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봉황탕과 중국의 헤아릴 수 없는 음식들… ‘동해반점’은 진짜배기 산둥요리의 맛
용호봉황탕(龍虎鳳凰湯)이라? 중국을 여행하다가 광둥성 어느 도시의 식당에 들어갔는데, 메뉴에 용호봉황탕이라는 음식이 올라 있다면 도대체 무슨 재료로 어떻게 조리한 음식인지 알 수 있을까?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용과 호랑이, 봉황의 섞어찌개인 것 같은데, 호랑이 고기는 그렇다 치고 신화에나 나오는 용과 봉황의 고기는 또 무어란 말인가? 중국음식의 이름은 대개 재료, 조리법, 첨가 조미료나 향신료, 재료의 모양이나 배합 형태 등을 조합해 붙여진다. 조리법으로서 탕(湯)은 ‘찌개와 같이 국물은 적고 건더기가 많이 들어간 국’이고, 차오(炒)는 ‘중간 불로 기름에 볶는 것’, 사오(燒)는 ‘기름에 볶은 뒤 삶는 것’ 등이다. 또 조미료로서 더우장(豆醬)은 된장, 추(醋)는 식초, 라자오(辣椒)는 고추를 말하며, 요리의 재료로서 룽(龍)은 뱀고기, 후(虎)는 너구리고기, 펑(鳳)은 닭고기, 톈지(田鷄)는 개구리고기를 일컫는다.

이제 용호봉황탕의 정체가 드러난다. 이 음식은 지난 봄 ‘사스 파동’ 이전까지 광둥성 일대에서 남성들의 정력보양식으로 이름을 날린, 얼굴 모습이 너구리를 닮은 사향고양이 고기에 뱀을 토막 쳐 넣어 만든 탕을 말한다. 이 음식에 닭고기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봉황’을 넣은 것은 아마 정력보양음식으로서의 신비감을 더하려는 속셈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음식의 주재료인 사향고양이 고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주방장에게 옮겨가 전 세계에 공포의 ‘사스 파동’을 일으켰으니, 보양은커녕 인류 멸망에 이르지 않은 게 다행이다. 흔히 중국인들은 네발 달린 것 중에서는 책상,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 중에서는 잠수함, 하늘을 나는 것 중에서는 비행기를 빼놓고는 모든 것을 요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원숭이 골, 곰 발바닥, 상어 지느러미, 제비집, 뱀, 개구리, 쥐고기부터 누에번데기, 매미, 귀뚜라미, 물방개, 개미, 모기눈알, 벼멸구, 나방, 굼벵이 등에 이르기까지 음식물의 재료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엽기적인 것들을 모두 요리하고 있으니, 그렇게 이야기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중국음식이 이토록 다양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중국은 광활하다. 광대한 국토인 만큼 기후도 열대에서 한대까지 다양하며, 티베트 같은 고원지대에서 끝없는 평야와 사막, 수많은 강과 호수, 바다에 연한 긴 해안선을 갖고 있으므로 다양한 먹을거리가 생산된다. 둘째, 중국은 5천년 이상의 역사문명을 유지해오면서 음식문화를 축적해왔고, 또 중국 각지에서 각기 토착문화를 유지해오는 55개 소수민족들 또한 자기들의 음식문화를 독창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셋째, 중국은 유사 이래 중앙집중적 국가체제를 지향해왔는데, 이에 모든 산물이 제왕들이 있는 수도로 집중되고 동시에 역대 제왕들의 호화로운 미식성과 불로장수에 대한 염원이 ‘최고의 요리’를 발전시켜온 것이다. 넷째, 중국은 인구는 많은데 전쟁, 한재, 수재 등의 재해가 자주 있어 서민들은 곡식, 육류, 채소는 물론 야생동물, 곤충까지도 구황식품으로 장기 저장, 비축해왔다. 이 과정에서 특수요리나 그 조리법이 다채롭게 개발되었으니, 오리알 등 조류의 알을 썩혀서 저장하는 삐딴류가 그 예이다.
중국요리와 프랑스요리가 쌍벽을 이룬다 하지만, 둘의 단순비교는 무리이다. 중국의 넓이가 유럽에 상당하고, 또 수십개의 소수민족으로 나뉘어져 있는 만큼 프랑스요리는 중국으로 치면 한 지방의 요리인 셈이다. 곧 프랑스요리가 북경요리라면 이태리·독일 요리격인 산둥요리, 광둥요리, 사천요리 등이 있다. 우리나라 중국집들은 우리 입맛에 맞는 북경·산둥 요리, 사천요리를 주로 한다. 북경·산둥 요리는 면류·육류·해산물 요리가 많고, 조미료를 듬뿍 넣어 맛이 강하다. 그리고 사천요리는 매운맛이 많이 난다.
고교 친구 김기창군이 자기 단골인 서울 대림동 ‘동해반점’(02-832-4430)을 침이 마르도록 추천하기에 며칠 전에 다녀왔다. 주인 장수산(張守山)씨는 산둥성 출신으로 38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이 집을 지켜왔다고 한다. 50여 가지에 이르는 이 집의 중국요리는, 맛은 어느 특급호텔에도 뒤지지 않고 양은 서너명이 먹기에 충분하지만 모두 3만원을 넘지 않으니, ‘띵호아(挺好)!’다.

김학민 | 학민사 대표·음식칼럼니스트 hakmin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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