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인 예능프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를 보고 댄스학원을 알아봤다. 생각보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내 몸, 내 관절. 거울 앞에서 허우적거리다보니, 다시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가 된 느낌이다. 춤을 사랑하지만, 일하느라 멀어진 나에게 댄서라는 직업은 늘 동경의 대상이다.
내 친구 토마즈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할 것 같은 댄서다. 그는 티아이피(T.I.P.)라는 글로벌 댄스 크루를 이끌며 나와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왔다.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만 움직이며 일하는 내가 온몸을 다해 춤추는 댄서 토마즈를 만날 수 있던 데는, 그가 2년 전부터 게임을 만드는 창업자가 되면서다.
토마즈는 전직 프로 댄서답게 ‘테일즈 오브 알레코’(Tales of Aleko·이하 알레코) 게임으로 모두가 음악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대를 만들려 한다. <스우파>를 보며 심장만 나댄 나에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음악을 만질 수 있도록’ 리듬게임을 만든다고 했잖아? 그럼 아예 댄스게임을 만들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언젠가는 댄스 버전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어. 그런데 생각보다 춤은 모두가 추기 어렵다고 생각했어. 살면서 음악을 ‘싫어한다’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 누구나 음악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댄서처럼 몸으로 음악을 직접 만질 수 없을까 생각했어. 그중에서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는 부분이 리듬게임이었어.”
―2023년 8월 발리에서 ‘메타버스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애니모카브랜드 얏 시우 회장이랑 콘퍼런스 무대에 같이 올랐잖아. 앞으로 알레코 게임을 가상세계처럼 만들 거야?
“지금까지 리듬게임은 가끔 하는 캐주얼 게임이란 인식이 있잖아? 지속적으로 플레이어들과 인생을 같이하는 게임이 되고 싶어. 그래서 더 현실과 가상을 융합하려고 해. 갑자기 길거리에서 음악이 나왔는데 플래시몹처럼 다 같이 리듬게임을 한다든지. 그 일환으로 언젠가는 알레코를 이(e)스포츠 장르처럼 만들고, 뮤지션들을 초대해서 함께하는 페스티벌로 꼭 만들고 싶어.”
―그럼 알레코 게임으로 뮤지션이 도움받을 수도 있을까?
“뮤지션에겐 ‘발견되는 기회’가 정말 중요한데, 차트 중심 음원 사이트는 그게 어렵거든. 점점 대형 자본이 들어가지 않은 음악은 더 살아남기 힘들어진 것 같아. 알레코 안에서 게이머에게 계속 새로운 음악을 들어보도록 유도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예를 들어 90% 이상 이 음악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새 아이템을 받는다든지. 일단 사람들이 음악을 끝까지 듣고 참여하면 음악에 친숙해지거든. 뮤직비디오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이렇게 내적 친밀감이 생긴 뮤지션들과 나중에 알레코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도 있고.”
대항해 시대 이전에 인류는 다른 대륙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메타버스도 언젠가 도착할 신대륙이라고 생각한다. 토마즈 역시 알레코를 통해 음악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신대륙을 찾아나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신대륙에서 나도 음악에 맞춰 춤출 수 있는 사람이 되겠지!
김수진 컬처디렉터*이 인터뷰는 영어로 나눈 뒤 한국어로 가공해 편집했습니다.
❶ 레밀리아 아카이브
https://youtu.be/VxVjI8VW2Xg?si=X4MzOMSgniKcT1uC
‘전교 1등 먹던 애가 게임에 미치면 어떻게 될까?’라는 자극적 제목에 이끌려서 발견한 리듬게이머입니다. 리듬 닥터로 이미 충분히 성공하셨지만, 알레코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더 넓은 음악 세계와 연결해주고 싶네요.
❷ 테일즈 오브 알레코
https://youtu.be/LA8lMENnp1o?si=CAaFkmzOyhOdDt4J
발리에서 열린 웹3 페스티벌에서 알레코 게임을 처음 알린 자리입니다. 특히 애니모카브랜드 얏 시우 회장과 한자리에서 메타버스와 게임의 미래를 논한 것은 매우 영광이었습니다.
❸ T.I.P. 크루 퍼포먼스
https://youtu.be/vLBoLByB040?si=jadafaRKzpCHprF2
거의 10년 전 영상이네요. 지금은 댄서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잘돼 있지만, 10년 전 <스타킹>이라는 예능프로에서 제가 이끌던 댄스 크루 T.I.P.의 춤을 알릴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한겨레 인기기사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정국을 ‘농단’하다
[단독] “국정원, 계엄 한달 전 백령도서 ‘북 오물 풍선’ 수차례 격추”
얼큰하게 취한 용산 결의…‘나라를 절단 내자’ [그림판]
여고생 성탄절 밤 흉기에 찔려 사망…10대 ‘무차별 범행’
[단독] 권성동 “지역구서 고개 숙이지 마…얼굴 두껍게 다니자”
끝이 아니다, ‘한’이 남았다 [그림판]
‘아이유는 간첩’ 극우 유튜버들 12·3 이후 가짜뉴스·음모론 더 기승
받는 사람 : 대통령님♥…성탄카드 500장의 대반전
육사 등 없애고 국방부 산하 사관학교로 단일화해야 [왜냐면]
‘김예지’들이 온다 [똑똑! 한국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