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7일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일대에서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 땅.’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374번지 헌인마을 일대는 개발업자들에게 이렇게 불렸다. 이 땅에 개발 움직임이 시작된 건 2003년이다. 당시 삼부토건은 2006년부터 이 땅을 사 고급주택 200여 가구를 짓겠다는 사업 구상을 내놓으며 개발사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삼부토건과 동업하던 동양건설산업이 2011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15년 삼부토건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개발사업은 중단됐다.
이후 표류하던 개발사업은 2019년 ‘헌인도시개발 사모펀드’(이하 헌인펀드)와 신원종합개발이 주도하며 재개된다. 여기 등장하는 헌인마을 개발 시행사 신원종합개발의 우진호 회장이 전 대통령 윤석열의 장모 최은순씨와 관련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삼부토건 조남욱 전 회장의 아들 조아무개씨가 지인 ㄱ씨와 통화한 녹취를 보면, 아들 조씨는 “신원종합개발 우진호 회장은 최은순이 꽂은 것이냐”는 지인의 질문에 “그건 맞다”고 답했다. ㄱ씨 등은 아들 조씨가 헌인마을과 관련해 그 전에도 최은순씨를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우진호 회장은 윤석열 부인 김건희씨가 주식을 보유했던 회사와도 연결고리가 있는 인물이다. 김씨는 2017년 유통회사인 엔에스엔 주식 3450주를 보유했던 적이 있다. 2016년 말 엔에스엔의 자회사 이스트로젠은 신원종합개발의 최대주주가 되는데, 이때 신원종합개발의 대표가 된 사람이 바로 우진호 회장이다. 신원종합개발은 2022년 3월10일 윤석열이 대선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우 회장이 당시 당선자 윤석열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렇게 김건희씨 모녀와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사람이 대표인 건설사가 추진하는 헌인마을 개발사업은 삼부토건의 주식 거래를 하면서 시세차익을 얻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게다가 개발사업 인허가 절차가 부당한데도 모종의 힘을 빌려 사업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다.
한겨레21은 이런 상황에서 헌인펀드가 헌인마을 개발사업에 투자하며 많은 지분을 확보했고, 이로 인해 큰 차익을 본 사실을 확인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헌인펀드의 삼부토건 주식 매매 내용을 보면, 헌인펀드는 당시 삼부토건 주식의 8.42%에 해당하는 지분을 매입했고, 이 가운데 3.17%에 해당하는 지분을 지속해서 보유했다. 이로 인해 2019년 9월24일부터 2024년 3월까지 84억원의 수익을 냈다. 헌인펀드가 애초에 샀던 8.42%의 삼부토건 지분 가운데 5.25%는 산 지 6일 만에 주당 763원으로 헌인마을 개발사업의 관계회사 세 곳에 넘겼다. 이 관계회사들은 삼부토건이 헌인마을 개발사업에 관여하던 시기 자산유동화를 위해 세워진 특수목적법인이다.
헌인펀드와 헌인마을 관계회사의 지분 대량 인수 이후 삼부토건 주가는 2020년 ‘이낙연 테마주’, 2023년 ‘우크라이나 테마주’ 로 두 차례 급등 시기 기존 매입가의 8배까지 오르기도 했다. 삼부토건 주가는 2020년부터 널뛰었는데, 2020년 3월 주당 4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2020년 11월에는 주당 6080원까지 올랐다. 2020년 10월 이계연씨가 삼부토건 대표를 맡았는데, 이씨가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2020년 8월~2021년 3월)의 동생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삼부토건 주식이 ‘이낙연 테마주’로 꼽혔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대표직을 그만둔 뒤인 2021~2022년에도 삼부토건의 주가는 1천~3천원 정도를 유지했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고, 삼부토건이 2023년 5월22일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여하면서 삼부토건 주식은 ‘우크라이나 테마주’로 묶여 2023년 7월 중순 주당 5500원까지 올랐다.
