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봄이 2026년 5월23일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통일로 ‘온캣’ 잔디마당에서 잘 펴지지 않는 뒷다리를 웅크린 채 앞발의 힘으로 달리고 있다.
새봄이 달린다. 금계국 향이 은은한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통일로의 ‘온캣’ 마당에서 새봄이 잘 펴지지 않는 뒷다리를 끌며 앞발을 부지런히 뻗어 힘껏 내달린다.
뒤쪽 두 다리가 90도 정도 돌아간 채 태어난 새봄은 이때까지 세 차례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5~6살로 추정되는 새봄은 경남 창녕의 한 보호소에 6개월가량 머무는 동안 입양이 되지 않아 안락사 명단에 올랐다가 ‘비마이독’이란 동물구조단체에 구조됐다. 구조 뒤 2026년 2월18일부터 새봄을 임시보호(임보)하고 있는 황종희(54)씨는 역시 구조돼 가족이 된 한별(8)·달록(7)과 함께 온캣을 찾았다.
20년 전부터 유기견과 길고양이를 입양해 반려한 황씨는 이들이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나자 5년 전부터 유기견들이 좋은 가족을 만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려고 임보를 시작했다. 2021년 직접 구조한 한별이는 입양을 보냈지만 파양당하고 돌아와서, 2023년 강원도 원주에서 구조된 달록이는 1년간 임보를 했지만 입양이 안 돼 가족으로 맞아들였다.
동물자유연대가 고양이 보호시설로 2022년 10월 문을 연 온캣은 혹한기와 혹서기를 제외하고 달마다 두 차례 ‘놀러오개’란 이름으로 마당과 시설을 개방한다. 유기견이나 구조견을 가족으로 맞아들인 반려인과 반려견이 그 대상이다.
거의 매달 감자(3)·옹심이(7개월)와 함께 놀러오개에 참여하는 나혜영(30)씨는 이날 어머니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2025년 5월 14년간 함께한 반려견이 숨지자 그 상실감에 “이제 어떤 동물도 반려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어머니는, 그해를 넘기지 못하고 옹심이를 받아들였다. 혜영씨가 친구 할머니네 집에서 유기견이 낳은 강아지 중 입양처를 구하지 못한 옹심이를 데리고 무작정 어머니집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사연을 듣고 일주일을 고민한 부모는 결국 옹심이와 함께 웃음꽃을 피우며 살고 있다.
감자 역시 떠돌이 개가 낳은 강아지다. 남편이 출근길에 파주의 농로에서 마주친 뒤 퇴근길에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데려왔다. 이 부부는 감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야속할 정도로 빨리 지나가는 것이 아쉽다.
대학생 때부터 동물보호단체에서 활동한 박경화(48)씨는 프림(6)과 루키(13)를 데리고 온캣을 찾았다. 이곳에 오면 오프리시(목줄·가슴줄 등 리드줄을 착용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태)를 할 수 있어 좋다는 박씨는 “두 친구가 여기서 놀고 나면 피곤한 개가 돼 집에서 숙면을 취한다. 피곤한 개가 행복한 개”라고 말한다. 루키 이전에 동물자유연대가 구조한 강아지 3마리를 입양했고, 처음 입양한 럭키가 나이 들어 떠난 뒤 그와 털색이 비슷한 루키를 입양해 반려하고 있다.
김명은(33)씨와 함께 온 트러플(4)은 용맹스러운 외모와 달리 명은씨가 안 보이면 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꼼짝하지 않는다. 동물자유연대가 구조한 뒤 2022년 8월 입양됐는데, 다른 가족에게는 마음을 잘 주지 않고 명은씨만 따르는 ‘원맨독’이다. 명은씨는 트러플에 대해 “삶에서 모든 걸 같이하는 베스트프렌드다. 놀다가 티격태격도 하고, 사고도 치고, 아플 때도 같이 지내는… 이제 트러플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새봄은 2026년 6월6일 네 번째 수술을 받았다.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수백만원이 드는 수술이지만 유기견 치료를 전담하는 병원에서 수술을 거듭하고 있고, 수술비는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예방접종 등 간단한 진료 비용은 종희씨가 부담한다.
다리 수술과 치료가 잘 마무리돼 네 발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새봄을 보호하려는 종희씨는 “새봄이 처음 집에 왔을 때 일주일가량 짖지를 않아 성대를 제거한 줄 알았다. 2주가 지나서야 조금씩 소리를 냈고, 이제는 닭을 삶아 식히고 있으면 빨리 달라고 큰 소리로 짖는다”며 구조 이전에 새봄이 입은 마음의 상처를 아파한다. 그는 이어 “다리가 모두 나으면 입양 기회가 올 것”이라며 “새봄은 사람을 아주 좋아하고 사랑스럽기 때문에 꼭 좋은 가족을 만나 사랑을 더 받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새봄이 다가온다. 자신을 향한 카메라 렌즈에 머리를 비빈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왼쪽부터) 한별, 달록, 새봄, 옹심이가 금계국이 활짝 핀 온캣 마당을 산책하고 있다.

‘놀러오개’에 참여한 반려인과 반려견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박경화씨와 루키·프림, 나혜영씨와 옹심이·감자, 김명은씨와 트러플, 황종희씨와 새봄·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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