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단법인 ‘평화마을짓자’가 2025년 10월9일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식현리 평화밭에서 연 가을잔치에서 참가자들이 평화의 춤을 추며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고 있다.
남북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식현리 들녘에서 2025년 10월9일 춤판이 벌어졌다. 사단법인 ‘평화마을짓자’가 ‘기후야 춤추자, 평화랑 뒹굴자’란 이름으로 이곳에서 연 가을잔치에 참가한 회원과 지역 주민들이 손을 맞잡고 평화의 춤을 추며 밭고랑을 돌았다.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땅을 빌려 일군 텃밭에서 평화마을짓자 회원들은 퍼머컬처(Permaculture) 농법으로 7년째 유기순환 농사를 짓고 있다. 퍼머컬처는 영속적이란 뜻의 영어 퍼머넌트(Permanent)와 농업이라는 뜻의 어그리컬처(Agriculture)를 합친 말이다. 자연환경을 관찰해 일조·강수·토양 상태 등을 파악하고, 농약·비료 등의 투입을 최소화하며 자연의 순환에 따라 자원을 재사용·재활용한다.
이날 잔치의 무대가 된 에너지자립온실은 태양열·태양광과 지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공급한다. 애초 장단콩으로 메주를 쒀서 만든 간장과 된장이 담긴 장독대 앞에서 하려던 노래 공연은 비 예보가 있어 온실 속에서 열렸다.
노래 손님으로 초청된 가수 김태범씨는 “이곳 회원으로 가입해 함께 농사지으며 삽질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평소 아이와 함께 농사지을 텃밭을 찾던 김씨는, 자신이 사는 파주시 문산읍에서 가까운 이곳의 공동체 밭을 보고 그 매력에 빠졌다.
잔치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은 ‘기후밥상’이란 이름으로 이곳에서 재배한 채소류 등을 활용해 차려졌다. 밥 한 덩이에 한련화 등 갖가지 식용 꽃과 버섯·연근을 올린 꽃초밥이 주요리 노릇을 했다. 꽃초밥은 회원과 주민 사이에 인기가 많아, 이미 두 차례 만들기 강습을 열었다.

평화마을짓자 가을잔치 참가자들이 공동체 밭에서 거둔 식재료 등으로 차린 ‘기후밥상' 음식을 접시에 담고 있다.
우아한 발레 독무를 선보여 잔치의 흥을 돋운 중학교 1학년 권조은 학생은 “평화마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음식이고,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이 아니어서 건강하지만 맛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온실 속 무대가 좁아 온실 앞 풀밭에서 공연한 권조은 학생은 “싱그러운 밭의 공기를 느끼며 춤을 추니 신기하고 인상 깊은 시간이었다”며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했다.

권조은 학생이 에너지자립온실 앞에서 발레 독무를 추고 있다.
텃밭 한쪽 닭장에는 우리 토종닭을 복원한 ‘현인 재래닭’ 10여 마리가 산다. 파주 현인농장 홍승갑 대표가 45년째 재래닭을 복원하며 다양한 색의 닭을 식량농업기구(FAO)에 등록한 품종이다. 2024년 3월 현인 재래닭 네 마리를 이곳에 입주시켰는데 남북 평화를 염원하는 뜻에서 남희, 북희, 통희, 일희라 이름 붙였다.

평화밭 옆 닭장에서 우리 토종닭 복원종인 ‘현인 재래닭’ 남희(앞줄 왼쪽 둘째)가 목청껏 울고 있다.
이날 잔치는 공동체 춤꾼 안재은씨가 ‘커뮤니티댄스 무빙서클’을 참가자들과 함께 만들며 막을 내렸다. 무용동작치료의 선구자 메리언 체이스의 원형 작업에서 유래해 치유 예술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이 춤은, 통일과 조화 그리고 평등한 공동체 의식을 나눈다.
평화마을짓자는 이곳에서 3㎞ 떨어진 파평면 눌노리에 2021년 부지를 마련해 건물 16채를 짓고 있다. 현재 주택 6채와 평화마을양조장 그리고 공유건물 ‘평화로가게’까지 모두 8채가 지어졌다. 태양광과 지열을 활용한 에너지자립마을, 음식물을 발효시켜 거름으로 쓰는 음식물쓰레기 없는 마을, 빗물을 순환시켜 작물에 빗물을 주는 빗물순환마을이다.
잔치를 마친 정진화 평화마을짓자 이사장은 “밭에서 자라는 동식물과 사람이 한데 어울려 노는 생명평화의 대동세상이 이런 게 아닐까 싶어 행복했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와 평화를 향한 작은 사례가 돼, 어느 곳에나 방방곡곡 평화마을이 생겨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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