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군대 가는 꿈을 꿔요. 차라리 가위에 눌리는 게 나을 듯해요. 마감 때문에 엄청 쪼이면 어김없이 꿈속에서 훈련소로 향하고 있으니 말이죠. 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어요. 군대 두 번 다녀온 싸이 형의 ‘멘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순간이에요. 얼마 전에는 꿈속에서 아예 해외 파병을 갔어요. 꿈은 역시 크게 꿔야 제맛이에요. 저녁에 봤던 미국 할리우드 전쟁영화의 유명 주인공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어요. 못 알아듣는 영어를 벙긋했다가 주인공들에게 적으로 몰려 죽기 전까지는 좋았으니까요. 군대 가는 꿈, 악몽 맞아요.
그런데 요즘 연예병사들은 군대 가는 꿈보다 더 무서운 악몽을 꾸고 있을 것 같아요. 국방부가 지난 7월18일 연예병사 관리가 미흡했던 것에 책임을 통감하며 ‘연예병사 제도 폐지’를 발표했기 때문이에요. 얼마 전 연예병사들의 근무 실태가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거든요. 전국 예비역들의 뚜껑을 열리게 할 만했어요. 지방 공연을 간 연예병사는 새벽에 숙소를 나와 안마시술소를 찾아 배회했어요. 연예병사에게 스마트폰은 기본이었어요. 국방부는 문제가 된 연예병사 7명을 국방부 근무지원단 징계위원회에서 중징계하기로 했대요. ‘중징계=영창 갈 수도 있다’는 말이래요.
국방부는 아예 이번 기회에 연예병사가 있는 ‘국방홍보지원대’를 없애기로 했어요. 그리고 연예병사 15명을 모두 야전 부대로 보내겠다고 했어요. 영창에 전출. 군인이 꿀 수 있는 최악의 꿈이에요. 국방부는 군홍보를 해야 하는 연예병사들이 오히려 군의 명예를 깎아먹었다며 엄중한 처벌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어요. 그런데 이 문제, 한두 번 지적됐던 것도 아니에요. 연예병사가 가는 휴가나 외출·외박 등이 일반 병사보다 많고, 최근 제대한 가수 비(정지훈)는 근무시간에 배우 김태희와 연애도 했던 걸 보면 말이죠.
요즘에는 통제에 실패한 연예병사보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샘 해밍턴이 국방홍보에 더 기여할 것 같아요. 그러지 말고 국방부도 이참에 국방홍보 정책을 바꿔보도록 해요. 연예인들에게 솔깃한 복무 조건을 제안해봐요. 우선 100% 연예인으로만 구성된 ‘국방댓글지원대’를 창설하도록 해요. 이 부대 소속 연예인에게는 군 복무 기간에도 자유롭게 방송 활동을 하도록 허락해줘요. 군 간부가 데리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문제 생길 일이 적어요. 그 대신, 국방댓글지원대원인 연예인은 매일 국방부에 유리한 수백 건의 댓글·트윗 등을 날리는 일을 해야 해요. 재택근무도 가능해요. 그 대신, 오피스텔을 빌려야 해요. 이유는 없어요. 그냥 부대 전통이거든요.
하긴, 국방부가 연예병사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을 보면, 발전 가능성이 무한대로 보여요. 군 간부 등 윗선은 쏙 빠진 채 연예병사에게만 징계를 내리고 있으니까요. ‘셀프 개혁’에 이어 ‘셀프 영창’이라는 말도 나올까봐 겁나요. 에잇. 퉤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득남’ 문가비, 아버지 언급 안했지만…정우성 “아이에 최선 다할 것”
세계 5번째 긴 ‘해저터널 특수’ 극과 극…보령 ‘북적’, 태안 ‘썰렁’
민주 “국힘 조은희 공천은 ‘윤 장모 무죄’ 성공보수 의혹…명태균 관여”
로제의 고백, ‘훈련된 완벽한 소녀’에서 탈피…“나를 찾으려 한다”
한국 불참한 사도광산 추도식…‘강제동원 삭제’ 굴욕외교가 부른 파행
‘한동훈 가족’이 썼는지 안 밝히고…친한 “한동훈 죽이기” 방어막
포스코 포항제철소, 2주 전 불난 공장 또 불…인명 피해 없어
[단독] “명태균, 지인 아들 채용청탁 대가로 1억 받았다”
[영상] “대통령이 자꾸 거짓말”…수능 마친 고3도 서울 도심 ‘퇴진’ 집회에
정의선, 연구원 질식사 사과…“연구원분과 가족분들께 너무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