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의 스타일 앤 더 시티]
자동차를 스치며 느끼는 우월감… 도심에서 가장 자유로운 부류가 된다
▣ 김경/ 패션지 <바자> 피처 디렉터
전편을 읽은 사람들은 눈치챘겠지만 이 변덕스러운 여자가 요즘은 자전거 타기에 반해 있다.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 한강 공원에 나갔다가 너무 일찍 숨이 가빠진 병든 도시인이 자전거라는 놀랍고도 아름다운 물건을 발견하고 만 것이다.
일단 자전거 타기는 달리는 것만큼이나 숨이 차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할 때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풍경을 챙겨가기에 가장 알맞은 속도라고 할까? 풍경을 감상하기에 자동차는 너무 빠르고 달리기는 너무 느린데, 자전거는 딱 알맞은 속도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다 보면 성산대교 밑에서 출발한 자전거가 어느새 동호대교 아래에서 완전히 달라진 다리 모양과 그 주변의 도시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순간을 어렵지 않게 맞이하게 되는데, 나로서는 최근에 그 순간만큼 기분 좋은 성취감을 느낄 때가 없었던 것 같다.
또 도시에서 제 몸의 살아 있는 관능을 느끼기에 자전거만 한 것이 없어 보인다.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으면, 그 순간에 발생하는 모든 움직임을 내 몸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장딴지와 허벅지에 근육이 돋고 살갗에 닿는 바람의 촉감에 온몸의 감각이 열린다. 머리카락은 바람에 나부끼고 물기 머금은 두 눈은 눈부신 햇살 속에서 깜박이고 있다. 도로의 음푹 파인 구멍을 넘어설 때의 가벼운 덜컹거림마저 유쾌하다. 한편 자동차가 서 있을 때 그 옆을 쏜살같이 지나갈 때는 왠지 우월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때마침 손목에서 풀려나간 끈이 자유롭게 날아가는 모습이라도 목격하게 되면,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는 일이 자유 그 자체처럼 느껴진다.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자전거에 돈을 쓰는 일은 백화점에서 옷이나 화장품을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더 좋은 자전거로 바꾸겠다고 무리해서 돈을 쓰는 순간(하다못해 안장이나 흙받기를 바꿀 때도), 죄책감은커녕 왠지 소비자 무리 중에서 가장 고상한 분류가 된 것같은 느낌이 든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김훈 선배가 <자전거 여행> 서문에서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거라” 하고 뻔뻔스럽게 말할 수 있었던 것도, 실제로 사람들이 그 얘기를 들고 책을 더 열심히 사준 것도 그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이른바 대도시 안에서 ‘자전거 보이’라는 부류들이 여자들한테 대단히 매력적인 존재처럼 보이는 것도 실은 그 때문인 것 같다. 특히 뉴욕에서 그러한데, ‘자전거 보이’는 심지어 뉴욕 문인 사회의 오래된 전통이었다고 한다. 그들에게 자전거 타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고, 도심에서 가장 자유로운 부류들이 이용하는 이동수단이었으며, 더 크게는 문학 사회의 정신적 우월성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스판덱스 운동복이 아니라 리넨 정장 차림으로 자전거를 탔고 공원이 아니라 도심 한복판을 질주했다.
사실 자전거를 타면서 내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왜 우리나라는 도심에서 자전거 타기가 이다지도 어렵고, 왜 자전거 좀 탄다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엉덩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스판덱스 운동복 차림이냐는 거다. 솔직히 꼴보기 싫다.
모리스 르블랑의 소설 <이것이 날개다>에는 두 여인이 블라우스를 벗어젖히고 젖가슴을 드러낸 채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나온다. 자전거를 탈 때만큼은 나 나신도 그만큼 자유롭고 관능적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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