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❶ 마크 노먼드 Mark Normand. 동영상 갈무리
2023년 올해 내 목표는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자주 오르는 것이다. 전문 코미디언이 아니어도 남들에게 들려줄 5분짜리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대에 설 수 있는 ‘오픈 마이크’가 서울에 몇 군데 있는데, 그중 가장 체계적인 곳은 이태원에 있는 ‘닭대가리 코미디 클럽’이다. 이곳에 가면 스탠드업 코미디에 진심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요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이곳의 운영자 ‘페르난도’(52)를 만났다.
“처음 했던 코미디 세트가 그거였어요. ‘내일모레면 오십이다.’ 2018년 시작했죠. 스탠드업 코미디 신도 영어로 하는 곳이 있고 한국어로 하는 곳이 있는데 분위기가 좀 달라요. 성향 차이인 것 같은데, 영어는 어떻게 보면 ‘하비’(Hobby)예요. 취미. 그래서 굉장히 편해요. 근데 한국 친구들은 더 진지해요. 이걸로 뭔가 커리어를 만들어서 제대로 해보려는 친구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덜 웃고, 남들 할 때 자기 거 생각하고.”
하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더 많이 웃고 편한 분위기로 가고 있다. “제가 한국어 오픈 마이크를 하면서 꼭 하고 싶었던 게 서열문화 없애는 거였어요. 이게 누가 나쁜 마음을 먹어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가진 기본적인 서로에 대한 관심이 서열로 표출될 때가 많더라고요. 선후배 없고, 서로의 코미디에 대해 말하지 않고.” 누가 내 코미디를 듣고 피드백해주면 좋은 거 아닌가. 듣는 순간에는 기분 나쁘겠지만 발전할 수 있으니까.
“스탠드업 코미디의 매력은 각자 자기 걸 만드는 거예요. 12명이 나와서 하는데, 12명 다 비슷하면 재미없잖아요. 저 사람은 저렇게 웃기지만 나는 내 거를 좀더 찾아보고 싶다. 그 마음으로 2~3년은 그냥 해봤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안 먹혀도.” 하지만 그 시간을 버티긴 쉽지 않다. 무대에 올라갔는데 반응이 안 좋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 싶고, 어떤 현상에 비판하는 농담을 하려다가도 미움받을까 주춤하게 되니까.
“올라가서 주눅드는 건, 정말 하루에도 몇 번이나 있는 일이죠. 아무리 훌륭한 코미디언도 매번 웃길 수는 없어요. 관객을 화나게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면 코미디언의 자질을 잃는 것 같아요. 코미디언은 위험한 곳에 가보는 사람이거든요.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고 불편해하는지 대신 실험해주는. ‘그런 얘기 하면 관객이 싫어해.’ 그러면 그냥 웃긴 얘기 하는 클론이죠.”
그럼에도 그가 운영자로서 가장 신경 쓰는 건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코미디언들이 여기 와서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여성 코미디언의 마음이 편한 것 같지 않아요.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에요.” “그건 남성이 코미디 할 때 ‘년’이란 말을 자주 써서이지 않을까요?” 묻자 그는 말했다. “코미디 신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여기 자체가 약간의 여성혐오 기질이 있을 수 있어요. 그게 재미있다 생각하고, 여태까지 그런 발언을 아무에게도 지적받지 않고 살아온 남성이 많으니까. 하지만 주최자인 저는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요. 그러니 직접 오셔서 같이 이 문화를 바꿔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코미디언이 그날 어떤 관객을 만나냐에 따라 똑같은 조크도 달라질 수 있거든요.”
한 가지 사고로 뭉쳐 단단해지면 사람들 사이가 좋아질 것 같은데, 여러 실험 결과 오히려 사람들이 제멋대로 생각하고, 편안하게 아무 말 할 수 있고, 자기가 생각한 대로 살 수 있으면 훨씬 그 사회가 탄탄해진다고 한다. 스탠드업 코미디도 결국은 그렇지 않을까.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
❶ 마크 노먼드 Mark Normand

❷ 짐 제프리스 Jim Jefferies - Gun Control(총기 규제). 동영상 갈무리
❷ 짐 제프리스 Jim Jefferies - Gun Control(총기 규제)

❸ 빌 버 Bill Bur - Helicopter Bit(헬리콥터 비트). 동영상 갈무리
❸ 빌 버 Bill Bur - Helicopter Bit(헬리콥터 비트)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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