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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이에 두고, 우린 사랑을 했지요



가수 이석원, 여행가 김남희, 소설가 김중혁에게 보내는 팬레터, 그리고 그들의 답장
등록 2010-12-31 14:22 수정 2020-05-03 04:26
[독자가 작가에게, 작가가 독자에게]
독자가 작가에게, 작가가 독자에게. 한겨레 김태형

독자가 작가에게, 작가가 독자에게. 한겨레 김태형

올해의 어떤 일이 노래가 될까요
낮술이 그리운 날, 를 낸 가수 이석원에게 편집자 지현이 보내는 편지

낮술을 함께한 지 딱 1년째 되는 날입니다. 1년 만에 소식을 전해요. 잘 지냈어요? 오후 3시에 서울 홍익대 주변 어느 작은 카페에서 마신 와인이 참 좋았다는 기억이 납니다. 네, 따로 단둘이는 아니었고 YES24 출간 이벤트였지요. 하하. 저는 원래 음악을 좋아했지만 마니아적으로는 아니어서, 책을 볼 때 아티스트 이석원보다 ‘나이탐험가’ 이석원의 글 자체만을 읽었답니다. 쿡쿡거리며 읽었어요. 작가님의 일상이나 혼잣말을 보면서 생각 방법, 위트, 감성의 원천이 무엇인지…, 인생관이나 연애관도 글을 통해 조금 알게 되었네요. 그 책은 조곤조곤 담소를 나눈 듯한 착각을 일으켜요.

그중 ‘운동해’라는 메시지가 가장 와닿았답니다. 그래서 2010년은 지긋지긋한 자의식 탐구, 그 생각에 침수되지 않으려고 산뜻한 운동을 하고 달콤한 자기긍정을 하면서 마음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 해이기도 해요. 처음으로 책을 만드는 일을 하기 시작하니,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작가님은 그 균형을 어떻게 맞춰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음악과 글쓰기, 취미 생활, 쉬는 시간의 경계가 모호하진 않으신지요. 적절한 에너지 분배라는 것이 있을까요? 편지를 쓰다 보니, 원래는 ‘이상형’ 이라든가 ‘연애 잘하는 법’을 물어보려 했는데, 제 심연에 있던 고민을 꺼내놓았네요.

같은 계절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상 같지만, 항상 다른 계절을 만나고 다른 일들이 일어나요. 그날이 그날인 것 같으면서도 어제와는 다른, 지난해와는 다른 하루를 만나며 살아가고 있어요. 이제 커튼까지 얼어붙는 12월, 한 해의 마지막 달이네요. 갑자기 낮술이 그립네요! 누군가의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는 연말이에요. 저는 뭐, 별 특별한 일이 없던 한 해 같았는데, 되돌아보니 이직을 했고 병원을 자주 갔고 처음 지리산 종주를 했고 처음으로 편집한 책 이 출간됐고요. 친했던 외삼촌을 떠나보내는 일도 있었네요. 그렇게 스물아홉을 보내고 서른을 맞이하고 있어요.

작가님의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과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해요. 그런 경험이나 생각이 글로, 음악으로 묻어나겠지요? 책이나 CD로 제 손에 쥐어지기 전에, 살짝 작가님의 2010년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항상 ‘사는 이야기’가 궁금한 작가님이신지라 감히 여쭤봅니다. 답장을 써주신다는 전제로 이렇게 당당하게요. 그럼 편지를 이만 줄입니다. 12월 마지막 콘서트에 혼자라도 가야겠어요. 건강하세요!

2010년 12월10일 파주에서 줄리공공 지현


일은 일답게 일상은 일상 답게
이석원이 링 위의 자신을 위로해준 지현에게 보내는 답장

이석원

이석원

이종격투기 선수가 사각의 링에 오르기 위해 경기장 안으로 입장할 때, 뒤에는 많은 스태프들이 따르게 됩니다. 훈련을 시키는 트레이너도 있고,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해주는 사람, 다치면 치료해주는 사람, 일정을 짜주는 사람, 파이트 머니를 놓고 주최 쪽과 협상을 벌이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이 각자 맡은 일을 하면서 선수는 오직 싸움만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지현님을 생각할 때마다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제가 첫 책을 내게 되었을 때 ‘독자와의 만남’이라 하여 홀로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낯설고, 서점 서가에 덩그러니 놓인 책이 사람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까 조바심 날 때, 곁에 있어준 분들 중 한 분이셔서 그런가 봅니다. 올해 4월이던가, 어느 서점에서 사인회를 할 때 멀찍이서 환하게 웃고 계시는 모습을 보던 순간이 눈에 선합니다. 그때 제 기분도 덩달아 환해지고 마음이 든든해졌거든요. 그렇게 제 글을 편집해주고, 표지를 디자인하고, 홍보를 하고, 팔아주시는 여러 분이 계셨지요. 저는 홀로 링 위에 있었지만 그분들 덕에 크게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오직 글만 쓰면 되었습니다.

