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8월 첫째 주말인 2일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신복천에서 오윤상(앞줄 오른쪽)군이 물속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공을 차고 있다. 뒤쪽에서 시민들이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있다.
지구가 이토록 펄펄 끓기 전에는 7월 마지막 주부터 8월 첫째 주까지가 여름휴가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기간이었다. 열흘에서 보름 남짓 사이의 가장 더운 이때를 ‘7말8초’라 줄여 불렀다.
7말8초가 우리나라에서 귀한 대접을 받은 이유는 동해의 수온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갯벌이 발달해 수심이 얕은 서해의 바닷물이 여름내 몸을 담글 만한 것과 달리, 검푸른 동해의 바다는 광복절이 다가오면 급격하게 차가워졌다. 또 산줄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도 숲이 우거진 곳일수록 차가워 이때가 아니면 그저 무릎 아래나 적실 뿐 첨벙 뛰어들긴 어려웠다.
날씨 사정이 이렇다보니 초·중·고등학교의 여름방학도 7말8초 앞뒤로 시작과 끝을 맺었다. 초중고에 다니는 자녀와 여름을 즐기려는 학부모에겐 이 시기에 휴가를 잡는 게 능력으로 여겨졌고, 아예 이때 생산라인을 세우고 전 임직원이 휴가를 가는 기업도 늘었다.
해발 834m의 중미산 계곡을 따라 물이 흘러내리는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신복리 새말다리 아래 신복천에 2025년 8월2일 한증막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이 자리를 잡았다. 수도권 수은주가 36도까지 치솟은 이날 가까운 계곡을 찾은 피서객들은 캠핑용 의자 등을 물속에 놓고 물바람에 열기를 식혔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오윤상(서울 개웅초 4년)군은 물안경과 스노클링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아빠와 공놀이하는 데 여념이 없다. 멋지게 공중제비를 돌며 공을 차는 그에게 춥지 않은지 물었다. “처음 물에 들어왔을 땐 조금 추웠어요. 놀다보니 하나도 춥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턱이 아래위로 떨리며 이가 마주친다. 그래도 이곳에서 만난 동생이랑 노는 게 무척 즐겁다고 웃는다.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1973년부터 2025년까지 53년간의 6월 중 올해가 가장 더운 것으로 기록될 정도로 이른 더위가 전국을 달궜다. 6월18일 2025년 첫 열대야가 나타난 강원도 강릉을 시작으로, 6월19일 대전·대구·광주 등 12곳에서 역대 가장 이른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졌다. 또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때 발효되는 폭염특보는 6월27일 남부 지역부터 발효돼 29일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됐다. 경북 구미는 6월 중 폭염일수가 9일에 이를 정도로 뜨거웠다.
이쯤 되면 6월부터 동해 입수가 가능하고 8월 내내 30도 중반의 폭염이 이어질 기세다. 이미 남쪽부터 아열대기후화가 진행 중인 한반도에서 21세기 후반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남도까지 바나나·망고 등 열대작물 재배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에 벌써 등골을 타고 땀이 흐른다.
7말8초를 며칠 차이로 놓치고 서늘하게 식은 강원도 속초 모래사장에서 떠나간 여름을 아쉬워했던 그때가 그립다. ‘6말9초’란 물놀이 철이 등장할까 두려운 2025년이다.

중미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지나는 신복천에서 시민들이 물속에 놓아둔 의자에 앉아 쉬고 있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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