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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도 결국 권력과 피지배층의 줄다리기

제국 우편에서 프랑스혁명 등 거쳐 오늘날 대중매체로 <뉴스의 탄생>
등록 2023-01-22 15:43 수정 2023-01-22 22:48

1490년, 신성로마제국 황제 막시밀리안 1세는 ‘제국 우편 제도’를 창설했다. 당시 제국의 영토는 오스트리아와 남부 독일의 합스부르크 왕가 영지를 중심으로, 남쪽으로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북쪽으론 네덜란드까지 걸쳐 있었다. 라이벌 프랑스와는 패권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복잡한 영토 소유권의 유지·관리를 위해선 최신 정세 정보와 효율적인 전달 수단이 절실했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브뤼셀(당시는 네덜란드 수도)까지 유럽을 가로지르는 정규 우편 시스템이 그렇게 구축됐다.

영국 역사가 앤드루 페티그리는 <뉴스의 탄생>(박선진 옮김, 태학사 펴냄)에서 “(이후 발달한) 수많은 통신망은 결국 이 우편망에서 시작됐고, 바로 여기에서 상업 뉴스 시장과 정기 연재 뉴스 출판물이 탄생했다”고 말한다. 옛날에도 입소문, 전령의 서신, 칙령과 포고문, 정치 풍자 팸플릿 같은 매체는 있었지만 오늘날 저널리즘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서로 작성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 특권층뿐이었다. 매체는 그들의 효율적 통치와 권력의 도구에 머물렀다. 피지배층의 정치적 의견 표명은 극히 위험했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하는 정보를 통제하려는 세력과 정보를 갈망하며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려는 세력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이어졌다.

뉴스를 향한 호기심과 수요의 바탕에는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인간의 열망이 깔려 있다. 17세기 초 독일의 한 출판업자는 필사본 서비스를 기계화해 뉴스 수요를 충족하려 했다. 신문의 탄생이다. 유럽의 우편 네트워크와 시스템은 18세기까지 ‘제국 우편 제도’를 기반으로 확장되고 정교해졌다. 뉴스 시장의 변천은 통신 발달사와 직결됐다. 통신 체계는 인쇄술·제지술·운송수단의 발전 등 당대 기술이 집약된 결정체였다.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언론은 18세기 프랑스혁명과 미국 독립혁명을 거치며 다수 대중(매스·Mass)과 만나는 매개체(미디어·Media)로 거듭나는 전기를 맞았다. “신문은 독자들에게 일상의 경험을 넘어 세상을 엿볼 기회를 제공했다.” 언론의 자유는 시민적 자유와 맞닿았다. 그러나 넘쳐나는 정보의 진실성과 신뢰성은 늘 문제였다. 온갖 ‘가짜뉴스’에 골치를 앓는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은이는 “21세기는 변화하고 불안정한 ‘멀티미디어’ 세계이며 (…) 뉴스는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기존의 규범이 완전히 대체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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