일과 일상의 균형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안 그래도 요즘 그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던 참이었습니다. 두 번째 책을 쓰고 있는 요즘 제 하루를 보면 그저 작업뿐, 일상이라는 게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게 이런 일이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도 순간순간 공허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운동선수는 여럿이서 함께 훈련을 할 수 있지만 글이라는 작업은 오직 혼자서만 해야 하는 일이죠. 누구에게 표 나게 배울 수도 없고, 쓰는 즉시 반응을 확인할 수도 없으며, 글을 가지고 누군가와 회의를 할 수도 없고, 여럿이서 공동 작업을 할 수도 없죠. 그저 자기 자신뿐. 그래서 고독감은 작업의 에너지이자 동시에 장애로서 작용하게 됩니다.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하루를 배분해 몇 시간은 글을 쓰고 몇 시간은 휴식을 취하면서 친구를 만날 계획을 세워보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작업을 위해 다잡아놓았던 리듬과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고, 마음이 풀어질 때도 많으니까, 결국 며칠 그러다가 다시 집에서 종일 글쓰기에 골몰하는 쪽을 택하게 되곤 합니다.

글이 늘상 써지는 것이 아니어도 매일같이 붙들고 있어야 하는 법이라 그게 몇 개월 혹은 몇 년으로 길어지면 마치 긴 낚시를 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침내 ‘때’가 찾아왔을 때는 가진 모든 시간과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죠. 고기 떼가 순식간에 지나가듯 이 혜택받은 순간이 언제 사라져버릴지 모르니까요. 신경은 곤두서고, 마음은 긴장으로 타들어가고, 링에서 싸움을 하는 선수처럼 온 정신을 다해 이 일을 해내야 한다는 열망과 투지에 사로잡혀 한 글자 한 글자를 적어나갑니다. 밥을 먹고 나서도, 잠을 자고 나서도 그 흐름은 이어져야 하고, 그것을 위해 리듬이라는 게 필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 리듬 안에 일상과 사람 같은 것들은 존재하기 힘듭니다. 방해 요소가 되니까. 이 때문에 작업을 하는 동안 고립감은 필연적입니다.

지금까지의 저는, 열심히 작업하면 그것이 나의 일상에까지 보상을 해주리라 믿으며 일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느끼는 것은 일은 일일 뿐이고, 일상을 일상답게 누리기 위해서는 그 자체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2005년에 ‘책읽기’와 ‘여행’을 꼭 해보고 싶은 목표로 삼은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책은 읽을 수 있게 되었으나 여행은 여전히 잘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늘 올해는, 이번달에는 하면서 세월만 흘러갔지요. 2010년에도 어김없이 많은 곳을 가보리라 계획을 세워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2011년을 가늠해봅니다. 1월… 안 되고… 2월… 안 되고… 아마 그 모든 상황을 제쳐두고 ‘무조건’ 떠나지 않으면 저는 영영 떠나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상이란 일을 위해 희생되는 존재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누려야 할 대상이거늘. 아마 지현님도 이런 일과 일상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으니 제게 물으신 거겠지요.

마지막으로, 올해의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에 대하여.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제 영감의 원천은 오로지 사람이고, 사람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창작자로서 저를 이루는 모든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물으신다면 역시 제가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스쳐 지나갔던 많은 크고 작은 인연들이 제게 던져준 모든 것을 꼽겠습니다. 그것들은 제 기억 속에 깊이 각인돼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이고, 당연히, 그 기억과 느낌은 제 작품에 어떤 식으로든 녹아 들어가겠지요.

이제 2011년이면 저는 마흔한 살이 되는데 날이 갈수록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만 가니, 저는 이것을 축복으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모쪼록 지현님께서도 지현님의 인생을 수놓을 인연들이 깨알처럼 다가오기를, 그래서 그들과 부딪치고 껴안으며 치열하게 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끽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즐거운 성탄,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0년 12월18일 ‘보통의 존재’ 이석원


‘방콕’이 ‘동경’에게
김남희와 책으로 여러 번 여행한 블로거 설해목이 묻고 싶은 것들

안녕하세요, 작가님.

여행에세이스트인 작가님의 독자이자, 여행자로서 작가님의 팬인 한 사람입니다. 책은 물론 TV와 인터넷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작가님과의 여행을 간접적으로나마 함께해오면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고, 또 저같이 용기가 없어 서른이 넘어도 여행 한 번 떠나본 적 없는 이들에게 마음과 발걸음을 움직이게 하는 촌철살인 같은 한마디 조언을 듣고자 이렇게 몇 자 적습니다.

