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회사(AMC), 자산유동화증권(ABS), 기업구조조정회사(CRC, CRV), 그리고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예전에는 다소 낯선 용어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한복판에 등장한 뒤 이제는 일반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말들이다. 이 용어의 공통점은 ‘부실채권’으로, 모두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방식과 기관을 뜻한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한꺼번에 쏟아져나온 부실채권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SK글로벌 처리와 신용카드 부실채권(카드채) 문제 등 여전히 한국경제는 부실채권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

이 책은 부실채권 정리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지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동안 어떻게 부실채권을 정리했는지 구체적인 경험을 기록하고 있다. 하루빨리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한국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던 당시, 시간에 쫓기고 헐값매각 시비에 시달리면서 부실채권을 처리한 현장 실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쓰였다. △대우그룹의 해외 부실채권을 한국 정부가 매입하는 과정에서의 협상 비화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서 해외 금융기관들이 보인 얌체근성과 온갖 수법 △전 세계 부실채권 시장에서 피를 찾는 상어떼처럼 떠도는 공격적인 미국 금융기관들의 행태도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저자들은 “부실채권 정리는 금융의 예술인 동시에 금융의 하수구”라고 말한다. 집안의 하수구가 막히면 악취가 풍기고 음습한 병균의 온상이 되는 것처럼 부실채권 정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경제도 마비된다. 기업 도산과 이에 따른 부실채권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금융-법률 시스템을 갖고 있지 못한 경제는 하수구가 막힌 건물처럼 만성적인 경제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불량채권 더미에 파묻힌 채 90년대 초반부터 ‘잃어버린 10년’을 겪고 있는 일본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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