김건희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김건희 특검)이 삼부토건의 주가조작과 자금 흐름을 살피면서 2025년 7월10일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과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을 잇달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가운데, 삼부토건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하면서 이득을 본 헌인마을 투자 자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규명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인펀드와 헌인마을 관계회사의 삼부토건 주식 거래는 김건희 특검이 수사하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규명과 관련해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 전후로 이뤄진 삼부토건 주가조작을 통해 누가 이익을 얻었는지 추적해볼 수 있다. 주가조작은 이득을 본 이들이 실행 주체일 가능성이 크다. 주가조작으로 이익을 얻은 사람을 규명하면 주가조작을 실제로 벌이거나 주가조작에 가담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밝힐 수 있다. 현재 김건희 특검은 조성옥 전 회장과 이일준 현 회장이 삼부토건 주가조작에 연루됐으리라 본다. 특히 헌인펀드의 삼부토건 지분 취득은 조성옥 전 회장 재임 때 이뤄진 일이다.
둘째, 2017년 법정관리를 졸업한 뒤 ‘윤석열 테마주’로 불리며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됐던 삼부토건의 실소유주가 누구이고, 누가 주가 띄우기 사업을 지시한 실체인지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삼부토건 실소유주는 최소한 삼부토건 주가조작에 가담했거나 알고도 방치했을 수 있는 인물이다. 실제로 삼부토건은 장부상 최대주주와 실소유주가 다르다는 설이 돌았다. 김건희 특검이 2023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주가조작을 수사하면서 당시 이미 회장직에서 물러났던 조성옥을 소환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추정된다. 삼부토건의 한 직원은 한겨레21과 만나 “삼부토건은 손바뀜이 많았던데다 2018~2019년 경영권 분쟁도 있었다. 이 자산유동화 회사(헌인마을 관계회사)와 헌인펀드가 누군가의 우호지분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헌인펀드를 개설하고 운용하고 있는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은 2017년 삼부토건이 매각되는 과정에 참여한 이력도 있다. 그해 휴림로봇(옛 디에스티 로봇)컨소시엄은 회생이 끝난 삼부토건을 인수했다. 현재 이 거래 또한 조성옥 전 회장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 당시 휴림로봇 컨소시엄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삼부토건이 주체인 전환사채 228억원을 발행했다. 이 전환사채 가운데 30억원어치를 산 곳이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이 설립한 사모펀드다.

헌인펀드가 삼부토건 지분을 보유한 과정은 헌인마을 개발사업이 13년째 표류하던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삼부토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헌인마을 개발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우리은행 등이 초기 사업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한 금액을 갚을 수 없는 수준이었고, 이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우리은행 등은 2019년 3월 헌인마을 시행사인 우리강남피에프브이(삼부토건이 지분 보유)의 4200억원 상당의 부실채권 매각 공고를 냈다. 그해 6월, 우리은행과 우리강남피에프브이 쪽은 미래에셋대우증권이 신탁사로 참여하고 여러 증권사가 참여한 사모펀드인 헌인펀드와 신원종합개발이 이 부실채권을 1580억원(별도 매입한 채권 합치면 1821억원)에 사들였다고 발표한다. 아울러 헌인펀드가 우리강남피에프브이의 경영권도 인수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헌인펀드의 자금운용은 사모펀드 운용회사인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이 맡았다.
헌인펀드 운용사가 장경태 의원실에 답변한 자료를 보면, 헌인마을의 부실채권은 인수 조건이 있었다. 사업 부실채권을 사들인 이들에게 일부 채권의 출자 전환 명목으로 삼부토건의 신주를 인수하도록 했다. 헌인펀드는 이 조건에 따라 2019년 9월24일 삼부토건 주식 약 1146만6600주를 취득한다. 이후 연동된 계약에 따라 이 가운데 714만5500주는 헌인마을 관계회사에 넘긴다. 헌인펀드는 남은 주식을 들고 있다가, 2020년 11월 등 ‘이낙연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한 시기 4천원∼5천원대로 보유주식 중 30%가량을 매도했다. 이후 2024년 3월까지 최종적으로 이익을 낸 금액이 84억원이다. 헌인펀드의 삼부토건 주식 취득가액이 117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년 반 만에 두 배 가까운 차익이다.