2003년에 본격적으로 여행길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세상 밖으로 발을 움직이게 한 단 하나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떠나기와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삶에서 여행할 때와 머무를 때의 괴리를 느끼시는지요? 만약 느끼신다면 어떤 면에서 가장 큰 괴리를 느끼며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또 샐러리맨이 아닌 여행가로 살아가는 데 경제적 이유 등 두려움은 없으신지요? 한편, 작가님은 특히나 여행 중 길 위에서 많은 사람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 인연들 중 혹시 이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은 없었는지요?*^^* 혹은 잊혀지지 않는, 평생 기억하고 싶은 인연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미래인 펴냄) 1권에서 ‘내가 사랑하는 도시의 조건’이란 글을 보았는데요, 그런 조건에 알맞은 마쓰모토 같은 도시를 몇 군데 더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처럼 몇 년째 마음만 품었을 뿐 이런저런 이유 혹은 핑계로 짐을 꾸리지 못하는 ‘여행을 동경만 하는 사람’들의 발을 움직이게 하는 ‘여행의 정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작가님께서 어느 나라 어떤 길 위에 계시든 몸과 마음이 항상 건강하시길 멀리서나마 기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품게 된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하우스’와 청소년을 위한 ‘여행학교’라는 여전한 소망 꼭 이루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설해목(blog.yes24.com/jyh7778)


저도 맨 처음 떠나기 힘들었어요
김남희가 떠나지 못하는 당신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낯선 땅과 뜨겁게 만나세요”

김남희. 한겨레 박미향

김남희. 한겨레 박미향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편지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추운 겨울, 마음은 따뜻한 날들이신지요? 적잖은 질문들을 받고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고민이 앞서더군요. 혹 기대에 못 미치는 답이 되더라도 그저 솔직하게 답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세상 밖으로 발을 움직이게 한 단 하나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세계 일주를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뒤에도 한동안 떠나지 못했습니다. 막상 사표를 쓰기가 그리 쉽지 않았거든요. 버티고 버티다 끝내 떠날 수 있었던 건 아마 삶을 유보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간절히 하고 싶은 일,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나를 웃게 하는 유일한 일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인생을 방기하고 있다는 느낌. 자유롭게 살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 위해 가까운 사람들을 아프게 하면서 선택한 길인데, 그 길에 오르지도 못한 채 일상의 안락에 젖어가는 제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지더군요. 그렇게 되기까지 예정보다 무려 2년이나 늦어졌고요.

떠나기와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삶에서 여행할 때와 머무를 때의 괴리를 느끼지는 않는지 물으셨지요. 물론 느끼지요. 바깥에서는 늘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별 욕심도 없이 지내는 제가 돌아와서는 세속적 기준에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면 가장 괴리감을 느끼곤 합니다.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물질적 욕심을 내는 모습을 볼 때면 ‘아아, 나는 아직 멀었어. 더 내공을 쌓아야 해’ 하고 중얼거리지요. 제가 살고 싶은 삶 ‘덜 갖되 더 충실한 삶’을 살아가려면 좀더 오래 길 위에서 단련해야 할 것 같네요. 아, 또 하나의 괴리감은 속도예요.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 삶이 지나가는 속도랄까. 우리나라는 뭐든지 빠르잖아요. 무슨 일을 결정하고 진행할 때의 속도도, 무언가 유행했다 사라지는 속도도,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의 속도도. 제가 원래 좀 느린 면이 많은데다, 특히나 여행은 ‘상추밭을 탐험하는 달팽이의 속도’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에 돌아오면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로 삶이 빠르더군요. 덕분에 자연의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를 기억해내고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샐러리맨이 아닌 여행가로 살아가는 데 경제적 이유 등 두려움은 없냐고도 물으셨지요. 전혀 두려움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우리는 1분 뒤도 내다볼 수 없기에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선 누구나 두려움을 느끼니까요. 하지만 물질적 풍요로움이 정신적 풍요로움을 보장해주지는 않기에 종종 두려움을 잊어버립니다. 여행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으니까요. 여행을 마친 뒤 정착해 꾸려갈 제 삶의 방식이 그리 많은 소비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약간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방식이기를 바라고요.

