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2월13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열린 ‘의무휴업 사수’ 마트노동자 결의대회 모습. 마트산업노조 제공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노래 <사계> 중)
1989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은 휴식 없이 계속 노동력을 갈아넣어야 하는 노동자의 삶을 이렇게 노래했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도, 소금땀이 흘러도, 잎이 떨어지고,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인 뒤 다시 봄바람이 부는 계절이 와도 재봉사들의 미싱은 끝없이 “잘도 도네, 돌아가네”였다. 노래는 ‘미싱을 돌리는 재봉사’라는 특정 직업군을 호명했지만 사실 ‘노동권’이란 인식이 흐릿한 당대 노동 현실을 묘사한 것과 다름없었다.
노래가 발표되고 34년이 지난 2023년, 어쩌면 다시 <사계>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재봉사를 마트노동자로, 미싱을 ‘카트’와 주문 알람이 계속 울리는 ‘개인용 디지털 단말기’(PDA)로 바꿔서 말이다.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일 폐지를 밀어붙여온 대구시는 2023년 2월10일,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이던 의무휴업일을 월요일로 바꾼다고 고시했다. 대구시 8개 구·군의 대형마트는 2월12일 일요일 모두 정상영업을 했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주말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첫 사례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관련 규제를 모두 풀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사실상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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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본다. 정부가 심야∼오전 시간(오전 0시~10시)과 월 2회 의무휴업일에도 마트의 온라인 배송 영업을 허가하겠다고 2022년 12월 밝혔기 때문이다. 온라인 주문 건을 처리해야 하는 수많은 피킹(주문서대로 물건을 담는 일)·패킹(물건을 포장하는 일) 노동자가 밤샘 노동을 하라는 뜻이다. 이러한 주문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들은 이미 하루 10시간, 주 6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마트산업노조는 2022년 한 해 동안 최소 3명의 온라인 배송기사가 뇌심혈관 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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