그렇다면 헌인마을 관계사가 취득한 삼부토건 지분 5.25%는 어떻게 됐을까. 신원종합개발 등 현재 헌인마을 사업을 진행하는 쪽은 헌인빌리지의 보유 지분의 경우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샀던 개인 투자자들이 가져갔다고 주장한다. 개인 투자자들과 사전에 이런 합의를 했다는 취지다. 다만 이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증권사 쪽을 통해서는 이런 과정이 확인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확히 누가 얼마나 차익을 봤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헌인마을 개발사업이 건축법과 도시개발법 등을 어기며 강행돼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력을 등에 업은 사람들만이 이런 개발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먼저 2023년 이뤄진 건축허가 자체가 편법으로 이뤄졌다는 논란이 있다. 헌인마을 개발사업은 200가구 넘는 고급주택을 짓는 일이다.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30가구 이상 집을 짓는 건설 사업은 분양가심사위원회를 통해 가격 적정성을 심의받게 된다. 하지만 헌인마을 시행사 쪽은 적정성 심의를 피하기 위해 11개로 구역을 나누고, 여러 부동산신탁사에 부동산소유권을 신탁(맡김)한 채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헌인마을 개발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토지주들이 있었는데, 시행사가 이를 무시하고 신탁사(건축주) 명의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는 건축허가는 토지소유권을 확보한 사람만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 건축법 제11조 11항에 위배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들어선 헌인마을 분양 홍보관. 시행사는 업계 관행과 다르게 176억원을 들여 홍보관 터를 사들였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게다가 이 사업이 기존 토지주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이뤄졌다는 논란도 있다. 2020년 4월 조합설립변경인가에서도 조합원 254명 가운데 177명이 실제 토지 소유자가 아니라는 의혹이 일었다. 헌인마을 땅 지분을 0.04~0.78㎡(0.01평~0.2평)씩 쪼개기로 보유한 조합원들이 조합을 주도했다.
토지주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된 사업은 또 있다. 이 사업은 토지주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대신 개발 뒤 조성된 땅을 지급하는 환지 방법으로 진행된다. 기존에 가진 땅을 개발 뒤 새 땅으로 바꾸는 계획(2021년 환지계획인가)을 세우고 인가받는 과정에서 기존 땅 주인들은 외곽 부지의 땅을 받고, 시행사 관련 인물들은 헌인마을 고급주택 설립을 위한 핵심 부지를 차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사건 토지주들을 대리해온 이병록 변호사는 “이미 토지를 매각했거나 쪼개기 지분을 가진 사람들이 조합원 권리를 행사하면서, 개발사업자 위주로 사업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헌인마을 인허가 논란을 두고 서울시는 “적법하게 허가를 처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헌인마을 시행사가 사모펀드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목적에 맞게 쓰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헌인마을 시행사는 2021년 한남동의 한 부지를 176억원에 매입한다. ‘분양 홍보관’ 설립 목적이다. 그 전까지는 활용되지 않다가 2025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지하 2층~지상 3층 건물을 짓고 있다. 외관은 갤러리 형태다. 보통 홍보관은 단기로 쓰기에 토지를 매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심을 사는 부지 매입이다. 시행사 쪽은 일반적인 ‘모델하우스’가 아니라 헌인마을 주택을 분양받는 이에게 제공하는 비공개 클럽 형태로 운영하는 분양 홍보관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진호 신원종합개발 회장은 한겨레21에 “헌인빌리지가 삼부토건 지분을 취득한 것은 당시 채권매입 계약 조건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문제없는 것으로 안다”며 “나는 최은순씨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21은 삼부토건과 최은순씨, 헌인펀드 운용사 등에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으나, 이들은 답변하지 않았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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