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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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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둑어와 요트, 전곡항의 여름 송가

생업용 어선과 레저용 선박이 어우러진 전곡마리나… 타는 듯한 여름 보내고 가을을 기다리는 사람들
등록 2025-09-18 21:46 수정 2025-09-24 15:36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항 앞바다에서 2025년 9월11일 누에섬과 풍력발전기 사이로 해가 넘어가는 동안 안강망 어선 한 척이 그 앞을 지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항 앞바다에서 2025년 9월11일 누에섬과 풍력발전기 사이로 해가 넘어가는 동안 안강망 어선 한 척이 그 앞을 지나고 있다.


망둑어가 뛰노는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 앞바다에서 안강망 어선 한 척이 노을로 붉게 물든 서쪽 하늘을 향해 나아간다.

안강망을 끌어올리는 설용두(갤로스)에 바닷새들이 앉아 해넘이를 보고 있다. 안강망은 어망이 마치 아귀가 입을 벌리고 작은 물고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물 입구를 벌리고 빠른 조류에 밀려오는 어류를 포획하는 그물이다.

극한대를 제외한 지구상 모든 곳에서 서식할 정도로 생활력이 강한 망둑어는 물고기의 과 중 가장 종류가 많아 200여 속에 2천여 종이 있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친숙한 어종이어서, 망둥이 또는 망둥어로도 불린다.

우리 바다에서는 말뚝망둑어와 풀망둑, 짱뚱어 등 60여 종을 볼 수 있다. 풀망둑은 최대 50㎝까지 자라지만, 다 자라봐야 20㎝ 미만인 종류가 대부분이다. ‘갯벌의 소고기’라 불리는 짱뚱어는 망둑어과에 속하지만, 등지느러미가 밋밋한 망둑어와 달리 화려한 등지느러미를 뽐내 한눈에 구별할 수 있다. 이곳 전곡항에선 2025년 9월20일 제7회 망둥어낚시대회가 열린다.

2024년 8월 기준으로 어선 56척이 적을 둔 전곡항에는 60가구 92명의 어민이 근해 어업 활동을 하고 있다. 갑오징어, 주꾸미 등을 주로 잡는다.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좋아 어선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전곡항에선 생업을 위한 어선 외에, 해양스포츠를 즐기려는 이들이 선박을 빌리거나 계류하는 ‘전곡마리나’가 이용객을 맞는다. 이웃에 제부도와 제부항이 있어 갈라지는 바닷길과 함께 노을을 즐기려는 이들이 전곡마리나를 찾고 있다.

‘해변의 산책길’ 또는 ‘해안에서 생선요리를 파는 곳’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마리나는 레저용 선박, 이른바 요트를 계류·보관하기 위한 수역시설과 숙박시설, 요트클럽하우스 등을 갖춘 해양레저공간이다.

어선 정박 구역과 분리된 전곡 마리나는 육상 55척, 해상 145척 등 200척의 요트와 보트를 수용할 수 있다. 한데 이미 자리가 꽉 차 이곳에 배를 추가로 대려면 300척이 계류 가능한 이웃 제부마리나를 이용해야 한다.

2020년부터 이곳에서 요트 대여업을 하는 엄성용 선장은 “지난해와 올해 여름이 유난히 더워 손님이 거의 없었다”며 “특히 올해는 불경기까지 겹쳐 진짜 어렵다”고 말했다. 그의 요트는 승선 인원이 최대 11명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 탔을 때 엄 선장은 세 살배기 반려견 럭키와 함께 배를 몬다. 그는 “9월 들어 바다 날씨가 아주 쾌적해지고 있다”며 아직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한낮 최고기온이 32도를 기록했지만, 아침저녁으로 20도까지 수은주가 떨어진 2025년 9월11일 해 질 녘 한 쌍의 젊은이가 배에 올랐다.

바람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힘차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사이로 지구촌을 태울 듯이 달궜던 늦여름 해가 저문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 힙한 음악이 뱃머리에 앉아 해를 마주한 청춘들 주위를 감싼다. 이들 앞에는 얼마나 더 뜨거운 여름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들이 맞을 여름 중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했던 것은 부디 아니기를.

 

한 쌍의 젊은이가 뱃머리에 앉아 바다 저편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한 쌍의 젊은이가 뱃머리에 앉아 바다 저편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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