답하기 쑥스러운 질문도 하나 하셨네요. 길 위에서 만난 그 많은 인연들 중에 마음이 끌리는 이성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라고 답한다면, 그 또한 거짓말이겠지요. 그 아픈 이야기는 제 책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에 자세하게 실려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저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여행에서 가장 힘든 일이 누군가와 정들만 하면 헤어지는 일이 아닐까요. 몇 번의 여행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어려움이기도 하고요. 단지, 길 위에서 언제나 되새기고는 합니다. “진심으로 지극한 것들은 다른 길을 걷더라도 같은 길에서 만나게 되는 법이다”라는 김선우 시인의 말을요. 여행은 어쩌면 찰나의 순간을 나누고, 오래 그리워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사랑하는 도시 몇 곳을 추천해달라고 하셨죠? 에 나오는 마쓰모토의 조건을 다 충족시키는 곳은 아니지만, 몇 곳을 말씀드릴게요. ‘배낭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 불리는 파키스탄의 훈자, 빼어난 자연 환경, 친절한 사람들, 저렴한 물가의 삼박자를 갖춘 곳이죠. 한없이 느린 속도로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은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산들에 둘러싸인 작은 도시 치앙마이(타이), 몇 달쯤 배낭을 내려놓고 머물고 싶었던 네팔의 포카라, 눈부시게 하얀 마을이 있는 스페인의 그라나다, 걷는 것만으로도 영적 기운이 전해지는 것 같던 인도의 맥그로드 간즈 등등입니다. 하지만 제 추천을 너무 믿지는 마세요. 전 여행을 하는 모든 곳과 사랑에 빠지는 변덕스러운 성격이라서요.^^ 여행자는 누구나 자신이 여행하는 지역을 새롭게 창조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타인의 추천에 의지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낯선 땅과 뜨겁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랄게요.

마지막으로 여행을 떠나고픈 이들에게 한마디를 건네달라고 하셨지요. 제게 여행은 만남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여행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생각의 성을 벗어나는 것이죠. 성을 벗어나 만나는 것, 그게 여행의 본질이 아닐까요? 잘 몰랐던 자신을 만나고, 타인을 만나 이웃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지구라는 별이 품은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고, 그 자연 속에 깃들어 살아온 인류의 역사와 문명의 흔적을 만나는 것. 결국 여행은 ‘어디로’가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이기에, 자신의 영혼을 흔드는 한 번의 만남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소는 중요하지 않으니, 부디 혼자서 용감히 떠나보세요. 그래서 가슴속 한 번도 울린 적 없는 현을 흔드는 만남을 경험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오랫동안 지켜봐주시고, 격려해주셨지요? 이제야 이렇게라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게 되네요.

지금까지처럼 그렇게, 앞으로도 걸어갈게요. 함께해 주실 거죠? 언젠가 길 위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추운 겨울 내내 몸도, 마음도 평안하시기를….

2010년 12월18일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며 김남희


보고 듣고 읽은 것들은 당신 삶에 무엇인가요
정보의 홍수에 대처하는 법, 채널예스 기자가 김중혁 소설가에게

안녕하세요, 김중혁 작가님!

늘 작가님 소설을 즐겁게 읽고 있는 독자(이자, 채널예스 취재기자) 김수영입니다! 부터 까지 언제나 유쾌하고 상상 이상의 인물들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매번 즐거워요. 게다가 이번에 새 책을 빌미로(!) 직접 뵐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뻤는지요.

늘 같은 날이지만, 새해가 되면 꼭 무언가를 정리하고 계획하게 됩니다. 올해에는 문득 이제까지 읽고 보고 들은 책, 영화, 음악을 돌아보게 됐어요. 꼼꼼하게 기록하지 못해서 어떤 작품을 얼마나 만났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어떤 것은 내용도 느낌도 가물가물하고요. 문득, 그렇다면 이는 내가 읽은 것인가, 읽지 않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려워서 겨우 읽어낸 책들,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음악들을 생각할 때 특히 그랬고요.

제 삶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글과 음악, 영상은 결국 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해나 느낌…, 뭔가 남기지 않으면 무용한 것일까요? 이런 궁금증이 들었어요. 점점 정보 전달에 속력이 붙어서 스마트폰·트위터·페이스북 등 덕분에 늘 끊임없이 읽고 보고, 뭔가 남기게 되잖아요. 너무나 당연하게 읽고 보고 쓰고 있을 때, 문득 즐거움보다 피로를 느낄 때도 있거든요. 끊임없이 정보 속에 고개를 파묻고 사는 기분이랄까요?

김중혁 작가님이 예전에 읽고 접한 음악과 그림, 글들은 작가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그것들이 작가님의 멋진 글과 그림으로 다시 만들어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생활 속에서 어떤 영향을 받으셨는지요.^^ 더불어 가속화되는 정보화 시대를 지혜롭고 현명하게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요? 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12월10일 완전 팬! 채널예스 김수영


모든 걸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조립한다면
중혁이 수영에게… “배려·예의·감동을 잊지 않는다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상관없을 것 같아요”
중혁이 수영에게 ①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혁이 수영에게 ①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혁이 수영에게 ②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혁이 수영에게 ②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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