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의 스타일 앤 더 시티]
뱃살 반근쯤은 제거한다는 유혹에 빠져 뷰티클리닉 시술대 위에 올라갔는데
▣ 김경/ 패션지 피처 디렉터
오스카 와일드는 15인치 원형 코르셋을 입기 위해 철봉에 매달리는 여자들을 보며 이렇게 비꼬았다. “패션계의 모토가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지만, 예술과 상식의 모토는 고통을 이기기 위해서는 바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내 경험을 얘기하자면 차라리 ‘바보’가 낫더라.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나는 흉측한 ‘몬스터’가 되어야만 했다. 이 얼마나 기막힌 아이러니인가?
몇 개월 전 “요즘 일부 연예인들과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서 새롭게 성행하고 있다는 ‘메조테라피’라는 최신 미용시술이 있는데, 한번 체험해보지 않겠냐?”는 솔깃한 제의를 받고, ‘잘하면 공짜로 뱃살 반근쯤은 제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덜컥 수락한 일이 있었다.
왜 몇몇 남자들이 여자를 무모하고 무식한 동물로 깎아내리는지, 한 뷰티클리닉 시술대 위에 누워 레이저 권총처럼 대형 주사기를 보며 깨달았다. 주사기를 보자마자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선, 선생님, 많이 아픈가요?” 의사가 말했다. “대부분의 주사는 피하 조직까지 깊게 찌르지만, 메조테라피(이때 ‘meso’는 중간을 의미한다)는 피부 중간층까지만 찌르기 때문에 통증이 거의 없습니다. 지방분해 촉진제나 비타민, 항산화제, 미세혈류 순환 촉진제 같은 혼합약물을 아주 극소량만 주사기로 주입하는 것입니다.” 정말로 문신할 때보다 통증이 적긴 적었다. 그래도 따발총 세례를 받듯 120번쯤 주사기에 꽂히고 보니 몸과 마음이 다 얼얼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단 1회 시술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메조테라피는 특히 피부 개선에 효과가 좋다는데, 일주일에 한두번씩 총 5회 정도 받고 나니 주변에서 ‘예뻐졌다’ ‘얼굴이 환해졌다’ ‘왠지 좀 어려진 것 같다’는 식의 반응이 지속적으로 왔다. 내가 보기에도 확실히 피부에 탄력이 붙었고 혈색도 좋아졌다.
하지만 복부 비만 치료는 너무 끔찍했다. 내 자신이 흉측한 외계인처럼 느껴졌다. 의사는 아기 팔뚝만 한 대형 주사기로 알 수 없는 약물을 배가 불룩해질 정도로 많은 양을 넣었다. 의사는 말했다. “이 약물은 레이저가 지방 세포를 분해하도록 도와주는 약물입니다. 결코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죠. 하지만 하루 이틀만 지나면 소변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출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날 나는 배 껍질 뒤에 물주머니 4개를 차고 다니며 사람도 만나고 원고도 써야만 했는데, 화장실에 갈 때마다 내 흉물스러운 배를 보지 않기 위해서 눈을 질끈 감고 허리끈을 풀어야 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그 치료를 받고 나면 손발이 어찌나 떨리든지 운전하기가 불안할 정도였다.
얼마 전 몇몇 선배들한테 나의 괴물 체험기를 들려줬더니 모두들 자기도 비슷한 체험이 있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얼마 전 기력이 하도 없어서 태반 주사를 맞았거든. 그랬더니 몸 전체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더라.” “말도 마. 난 죽을 뻔했어. 태반 주사 맞고 나온 날 오후에 스튜디오에서 기절했잖아. 몸에 기가 완전히 빠져나가는데, 나는 저승사자가 온 줄 알았다구.”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부작용도 없고 효과가 좋았다고 증언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젠 다 싫다. 커리어를 위해 일부러 자신의 미모를 흠집내는 샤를리즈 테론에 비하면 노화나 군살을 막겠다고 주사기에 의지하는 여자는 어딘지 더 처량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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