 우원식 전 의장이 답한 전례가 있다. “(현직 대통령 연임은) 법 체계상 가능하지 않다. 이미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대통령도 답한 바 있다”고 했다. 이는 상식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정식 의장도 똑같은 답변을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조 의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인가?
국민의힘은 ‘드디어 검은 속내가 드러났다’는 식이다.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공소취소와 연임 개헌을 추진하려는 것이며, 대통령 정무특보 출신인 국회의장이 이를 위해 총대를 멨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보수언론은 조원철 법제처장이 2025년 10월 국회에서 연임 개헌 관련 질문을 받고 “결국 국민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답한 것과 최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행보에 공소취소와 연임 개헌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을 들어, 연임 개헌이 여당 일각에서 뭔가 군불을 피워온 주제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여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2025년 12월 호남 지역 한 강연 자리에서 “요새 사람들이 ‘5년이 너무 짧다’고 한다.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한 것까지 엮어서 여당 내 이른바 ‘친명계’의 연임 개헌 성사를 위한 조직적 움직임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조정식 의장의 이해 못할 발언은 정말 이런 사정의 반영일까? 이 대통령이 연임 개헌을 성사시킬 의도를 갖고 있고, 이를 위한 일이 뭔가 음모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보기엔 상황이 너무나 황당하다. 정권의 핵심이 정말 그럴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조 의장이 이 시점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게 과연 그러한 의도를 관철하는 데 도움이 될까? 개헌은 미사일 발사 버튼 누르듯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야당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과제다. 오히려 조 의장이 이런 방식으로 발언하는 바람에 현직 대통령의 연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포함해 어떤 개헌 논의도 불가능하게 돼버렸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이제 정권의 연임 개헌 시도를 기정사실화하고 일체의 개헌 논의를 모두 거부하는 게 남는 장사다. 국민의힘 사람은 다들 다음 총선까지 ‘공소취소, 연임 개헌 반대’만 외치면 되는 공략법을 찾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 무슨 연임 개헌이 되겠는가? 결국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이 직접 나와서 ‘대통령이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듯 현행 헌법상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은 가능하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게 되지 않았는가.
연임 개헌과 묶여서 언급될 수밖에 없게 된 공소취소 문제도 마찬가지다. 순리대로 조사든 수사든 진행했는데 공소를 취소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드러났다면 여론은 훨씬 우호적으로 조성됐을 것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국회의원 100여 명을 모아 공소취소 모임을 만들어버리면 오히려 정치적 반발과 의구심만 확대되고 공소취소를 말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설익은 공소취소를 앞장서 주장한 사람들이 행복해진 것도 아니다. 공소취소 모임을 주도한 이건태·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당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으나 예비경선 단계에서 떨어졌다.
공소취소 문제는 6·3 지방선거 패배 책임 공방과도 연결돼 있다. 전당대회에서 반대파로부터 ‘반명’이란 평가를 듣는 정청래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은 지방선거 패배론에 대해 사실상 이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는데, 정 전 대표 책임론에 반박하는 성격이지만 여기서도 소재는 대통령의 공소취소 관련 언급이다. 유시민 전 이사장의 최근 행보는 이 구도의 형성과 관련이 있다. 전당대회에서 정 전 대표의 가장 큰 약점은 ‘이 대통령이 원하지 않는 후보’라는 것이었는데, 이를 ‘이 대통령이 잘못하는 게 문제’라는 틀로 바꿔버렸다. 유 전 이사장이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언론은 그가 생각하는 ‘대통령이 잘못하는 것’을 역시나 공소취소와 연임 개헌 문제로 본다.
조정식 의장의 발언이 없을 때까지만 해도 이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제 정 전 대표 지지자들은 근거를 갖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유시민이 옳았다!’고 말이다. 지금까지의 정치적 맥락을 보면 ‘친명’은 김민석 전 총리나 최소한 송영길 전 대표의 승리를 바란다. 그 기준으로 보면 조 의장의 발언은 ‘친명’에는 명백한 손해다. 물론 국회의장의 발언을 전당대회 셈법으로 치환해 이해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가정을 놓고 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결국 조 의장의 발언이 어떤 숨겨진 의도를 드러냈다고 보기에는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많다는 게 결론이다.

2026년 7월29일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 김민석(왼쪽부터), 정청래, 송영길 후보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조정식 의장은 왜 이런 얘길 했나? 이런 때는 실제 한 말보다 하지 않은 말에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서두에 쓴 것처럼 조 의장이 했어야 하는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굳이 그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맥락에서 바로 그 사실이 핵심 아닐까?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 정성호 법무부 장관,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대표 후보 전원은 공식적으로 연임 개헌의 가능성을 부정했지만 당원과 지지자 가운데 이 대통령의 연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게 사실이다. 조 의장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국회의장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국회의장과 부의장은 당연하게도 국회의원이 선출하지만 민주당에서 후보를 선출할 때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회의장 후보들은 당원을 대상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해야 했다. 조 의장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장이 컨트롤타워가 돼 이재명 정부의 입법 속도전을 견인하겠다” “당·정·청이 일사불란하게 성과를 내 국민께 효능감을 드려야 한다”고 했고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주는 법안에 “지극히 합당하다”고 했다. 이런 화법은 당시 출마한 다른 경쟁자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권리당원 투표가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표현이라고 본다. 전통적인 국회의장의 역할에 맞지 않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조정식 의장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것은 5월13일이다. 불과 두 달여 전까지 당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이렇게 발언했고, 그들의 열성적 지지 활동 덕에 국회의장도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된 마당에, 취임 첫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 연임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려 한 것이 아닌가? 그러다보니 “그 문제는 이러쿵저러쿵 시기상조 아닌가” “권력구조 개편에서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문제는 결국 주권자 국민의 선택” “여러 정치적 당사자가 합의해야 할 문제” “개헌자문위나 개헌특위를 통해 의견 수렴이 되지 않겠나”라는 말로 넘어가려 한 듯하다는 거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렇더라도 개헌은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 떠나서 또다시 어느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계엄을 선포해 내란을 일으키는 일은 원천적으로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윤 어게인’을 내세우는 사람들이야 내란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을 테니 그렇다 쳐도, ‘계엄 막아 나라 지켰다’고 자부하는 정치인까지 ‘독재명’ 운운하며 “저는 과거부터 (…) 개헌 논의 참여하면 안 된다고 말해왔다”(한동훈 무소속 의원)고 주장하는 것은 황당하다. 이런 구태가 또 어디 있는가?
대통령도 이런 사람들에게 더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 “여당이 내 사건을 두고 더 이상 쟁점화하지 말기 바란다”는 취지의, 공소취소니 뭐니 하는 문제로부터 확실히 선을 긋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계속 지금과 같은 태도라면 대통령이 공소취소나 연임 개헌을 직접 밀어붙이는 건 아니더라도, 누가 주장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니 가만있는 거 아니냐는 공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여당 사람들도 어느 자리에서건 대통령 연임 얘기를 더는 함부로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집권세력이라는 자각을 가지지 않으면 유권자로부터 버림받는 것은 순식간이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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