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장부터 프랑스 왕실로 이어지는 요리사의 역사… 취미도 직업도 요리뿐인 횟집 ‘율도’ 주인
호텔 음식점이나 중국요리집, 일식집에 가보면 요리사가 대부분 남자다. 그리고 고급 음식점일수록 요리사는 여자보다 남자가 많다. 주방에서 여자들도 일하지만 대개 조리재료 준비, 그릇 씻기 등 남자 주방장의 보조 역할을 할 뿐이다. 또 집안에서도 남편이 요리하는 것은 ‘특별한 취미생활’이고, 아내가 요리하는 것은 ‘당연한 가사노동’이다. 곧 요리가 ‘일’이 될 때는 여성의 차지이고, ‘직업’이 될 때는 남성의 전유물이 되니, 여성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그러나 여성들이여, 만물에는 다 그럴 만한 사연과 이치가 있는 것이니, 너무 흥분하지 말고 아래의 글을 읽어보시라.

수렵과 채집의 원시시대에 음식물을 요리하는 일은 항시 여자가 담당해왔다. 남자들은 맨손으로 또는 보잘것없는 도구를 사용해 들짐승들을 어렵게 사냥하는 데 지쳐버렸기 때문에 그 노획물을 요리하는 것에 더 이상 힘을 쏟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하면서 들짐승들을 가축화하고 곡물을 재배하게 되자 먹을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남자들의 노동은 훨씬 줄어들게 된다. 또 그 즈음부터 사람들은 음식물을 신(神)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라고 생각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음식물을 준비하는 데 제의(祭儀)적 요소가 가미되고, 따라서 음식 준비도 남자의 의무로 여겨지게 되었다. 곧 제정일치 시대에 부족사회의 우두머리인 남자가 제의 의식을 전적으로 담당함으로써 제상에 올려지는 음식 준비도 남자의 주관하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제의 의식에서 신에게 바쳐진 음식이란 무엇인가 신을 인격화해 가장 좋은 식품, 가장 진귀한 식품, 가장 맛있는 식품을 바쳐 신에게 드시라 하지만 실상 신에게 바쳐진 건 코를 찌를 듯 풍기는 음식 냄새뿐이고,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은 제의를 주관하는 제관과 일반 백성들이다. 먹을거리가 넉넉지 못한 그 시절 음식을 나눠주는 권한 역시 남자인 제관이 가지고 있으니 그 위세가 높았음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고대 유습은 로마시대를 거쳐 중세까지 이어져왔으니, 서양 중세사회 사람들에게 있어 연회석에서 고기를 잘라 나누어주는 일은 선택된 자의 특권이었고 중요한 기술이었다. 이를테면 무술 경기에서의 승리자는 선물로서 자기가 숭모하는 귀부인의 총애를 받는 외에 승리의 보상으로 연회석에서 고기를 잘라 참석자에게 나눠주는 특권을 부여받기도 했다. 또 귀족 가문에서는 고기를 나누는 역할을 신사 계급의 아들에게 맡겼고, 왕실에서도 음식을 잘라 나누는 일과 조리하는 일 모두를 귀족 계급에게 맡겼는데, 그들은 음식을 나눈 뒤 독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손에 묻은 음식물을 핥아먹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루이14세부터 루이16세 시기까지 왕실과 귀족층의 프랑스 요리가 크게 발전하였다. 그러나 프랑스혁명으로 귀족층이 몰락하자 이들 저택에서 요리를 하던 ‘유명 요리사들’이 생존을 위해 식당을 개업했으니, 이때부터 본격적인 직업 요리사가 등장하게 되어 오늘날까지 그 전통이 이어진 것이다.
서울 여의도의 일식집 ‘율도’(02-784-8877)의 사장 이춘형(52)씨만큼 자기 직업에 긍지를 갖는 사람도 없다.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요리사로 일해온 그는 자수성가해 제법 큰 일식집을 경영하고 있지만, 지금도 직접 주방을 지휘해 정성스레 음식을 손님께 내놓는다. 그가 개발한 도톰하게 써는 ‘율도식’ 생선회, 각종 젓갈무침, 얼큰한 갈치탕, 시원한 생선뼈 미역국 등이 여의도 샐러리맨들을 쉴 새 없이 ‘율도’로 끌어들인다. 사람 사귀기를 좋아해 취미도 요리, 직업도 요리인 이춘형씨와 잘 사귀면 2차는 무조건 공짜다!

김학민 | 학민사 대표·음식칼럼니스트 hakmin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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