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예술단 손울림에서 소리꾼을 맡고 있는 이윤원씨가 2026년 6월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연습실에서 국악곡 ‘산도깨비’를 부르고 있다.
스팀 세차장에서 일하는 발달장애 청년이 꽹과리를 치며 소리를 한다. 치과에서 진료를 돕는 발달장애 청년이 국악 관악기 중 가장 높은 소리를 내는 소금을 분다. 장애인 미술작가로 활동하는 청년은 25줄 가야금을 튕긴다.
성인 발달장애인 열두 명이 손을 모아 신명 나는 국악 장단과 선율로 울림을 전한다. 이들의 이름은 국악예술단 ‘손울림’이다.
손울림의 유일한 소리꾼인 이윤원(21)씨는 중학교 3학년 때 드럼을 배웠고, 힙합과 록 등 대중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걸 즐긴다. 2024년 8월 오디션을 치르고 예술단에 들어왔다. “무대에 서면 살짝 긴장은 되지만 다 같이 협연하는 기분을 즐긴다”는 윤원씨는 “홍대 거리 같은 곳에서 버스킹을 하고 싶고, 대형 극장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병원 장애인 치과 진료센터에서 일하는 조현아(20)씨는 어릴 때 피아노를 쳤고 북 같은 타악기를 익혔다. 윤원씨와 함께 홀트학교 전공과(전문대 과정) 과정을 다니며 직업교육을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2025년 11월 정기연주회를 꼽는 현아씨는 “우리만을 위해서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되게 행복했다”고 말한다. 그는 “동료 단원과 함께 소금 이중주로 비틀스 메들리를 불었는데 만족스럽게 연주가 잘됐다”며 “일본으로 국외공연을 가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경제적·사회적 자립을 하려 구직 중인 홍강의(34)씨는 가야금 파트를 맡고 있다. 2025년에는 신시사이저를 연주했던 그는 “공연할 때는 떨리지만 웃으면서 하기 때문에 정말 즐겁다”며 “‘아리랑’과 ‘플라이 투 더 스카이’란 곡을 연주할 때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집에도 가야금을 갖추고 연습할 정도로 곡을 외우고 익히는 데 열심이다.
손울림이 창단된 2024년 2월부터 함께한 이동환(33)씨는 장애인 작가를 발굴해 예술 역량을 키워나가도록 지원하는 장애인표준사업장 ‘올모 일산’에서 발달장애인 미술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입단한 뒤 처음 악기를 접한 그는 “티브이(TV)에서 가야금 연주를 보고 아름답게 느껴져서 가야금을 선택했다. 처음 배울 때는 어려웠지만 이제 내 연주를 청중에게 들려드릴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신나고 기분이 좋다”고 한다. 무대에 선 뒤 달라진 점은 “자신감이 생긴 것”이라는 동환씨는 “가야금 공연 기회가 드문데 대중이 가야금 연주나 국악을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발달장애는 증상이나 특성이 제각각인데 일반적으로 세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대인관계를 어려워하거나 특정한 것에 유난히 집착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다. 다른 하나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가만히 있지 못하거나 떠오르는 대로 행동에 옮기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다. 전반적인 지능 발달엔 문제가 없지만 읽기나 쓰기, 대화, 계산 등에 어려움을 겪는 ‘학습장애’ 유형도 있다. 이 유형들이 섞여 나타나는 이도 있다.
이들을 이끄는 강정근(58) 지도자는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홀트학교에서 26년 동안 발달장애 학생들을 가르쳤다. 홀트학교 전공과에서 직업교육의 하나로 국악을 가르친 인연으로 당시 제자 중 일부가 예술단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다.
강 지도자는 “단원들한테 다가가는 방법은 칭찬이다. 안 된 것보다 된 거를 칭찬하며 막 불을 지핀다. 공연 중에 신이 나면 연주가 전체적으로 빨라진다. 그러다보면 한 명이 더 빨라져 약간 삐걱거릴 때가 있는데, 그래도 칭찬한다. 그리고 ‘다음엔 조금 천천히 가면서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보자’고 말한다”며 웃는다. “공연할 때는 단원들이 주인공이 됐음을 느끼고 행복해한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행복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상에서 변화가 생기고 삶의 질이 달라진다. 장애 정도가 검사 수치로 나아지진 않지만, 집중하는 힘과 습관이 달라진다. 그러면 멋있어 보인다”고 말한다.
연주곡을 연습하던 말미에 윤원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읊조리듯 소리를 시작한다.
“달빛 어스름 한밤중에/ 깊은 산길 걸어가다/ 머리에 뿔 달린 도깨비가/ 방망이 들고서 에루화 둥둥/ 깜짝 놀라 바라보니/ 틀림없는 산도깨비/ 에고야 정말 큰일 났네”
‘산도깨비’를 목청껏 외치는 윤원씨의 소리가 단원들의 장단과 해금·대금·소금·가야금 선율과 어우러져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전체를 쩌렁쩌렁 울린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홀트학교 전공과 과정부터 함께한 조현아(왼쪽)씨가 이윤원씨의 타악 장단에 맞춰 소금을 연주하고 있다.

손울림 단원들이 강정근 지도자(맨 오른쪽)의 지휘를 보며 연주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지윤·홍강의·이채연·이동환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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