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3.3% 실업률 현실과 맞을까… 실망실업자 등 포함시키면 크게 높아져
19세기 말에 영국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통계를 일종의 ‘거짓말’로 깎아내렸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거짓말에는 세 가지가 있다. 거짓말, 환장할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누군가가 악의를 갖고 통계수치를 날조하기 때문은 아니다. 통계에서 강조하고 싶은 한 부분만을 특별히 부각시킬 때, 통계수치는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의 뜻에 맞게 이용되기 쉽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늘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한국의 고용통계를 보면, 디즈레일리의 말이 과장만은 아닌 듯싶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활동 참가율 낮아져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8월 중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3.3%다. 실업률이 8~9%를 넘나드는 독일이나 6%대의 미국, 5%대의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지표상 실업률은 아주 낮다. 수치만으로 보면 완전고용 수준으로 고용 사정이 이보다 더 좋기도 어려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낮은 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통계수치에 대한 불신은 기본적으로 통계조사가 갖고 있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통계청의 고용동향 조사에서 ‘실업자’는 “조사대상 주간 중 수입 있는 일에 전혀 종사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런데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들이 있다. 집안에서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가정주부, 학교에 다니는 학생, 자발적으로 자선사업이나 종교단체에 관여하는 사람 등이다. 이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혀 실업률을 계산할 때 아예 제외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 가운데는 일을 하고 싶은 의지와 능력은 있는데도 노동시장의 사정 때문에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한계 때문에, 통계청은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구직 단념자’를 별도로 뽑고 있다. 구직 단념자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노동시장적 사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자 중 지난 1년 안에 구직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구직 단념자는 8만9천명, 올 8월의 경우 11만7천명이다. 이들을 실업자에 포함시킨다면 0.4~0.5%포인트 가량 실업률이 올라간다. 정말 그 정도 수준에서 그칠까?
몸으로 느끼는 것보다 실업률이 낮은 비밀은 ‘경제활동 참가율’을 따져보면 어느 정도 풀린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통계상의 두드러진 특징은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그전보다 매우 높아졌다는 점이다. 고용사정은 나빠졌으나, 실업률 통계에는 포착되지 않는 부분이 커졌다는 얘기다. 외환위기 이후 실업률 통계수치를 그전의 통계수치와 그대로 비교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8월 중 15살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1.2%였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5~97년에 경제활동 참가율은 평균 62.2%였다. 따라서 인구의 1%, 그러니까 37만명 가량이 지금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넘어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통계상 이들을 실업자에 포함시키든 그렇지 않든 비경제활동인구가 그렇게 늘어난 것은 체감 실업률이 매우 나쁘다는 얘기가 된다. 이들을 실업자에 포함시켜 계산한 체감실업률은 4.65%로 껑충 높아진다. 물론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는 인구 고령화의 영향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65살 이상 인구는 1997년과 비교해 2002년에 7만6천명 늘었을 뿐이어서 그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시장에 나타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여성의 체감실업률은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되찾은 데 반해, 남성의 체감실업률은 외환위기로 인한 타격에서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995~97년에 평균 49%였다. 지난 8월에도 48.8%로 별 변화가 없다. 여성 실업률은 2.9%다. 한편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995~97년에 평균 76.2%였으나 현재는 74.3%로 떨어졌다. 따라서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외환위기 전 수준으로 본다면, 남성 실망실업자 수는 34만5천명에 이른다는 얘기가 된다. 이들을 실업자에 포함시킨 체감실업률은 5.96%다. 통계청이 발표한 남성 실업률은 3.6%인데,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치가 나오는 것이다.
체감실업률과 지표실업률 격차 다시 벌어져
외환위기 이후 고용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다른 연령계층의 고용사정이 비교적 호전된 데 반해, 청년 계층의 취업난은 거의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대의 체감실업률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8월 현재 20대 인구(추계인구)는 719만명이고, 이 중 경제활동인구가 463만명으로 경제활동 참가율은 64.4%다. 그런데 1995~97년에 20대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평균 66.8%로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따라서 그때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기준으로 본다면, 지금 비경제활동인구 중 17만2천명(2.4%포인트)은 경제활동인구에 잡혀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실망실업자에 포함시킨다면 체감실업률은 통계청이 발표한 실업률 6.8%보다 훨씬 높은 10.17%로 껑충 뛰게 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라는 책에서 ‘향후 노동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인력이지만 현행 고용통계에서는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돼 실업자 범위에서는 누락될 수 있는’ 사람을 실망실업자로 분류하면서 “현재의 통계상 실업자 수에 실망실업자 수를 더해 구한 체감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지표실업률을 크게 웃돌았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계산한 체감실업률의 추이를 보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0.8%(지표실업률 7.0%)에서 2000년 6.9%(4.1%), 지난해 3.9%(3.1%)로 점차 낮아지면서 지표상의 실업률과 괴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올 들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허락 했을까요 [그림판]
[속보] 윤석열 쪽 “25일 공수처 출석 어렵다…탄핵 심판이 우선”
[영상] 민주 “한덕수 탄핵 절차 바로 개시, 내란 수사 타협 대상 아냐”
“윤석열, 안가 ‘술집 바’로 개조하려 했다” 민주 윤건영 제보 공개
[속보] 한덕수 “여야 타협부터”…쌍특검법·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시사
[영상] 윤상현, 명태균에 ‘외교장관 청탁’ 의혹…김건희 만난다니 “니만 믿는다”
“사살 대상 누구였냐” 묻자 기자 노려본 노상원…구속 송치
‘윤석열 안가’서 내란 모의에 술집 의혹도…박근혜 수사 때 눈여겨봤나
[단독] 입법조사처 ‘한덕수, 총리 직무로 탄핵하면 151명이 정족수’
조갑제도 “국힘은 이적단체”…여당은 ‘내란 가짜뉴스’ 대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