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의 음식 쌈밥은 어떻게 태어났나… ‘미소쌈밥’에서 떠올린 전통의 제조법
한국 음식의 상징적인 것으로는 탕,찌개,김치 그리고 쌈을 들 수 있다.그 중에서도 쌈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들 중에서 우리만이 즐기는 독특한 음식문화다.일본에 배춧잎이나 그 비슷한 야채로 들깨장아찌나 매실짱아찌를 넣고서 밥을 꼭꼭 말아 김초밥처럼 썰어 먹는 ‘메아리스시’란 것이 있지만 우리의 쌈과는 전혀 다르다.우리 민족은 채소 가운데 잎이 넓은 것은 모두 날것으로나 데쳐서 즐겨 쌈을 먹는다.쌈은 무엇을 ‘싼다’는 의미이므로,서민들은 쌈에 싸는 것을 ‘복’으로 상징화해 더욱 쌈을 즐겼는데,에는 “정월 대보름날 나물잎에 밥을 싸서 먹으니 이것을 ‘복쌈’이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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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으로 쓰는 나물은 예부터 상추를 으뜸으로 꼽았으나 곰취·소루쟁이잎 등 산채는 물론이요,깻잎·호박잎·배춧잎·미나리·쑥갓·콩잎 등 농작물의 이파리,말·다시마 등 해초,그리고 밀전병도 얄팍하게 부쳐 쌈으로 썼다.요즈음에는 근대·당귀·신선초·겨자 등 식용이 가능한 식물의 이파리는 모두 쌈으로 쓰며,로즈·로맹·토스카노 등 외국에서 유입된 채소들도 훌륭하게 쌈 재료로 쓰고 있으니,우리 민족의 창조성에 바탕한 쌈의 발전이 무궁무진하다.
상추는 날로 먹을 수 있는 야채, 곧 생채(生菜)에서 나온 말이다.생채가 상치가 되고,상치가 상추로 되어 표준말로 굳어졌지만,원래 상추는 상치의 서울 사투리일 뿐이다.상추는 유럽과 서아시아 등지에 자생하는데 그 지역이 원산지로 추측되고 있다.기원전 4500년경의 이집트 벽화에 상추가 그려진 것으로 보아 그 재배가 오래 전부터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지며,우리나라에도 중국을 거쳐 오래 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그러나 중국의 고서인 에 ‘고려의 상추는 질이 매우 좋아서 고려 사신이 가져온 상추 씨앗은 천금을 주어야만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천금채(千金菜)라 한다’고 했으니,중국에서 들어온 상추가 품종이 개량되어 다시 중국으로 역수출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상추쌈은 상당히 일찍부터 먹어온 듯,고려시대에 원나라로 끌려간 고려 출신 궁녀들이 원나라 왕궁의 뜰에 상추를 심어 밥을 싸서 먹으며 강제로 끌려온 머나먼 이국 땅에서 목숨을 이어가는 슬픔을 달랬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바,원나라 시인 양윤부가 이를 눈여겨보아 다음과 같이 시로 읊기도 했다.
해당화는 꽃이 붉어 좋고
살구는 빛이 누래서 보기 좋구나
더 좋은 것은 고려의 상추로서
마고의 향기보다 그윽하구려
우리의 옛 기록에는 쌈을 먹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에는 “손바닥에 상춧잎을 놓고 숟가락으로 오려 밥을 떠 들고 붉은 장으로 적시고 익게 구운 고기를 잎에 합하여.…입시울을 벌리니 종루 파루 친 후에 남대문이 열리듯 하니…”라고 약간 ‘상스럽게 쌈 싸먹는 광경’을 그리고 있으며,영·정조 때의 실학자 이덕무는 에서 “상추,취,김 따위로 쌈을 쌀 적에는 손바닥에 직접 놓고 싸지 말라.…그리고 입에 넣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싸서 볼이 불거져 보기 싫게 하지 말라”고 하여 ‘점잖게 쌈 싸먹는 법’을 권하고 있다.그리고 조선 말기의 조리서인 에는 ‘표준으로 상추쌈 먹는 법’이 기록되어 있다.“상추를 정히 씻어 다른 물에 담고 기름을 쳐서 개어 담고,고추장에 황육을 다져놓고 웅어나 다른 생선을 넣어 파를 갸름하게 썰고 기름 쳐서 실파와 쑥갓을 항상 곁들여 담으라.”
전남 여수에 가면 에 기록된 것과 같이 밥과 함께 생선조림을 싸먹는 쌈밥집 ‘미소쌈밥’(016-652-49000)이 있다.주인 김영신씨(53)가 이 쌈밥을 9년 전에 개발하여 식당을 열었는데, 여수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여수항에 그날그날 들어오는 싱싱한 고등어나 멸치(징어리)에 우거지와 고구마순을 깔고 국물이 자잘하게 되도록 매콤달콤새콤하게 졸여낸 생선조림을 밥 위에 얹어 각종 싱싱한 야채로 싸먹는 그 감칠맛이라니,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같은 재료, 같은 맛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분점을 열어 서울에서도 여수 ‘미소쌈밥’을 맛볼 수 있다(02-553-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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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민 | 학민사 대표·음식칼럼니스트 hakmin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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