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리딩방’ 운영진은 유료방에 가입하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회원들을 부추긴다(왼쪽). 리더는 자신의 리딩을 믿고 따라와야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갈무리
7월1일 05:49 “좋은 아침입니다.” “출첵합니다.” “7월 기념으로 불기둥 가즈아~!!!”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한다.
반드시 오늘은 리더(자칭 전문가)의 ‘픽’(종목 추천)에 따라 ‘익절’(이익 보고 정리) 해서 ‘인간지표’(사면 고점, 팔면 저점)가 되지 않으리라는 회원들 다짐이 들끓는 이곳은 온라인 ‘주식 리딩방’이다. 실시간 채팅으로 어떻게 투자 권유와 실제 베팅이 이뤄지는지 살펴보기 위해 <한겨레21>이 6월23일~7월1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있는 주식 리딩방 10여 개에 참여했다. 결과를 하루에 벌어진 일로 재구성한다.
09:00 “역시 예상대로 상승으로 출발하네요.”(리더) 리더의 픽이 나간다. ‘#쏠리* 5950원 밑으로 $$매수/비중5% 이하.’ ‘★★종목편입의견★★ 종목명: 싸이**, 매수 가격: 13200원 전후, 손절 가격: 매수가 대비 -5%.’ 대다수는 ‘눈팅’만 하지만 일부는 리딩에 따라 매수를 진행하고 인증한다. 벌써 돈을 번 듯한 기대로 차오른다. “1억 벌 때까지 가즈아~.” “전 3천만원요.” “전 10억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서로 모르는 사람이 모여 콘텐츠를 주고받는 채팅방)이 생긴 2015년 이후 서서히 늘어나던 리딩방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다. ㄱ리딩방을 운영하는 리더는 “코로나19 전보다 오픈채팅방(리딩방)이 10~15% 증가한 것 같다”고 한다.
2030세대가 리딩방 특수를 이끌었다. 2017년 비트코인 열풍 이후 갈 곳을 잃은 2030세대, 초저금리 시대에 조금이라도 돈을 모으려는 2030세대가 3월 폭락장에서 과감하게 주식시장으로 뛰어들었고 상당수는 리딩방으로 흘러들었다. 이들은 100~1400명씩 모인 리딩방의 주축이 됐다. 서로 신상은 공개하지 않지만 투자금과 투자 경험이 적은 점으로 미뤄 리더들은 회원의 “70% 이상”(ㄱ리딩방 방장) “절반 이상”(ㄴ리딩방 방장)이 20대, 30대일 거라 짐작한다.
카카오톡·텔레그램 기반 리딩방이 얼마나 있는지는 파악이 안 된다. 여러 리딩방에 가입했던 주식 채널 유튜버 ‘흑우스토리’는 “(리더) 한 명이 여러 개 유료방·무료방을 운영하고, 소수가 들어간 방들도 있기 때문에 리딩방이 수천, 수만 개는 될 것”이라 추정했다.
지난 3월, ‘삼성전자 5주’로 투자를 시작한 ‘주린이’(주식+어린이) 고민수(28·가명)씨도 한때 리딩에 몰입했다. “주식을 배우고 싶어도 아무도 안 알려주는데 언제 얼마에 매수하라 매도하라 해주는 리딩방”은 신세계였다. 유튜브, 애플리케이션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시황 분석과 종목 추천을 해줬지만 ‘속도’에서 비교가 안 됐다. “초보라 리딩방에 의지”했고,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을 수 없었다. “2분 만에 같은 종목을 사고파는 초단타”까지 하게 됐다. 그래도 대부분은 “매수 (추천) 타이밍이 너무 빨라 들어가려 하면 이미 올라” 있다.
리더들은 2030세대 회원들이 위험한 매매를 부추긴다고 말한다. 그들이 적은 투자금을 빠르게 부풀리려다보니 “본인 자금의 3~7배를 얻는 대박을 바라”고(ㄴ리딩방 리더), “(주식 수익률을) 가상화폐 수익률처럼 생각한다”(ㄱ리딩방 리더)는 것이다.
‘매달 누적 상승률 최소 300%’ ‘월급 2배 축제’ 광고에 혹했던 민수씨는 오히려 돈을 잃었다. “(리더의) ‘인공호흡기가 부족할 거’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멕아이***를 샀다가 -40%까지 떨어져” 결국 ‘손절’(손실 보고 정리)했다.
