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3일 오전 10시쯤 울릉도 부근 해상에서 2년여 만에 다시 큰 규모의 ‘용오름’ 현상이 관찰됐다. 이날 발생한 용오름은 높이가 500∼600m, 기둥 지름은 최대 25∼30m에 달했다고 한다. 용오름은 커다란 회오리바람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육지에는 산이 많아서 이처럼 대규모 회오리바람은 만들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용오름은 기본적으로 바다에서 일어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미국의 대평원에서는 주변에 거칠 것이 별로 없으므로 육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며 이를 토네이도(tornado)라고 부른다. 몇해 전에는 (twister)란 제목으로 이에 대한 영화도 만들어져 그 위력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토네이도는 미국에서 많이 발생하고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곳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한편 바다에서 발생하는 것, 곧 우리말의 용오름에 해당하는 것은 ‘물 뿜기’ 정도로 풀이될 ‘워터 스파우트’(water spout)란 이름으로 부른다.
‘용오름’이란 이름은 이 회오리바람의 기이한 형태에서 유래한다. 흔히 용오름의 길다란 부분을 물기둥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구름기둥이라고 보는 게 옳다. 물론 용오름 속의 상승기류 때문에 바닷물이 조금 딸려 올라가기도 한다. 또한 작은 물고기들이 휩쓸려 올라가기도 한다. 그러나 전설처럼 용이 타고 올라갈 정도로 큰 물줄기를 이룰 수는 없다. 강한 회오리바람으로 잘게 흩어진 물방울과 구름으로 이루어진 부분이 멀리서는 마치 물기둥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용오름이나 토네이도보다 더 큰 규모의 회오리바람도 있다.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8∼15도 부근 해상에서 만들어지는 거대한 열대성 저기압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바람이 센 것은 발생하는 지역에 따라 고유의 이름으로 부른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부근으로 불어오는 것은 태풍, 미국·인도·오스트레일리아 부근으로 진행하는 것은 각각 허리케인·사이클론·윌리윌리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3개 정도의 태풍을 맞는다. 그리고 작년 ‘루사’에 이어 올해 ‘매미’도 한반도 내륙을 관통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 이 때문에 태풍을 아주 없앨 수는 없는가란 의문이 떠오르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여러모로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수학적 결론에 따르면 지구와 같은 구의 표면에서는 바람이 전혀 없다면 모르되,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 적어도 둘 이상의 회오리바람이 항상 존재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만 가능할 뿐 회오리바람 자체를 없앨 수 없다.
이 수학적 결론은 우리 머리의 ‘가마’라는 간단한 예를 보면 곧 이해된다. 대개의 경우 하나 또는 두개의 가마가 있다. 그러나 머리를 공으로 보고 공 전체를 머리카락으로 덮어 균일한 방향으로 빗질할 경우 최소한 2개 이상의 가마가 생긴다는 점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사실 목성에 있는 ‘대적점’도 그 한 예이다. 그런데 도넛과 같은 반지 구조에서는 가마가 하나도 없이 머리카락을 일정하게 빗질할 수 있다. 따라서 목성의 테는 전체적으로 매끈하며 회오리바람 같은 불규칙한 부분이 없다. 이처럼 언뜻 단순한 현상이 자연의 여러 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음미하게끔 하는 것은 과학의 중요한 매력 가운데 하나다.
고중숙 | 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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