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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우연히 겹치는 숫자, 흔한 건가요 신비한 건가요?

등록 2009-05-07 11:03 수정 2020-05-03 04:25
우연히 겹치는 숫자, 흔한 건가요 신비한 건가요?

우연히 겹치는 숫자, 흔한 건가요 신비한 건가요?

회사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든 의문입니다. 동료는 성경에 어떤 숫자가 나오는데 잉카문명에 대한 책에서도 같은 숫자가 언급된다면서 그 숫자가 의미 있는 거라고 했습니다. 저는 통계적으로 같은 숫자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이 높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동료는 무한개의 숫자 중 같은 것을 언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하더군요. 각각의 책에서 언급하는 숫자가 통계적으로 일치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지 알고 싶습니다. (최윤호)

→ 그 ‘의미 있는’ 숫자가 무엇인지 최윤호님께 추가로 질문했습니다. 최윤호님이 동료에게 물어 보내주신 답변입니다. “성경 요한계시록 14장 3절에 144000이라는 숫자가 언급돼 있고, 마야문명의 마야인 달력(아즈텍 달력)에도 144000이라는 숫자가 언급됐다고 하네요.”

숫자가 우연히 일치하는 것은 ‘인생의 경이’를 자아냅니다. 경기 고양시의 주부 K씨는 데면데면하던 아주머니와 급속도로 가까워졌는데, 그 아주머니의 전화번호 뒷자리가 자신과 똑같다는 것을 안 뒤였습니다.

수의 신성한 의미를 찾는 것은 학문으로도 존재합니다. ‘수비학’입니다. 수비학자들은 수의 우연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걸쳐 계속 나타날 뿐 아니라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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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수의 우연’으로는 링컨과 케네디의 사례가 있습니다. 링컨은 1860년 미국 대통령이 됐고 성은 7개의 알파벳으로 이뤄져 있으며 금요일에 암살됐습니다. 그의 비서 케네디는 암살 장소에 가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암살자는 존 윌크스 부스로 1838년생이며 그의 이름은 15개의 알파벳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케네디는 1960년 대통령이 됐고 이름은 7개의 알파벳으로 이뤄져 있으며 금요일에 살해됐습니다. 그에게 댈러스로 가지 말라고 한 비서의 이름은 링컨입니다. 암살자는 오즈월드로 그는 1939년생이며 15개의 알파벳으로 이뤄진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존 킹, ).

이 우연은 대단한 것일까요? 이는 공통된 요소만을 뽑아 나열함으로써 생긴 ‘착시 효과’입니다. 일치하지 않는 것들을 찾는다면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대통령 부인의 생년월일, 자녀들의 나이, 주소, 부모의 나이 등도 같았다면 우연성의 목록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너무나 많은 숫자의 가능성’ 중 일부에 불과한 것이죠. ‘수비학’이 진실하다고 인정받으려면 링컨 암살을 구성하는 숫자 조합의 ‘예언성’에 의해 케네디 암살을 맞혔어야겠지요.

최윤호님의 동료분이 신기한 숫자로 제시한 수는 ‘특별한’ 숫자입니다. 숫자 앞의 세 자릿수인 144는 12의 배수입니다. 12가 12개 모인 것이지요. 이 특별한 수가 계시록에 언급되는 것은 이상할 게 없어 보입니다. 요한계시록과 마야 달력 144000은 모두 숫자의 곱을 통해 탄생합니다. 요한계시록에서는 유대인의 12지파에서 1만2천 명씩 구원을 한다고 합니다(요한계시록 7장·14장). 20을 기본 단위로 사용한 마야문명의 달력에서는 20일이 한 달입니다. 1년을 18달로 구성합니다(20×18=360). 태양 공전주기인 365일과 가깝게 만든 것이지요. 1년에 20을 곱해 1카툰, 1카툰에 20을 곱해 1박툰이 되는데 이는 144000일(360×20×20)로 마야문명의 중요한 시간 단위가 됐습니다.

하나의 수가 나타난 두 개의 문건을 두고 특별한 수임을 강조하는 것도 (이미 특별한 숫자라고 하긴 했으나) 역시 ‘착시 효과’입니다. 확률적으로만 따지면 모든 수는 평등합니다. 두 개의 문건에서 하나의 수가 동시에 나올 확률은 1이나 12나 144 모두 같다는 것이지요. ‘착시 효과’와 다른 차원에서 ‘패턴화를 하려는 인간의 본능’과도 관련 있을 것 같습니다. 최윤호님의 동료분이 더 깊이 생각하지는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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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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