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30년 일한 조직생활 떠나도, AI 파도 타고 즐길 수 있다

새로운 기술과 대안적 일의 방식을 실험하는 신상엽의 플레이리스트
등록 2025-06-19 20:40 수정 2025-06-26 21:40
신상엽이 2023년 글로벌 엔에프티 전시(Global NFTs Exhibition Filling the Heart of Seoul 2023)에 출품한 작품 ‘트래빗’(Trabbit). 신상엽 제공

신상엽이 2023년 글로벌 엔에프티 전시(Global NFTs Exhibition Filling the Heart of Seoul 2023)에 출품한 작품 ‘트래빗’(Trabbit). 신상엽 제공


 

50대가 인공지능(AI)으로 영화를 만들고 20대와 나란히 코딩을 배운다면? 요즘 나와 함께 바이브코딩(AI를 통해 비개발자도 자연어로 코딩하는 기술)을 공부하는 신상엽의 이야기다. 그가 문을 두드린 곳은 기술과 커뮤니티, 일의 미래를 실험하는 다오랩(DAOLAB). 다오랩은 사람들이 느슨하게 연대하며 AI, 웹3(Web3·탈중앙화, 블록체인 기술, 토큰 기반 경제 등이 특징인 차세대 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과 대안적 일의 방식을 실험하고 탐구하는 곳이다. 신상엽은 ‘퓨코’(퓨처코드의 줄임말)란 이름을 스스로에게 붙이고, 다오랩에서 최고령 멤버로 세대를 잇는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유통·마케팅 분야에서 은퇴한 뒤, 어떻게 AI 기술 한복판으로 들어오게 됐나요?

“시작은 우연히 본 짧은 영상이었어요. 양복 입은 남자가 대학을 막 졸업한 청년에게 말해요. ‘이 네모칸 안에만 서 있으면 월급을 줄게요.’ 청년은 망설임 없이 그 안에 들어서죠. 시간이 흘러 친구들이 밖에서 자유롭게 보드를 타고 놀지만, 그는 꼼짝하지 않아요. 백발이 되어서야 이제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말하죠. 막상 나와 다시 보드를 타려고 하니, 몸이 굳어 넘어지고 말아요. 그걸 보고 깨달았어요. 나 역시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만 움직여온 것은 아닐까. 백발이 되기 전, 밖으로 한 발 더 내디뎌보기로 결심했어요.”

―AI로 영화를 만들고 바이브코딩도 배우는데요, 그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나요?

“장자의 무지(無知)라는 말을 좋아해요. 기존 경험의 틀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배우는 자세입니다. 제가 중학교 때까지 여섯 번 전학했어요. 반복된 전학 속에 ‘사람은 왜 사는가’라는 질문이 떠올랐죠. 마지막이 될지 몰랐지만 여섯 번째 전학을 한 1981년, 성철 스님을 만나러 해인사까지 갔어요. 밤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삼천배를 했는데, 힘들지만 기뻤어요. 성철 스님을 친견하는 날, 스님의 아침 준비를 보며 울컥했어요. 호박으로 만든 아주 소박한 밥상이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게 제게는 강렬한 ‘틀 깨기’ 경험이었어요.

이후 일상으로 나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죠. 씨제이이엔엠(CJ ENM)에서 방송 엠디(MD)로 주방 명품을 담당할 때는 ‘사람들이 왜 이걸 사야 하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어요.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요리를 배웠고, 조리사 자격증도 세 개나 땄어요. AI도 마찬가지예요. 몸으로 부딪혀봐야 진짜 맥락이 보이죠. ‘내가 뭘 좀 안다’ ‘AI는 멀었다’거나 ‘만능이다’라는 태도는 오히려 벽이 돼요. 항상 경계하려 해요. 저도 긴 계단을 오르는 중입니다.”

―요즘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화두가 있다면요?

“성장과 나눔이에요. 요즘은 중소·중견기업이나 시니어 그룹과 함께 AI 경험을 나누고 있어요.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큰 벽은 두려움이에요. 초보자가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는 설계가 빠지면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죠. 저도 그렇게 배우고 있고, 그 경험을 저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어느 날 다오랩에서 신상엽과 함께 단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그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등산 같은 건 요즘 감성에 맞을까요?” 그 한마디엔,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새롭게 배우려는 태도가 담겨 있었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건 나이가 아니라, 결국 태도의 문제라는 것. 세대를 초월한 신상엽을 통해, 나중에 내가 시니어가 되었을 때 시대의 과도기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배우고 있다.

 

김수진 컬처디렉터

 

신상엽(@futurecode_gm)의 플레이리스트
신상엽(퓨처코드). 신상엽 제공

신상엽(퓨처코드). 신상엽 제공


 

영상을 보면 어떤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갈지 고민하게 됩니다. 숨 가쁘게 달려오느라 삶의 방향을 생각할 여유도 없던 세대는 변화의 시기를 맞아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큰 변화가 다가오는 지금,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EBS 왕보 ‘장자’ 3강 삼문삼부지: 모른다는 것도 모른다https://home.ebs.co.kr/greatminds/vodReplay/vodReplayView?courseId=40023168&stepId=60023845&lectId=60558828
칸트, 공자, 니체, 노자 그리고 장자가 영상에 등장합니다. 이들의 사상을 통해 배움과 지식, 앎에 대한 태도를 살펴봅니다. 과거의 진리는 새로운 발견을 통해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식의 틀에 갇힌 맹목적 믿음을 경계하고,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는 ‘무지’(無知)의 용기가 필요함을 되새겨봅니다.

 

3. 유엔 산하 기구 주최 2025 AI Good for Film Festival 출품작
https://www.youtube.com/watch?v=0FFIozRQTdc

뜻을 같이한 3명이 줌(Zoom)에 모여 17시간 밤샘 작업을 하는 참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라이브로 소통하며 새 기술을 탐구하는 과정의 신뢰감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작은 갈등을 끊임없이 조율하는 협업이었어요. 기술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갈 길이 멀지만, 굳이 해인사를 찾지 않아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