권창우(35·가명)씨는 “(리더 말대로) 처음에 포스* 10주 사고 111%의 수익”을 보긴 했다. 그러나 처음 시작한 3월부터 지금까지 총 500만원을 투자해 실현한 수익은 20만~30만원이다. 리더가 어쩌다 위험 종목을 찍어 고소득을 내게 해주더라도 다른 위험 종목들로 더 큰 손실을 입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하락장에선 대처가 전혀 안 됐”(유튜버 흑우스토리)다.
수익률 조작이 의심되는 일도 벌어진다. 3월 리딩방에 들어간 김민찬(24·가명)씨는 눈속임을 목격했다. 리더와 운영진은 “조금이라도 손절시킨 종목은 아예 (대화창에서) 삭제”했다. 이를 문제 삼는 회원은 내쫓겼다. 그래도 남은 이들의 신뢰는 굳건하다. “두어 번 터뜨려주면 믿음이 생기고 사람들이 교주처럼 신봉하기 시작해요.”(창우씨) “믿음+의리=수익이라고 해요. 종교집단 같아요.”(민수씨)
지금 무료방에서 새로운 무료 리딩방으로 옮겨오라는 광고글도 계속 올라온다. ‘직장인 상한가방’ ‘새로운 미래재테크’ ‘직장인 급등/세력주 전문’…. 회원들을 빼앗기지 않으려 리더와 운영진이 순식간에 다른 리딩방 링크를 지운다.
고수익 광고는 유료 회원을 확보하려는 미끼다. 무료방에서 한두 번 고수익을 맛보게 해준 뒤 ‘돈을 내면 남들보다 더 좋은 종목을 더 빨리 알려준다’고 부추긴다. 그러나 100명 이내로 특별 관리해준다는 유료방 회원들도 결국 돈을 잃는다.
“배우는 데 돈을 안 아꼈던” 유튜버 흑우스토리는 2017~2019년 주식과 비트코인 리딩방에 다섯 차례 가입했다. “금액을 더 주면 더 좋은 정보를 주리라”는 마음에 회원비를 월 2만원에서 월 150만원까지 높여봤지만 헛수고였다. 투자금도 지키지 못했다. “이미 3개월~1년 요금을 낸 사람이니까 돈을 적당하게만 벌어주려 해요. 오히려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무료방에 기회를 주려 하죠. 그래서 어떤 무료방은 (같은 리더가 운영하는) 유료방보다 수익이 높아요.”
그는 시세 조종의 가능성도 있다고 의심한다. "유료방의 인원이 100명, 각각의 자금이 3000만원이라 가정하면 한 유료방에서 굴릴 수 있는 돈은 약 30억원이 됩니다. 이 정도면 거래량이 크지 않은 종목의 경우 (유료방이) 세력 만큼의 역할을 하게 되죠."
물론 주가 조작 혐의가 없다면, 유료방이든 무료방이든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 최창보 팀장은 “(누군가) 일방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사라’ ‘좋다’고 말하는 투자 ‘조언’ 행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익률을 허위·과장 광고하거나, 유료방 회원비 환급을 거부·지연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또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유사투자자문회사든 무등록 업체든 일대일 개별로 투자 ‘자문’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6월 초 민찬씨는 “새로운 투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야간리딩방에 들어갔다 곧 발을 뺐다. “(리더가) 초 단위로 종목을 불러주면 회원들이 미친 듯이 (매수·매도) 톡을 남기는 모습이 도박판”처럼 보였다.
법원도 불법 도박으로 보고 있다. 홀짝 거래의 원조 격인 사설 FX마진거래(금융사에 1천만원대 증거금을 내야 하는 일반 환차익 거래와 달리 사설업체로부터 매매 권리를 빌려 5천원으로 투자 가능)에는 법원이 불법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FX마진거래는 예측 가능한 영역이 아니라서 기관투자가들도 잘 안 들어간다”며 “최근 2030세대가 화끈한 수익을 주는 투자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7월2일 02:00 “성투하세요.” “다들 부자 됐으면 좋겠어요.” 하루 종일 뜨거웠던 휴대전화 화면이 드디어 꺼진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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