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8월19일 서울광장 분수 주위를 맴돌며 아이들 사진을 찍던 엄마가 분수 한복판으로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몸을 적시며 휴대전화에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서울광장 남서쪽 귀퉁이에는 지면에서 물이 솟구쳐 오르는 가로 11줄, 세로 11줄, 전체 121개의 분수가 있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서울광장 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이 분수 집단을 만나게 된다.
입추·말복이 다 지나고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를 나흘 앞둔 2025년 8월19일 서울 중구의 낮 최고기온은 32도를 넘어섰다. 이날 오후 세 모녀가 이 분수를 찾았다. 정확히는 한 엄마와 딸, 그리고 딸 친구다.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거로 보아 서울 구경을 나선 여행객으로 보인다.
분수 주위를 거닐며 서울광장의 풍광을 살피던 엄마가 분수에서 물이 뿜어나오자 바빠졌다. 캐리어를 열어 수영모, 물안경, 래시가드 등 수영용품을 꺼낸다. 엄마가 두 아이에게 각각 물안경과 모자를 씌우는 동안 아이들은 분수가 꺼질세라 안절부절못한다.
분수 구에 발을 올려 물길 방향을 바꾸는 놀이에 신난 아이들은 이내 온몸이 흠뻑 젖는다. 10분여 솟구치던 분수가 멈추자 엄마는 아이들을 불러 김밥을 먹인다. 자꾸 분수로만 향하는 아이를 쫓아다니며 입에 김밥을 넣어주는 ‘젓가락 신공’도 펼친다.
다시 분수가 물을 뿜기 시작하자 분수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점점 물길 사이를 뚫고 한복판의 분수로 돌진한다. 휴대전화를 꺼내 탄성을 지르며 달리는 아이들 모습을 조심스레 사진 찍던 엄마도 자연스레 분수로 다가선다.
망설임도 잠시, 분수 한가운데로 들어간 엄마는 아이들과 함께 온몸에 물을 맞으며 아이들 모습을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는다. 자기 주위를 뱅뱅 돌며 뛰노는 아이들을 찍느라 집중한 엄마도 이들을 쫓아 돈다. 이 모습이 흡사 3인조 걸그룹의 군무를 보는 듯하다.
눈치 따윈 아랑곳없이 수영복 차림으로 서울 도심에서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는 아이들의 청량한 웃음소리와 이들을 챙기느라 분수 사이로 뛰어든 엄마의 과감한 몸짓에, 이들을 향한 카메라 뷰파인더 앞 눈꺼풀이 긴장으로 파르르 떨린다. 순간을 잘게 토막 내는 셔터 소리 사이로, 빌보드를 제패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의 노랫말과 음률이 귓가를 맴돈다.
“숨는 건 끝이야/ 난 태어날 때부터 빛날 운명이었어.”(I'm done hidin'/ Now I'm shinin' like I'm born to be)
“함께할 때 우리는 빛나고/ 우리는 황금빛으로 물들 거야.”(You know together we're glowing/ Gonna be, gonna be golden)

서울광장 분수 주위에서 한 엄마가 아이들에게 물안경과 모자를 씌우고 있다.

분수가 멈춘 사이 엄마가 아이의 입에 김밥을 넣어주고 있다.
사진 · 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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