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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 끝나고 출근길에 떠올리는, 벌초 너머 추모

장묘문화 대세 된 화장과 봉안… 한가위 어름 풍경도 크게 달라져
등록 2025-10-09 22:01 수정 2025-10-10 07:56
2025년 9월27일 한가위를 앞두고 경기도 파주의 한 봉안당을 찾은 추모객들이 고인을 기리고 있다.

2025년 9월27일 한가위를 앞두고 경기도 파주의 한 봉안당을 찾은 추모객들이 고인을 기리고 있다.


한가위 연휴를 엿새 앞둔 2025년 9월27일 오전 주말을 맞아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 조리읍 오산리 ‘봉안당’ 주변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봉안당은 일제강점기 용어인 납골당을 바꿔 부르는 말로, 2007년 5월 ‘장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기존 납골당을 밀어내고 법률적 공식 용어로 자리 잡았다.

2024년 전국 평균 화장률은 90%를 훌쩍 넘을 정도로 전통적 장묘 문화이던 매장이 줄어들고, 고인을 화장한 뒤 유골을 봉안당 또는 나무 밑에 모시거나 산·바다에 뿌리는 등 다양한 형태의 장묘 의식이 늘어나고 있다.

불교식 화장법이 신라와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 말까지 성행하다가 조선 태조 때 금지된 역사를 돌아보면, 이는 새 흐름이라기보다는 과거로 돌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화장이 금지된 조선시대 초기에도 화장은 줄지 않다가 성종 때 중국 송나라 주희(주자)가 집필한 ‘주자가례’에 따른 상장의례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면서 매장이 일반화됐다.

또 매장의 주요 형태인 공원묘지도 1913년 조선총독부가 ‘묘지 취체규칙’을 제정·시행한 공동묘지에서 비롯됐다. 일제는 전국 곳곳에 자리한 묘지가 철도 건설·광산 개발·군사기지 건설 등 토지를 활용한 한반도 침탈에 차질을 빚자, 이른바 선산 등 가족묘를 정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공원묘지 또는 공동묘지가 일반적인 매장 수단으로 자리하면서 한가위를 한 달 앞둔 백중(음력 7월15일)부터 한가위 사이에 주말이면 서울 망우리 공동묘지와 수도권 주변 공원묘지 들머리는 벌초객과 그 차량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 시기에 봉분과 주변의 풀을 베어야 한가위 당일에 성묘를 왔을 때 깔끔하게 차례를 지내며 효를 다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한데 이제 화장이 장묘문화의 중심이 되면서 한가위를 앞둔 벌초객은 추모객에 자리를 내주고, 인파가 몰리는 장소도 바뀌었다. 봉안당을 찾은 추모객들은 유골함이 들어찬 유리장 앞에 앉아 고인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를 추억한다. 기도하는 이도 있다. 유리장에 꽃을 달거나 준비해온 사진을 붙이는 것으로 차례를 대신한다.

층층이 자리한 유골함에는 고인이 태어난 날짜와 하늘의 부름을 받은 때가 적혀 있다. 유골함 주변에는 고인의 사진과 사랑하는 이들의 사진이 놓여 있다. 이를 찬찬히 살피다보니 웨딩드레스를 입은 새 신부의 사진과 학사모를 쓴 청년의 모습을 만난다. 생년월일과 사망일로 보아 20대 또는 30대에 삶을 마친 이들이다. 자손이 없거나 새 가정을 이루지 못한 채 이승을 등진 이들은 화장한 뒤 봉안당에 모셔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결혼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결혼율과 출산율이 모두 낮아지는 우리 사회의 흐름은 꽤 오래 이어졌다. 다행히 2025년 7월 출생아가 2만1803명으로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13개월 연속 출생아 증가세를 보였지만, 7월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명에 불과하다.

2025년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약 35.5%로, 가구 형태 중 가장 비중이 높다. 10년 사이 1인 가구가 500만 가구에서 804만5천 가구로 늘었다.

가족이 빠르게 해체하면서 생전 기록을 남겨놓은들, 보러 오는 이가 갈수록 귀해지는 때다. 가족 구성원이 많을수록 풍성하게 수확했던 농경사회에서 온 가족이 모여 조상님께 감사 의식을 올리던 한가위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예초기 돌아가는 ‘우~웅’ 소리가 산등성이를 타고 울렸던 한가위 앞 주말이,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통의 시간으로 바뀌고 있다.

 

 

경기도 파주의 한 공원묘지에서 3대가 함께 차례상을 차리고 있다.

경기도 파주의 한 공원묘지에서 3대가 함께 차례상을 차리고 있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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