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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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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정당’이 되어버린 국민의힘…민주당은 ‘어부지리’

민주당 ‘공천 카르텔’ 실망에도 국힘으론 눈 안 가는 이유… ‘윤 탄핵’ 동조한 한동훈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황교안 시즌2’
등록 2026-01-08 21:54 수정 2026-01-09 12:06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 1월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 1월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상적 정치 현실을 전제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의 김병기·강선우 의원 관련 의혹은 치명적이다. 두 의원을 둘러싼 의혹의 성격은 ‘공천헌금’인데, 전형적 부정부패 사건이다. 부정부패는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서 가장 큰 죄다. 정석대로면 야당이 호의적 여론을 등에 업고 정국 주도권을 잡고, 위기감이 커진 여당은 쇄신에 나서며, 여당의 쇄신에 밀리지 않기 위해 야당도 쇄신하는 그림이 연출됐을 것이다.

 

비상계엄이 정권 넘겨줘서 죄송할 일인가

 

그러나 집권 세력을 향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한다거나 하는 정황은 감지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반대쪽에 있는 국민의힘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026년 1월7일 12·3 비상계엄은 잘못된 일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또 당의 지향을 바로잡고 당명 개정을 공언했다.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젊은 세대를 의무적으로 공천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긍정 평가하기 어렵다. 비상계엄은 잘못되었다는 선언은 전에도 수차례 했지만, 잘못의 이유에 대한 설명이 문제다.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주류 인사들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가 불법이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정권을 넘겨주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취지에서 유감을 표명해왔다. 이런 논리에는 오로지 보수 유권자층만 바라보는 태도가 반영돼 있다. 그런데 ‘패배의 원인이 됐기 때문에 문제였다’는 것은 근본적 차원에서의 반성이라고 할 수 없다. 윤석열 정권 당시 여당이었던 세력으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게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책임 있게 따져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자세를 갖춰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장동혁 체제를 향한 변화 요구는 지방선거 전략에서의 중도 공략 필요성과 맞물려 있다. 각 언론사의 신년 여론조사 결과가 가리키듯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는 필패다. 중도 공략은 실제 당의 방향이 중도를 향할 때 성공을 거둔다. 그런데 장동혁 대표가 말하는 당 노선의 재정비와 당명 개정은 당 정강정책에서 기본소득을 삭제하고 보수의 가치를 더욱 분명히 하는 등, 우파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식이면 2020년 총선에서 대패한 ‘황교안 체제 시즌2’라는 평가가 불가피해진다.

중도 공략을 말하니, 그 전에 한동훈 전 대표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황당하다. 한동훈 전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 소속 대권주자로는 드물게 충성도 강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한다는 경구가 딱 맞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배제해서는 안 되는 카드다.

그런데 장동혁 지도부는 해묵은 ‘당원게시판 의혹’을 놓고 지속적 압박을 가해왔다. 보통 주요 정당은 당원 징계를 담당하는 자리에 법조인 출신을 우선 고려하는데, 국민의힘의 신임 윤리위원장은 사이버 보안 전문가다. 게다가 중국발 여론 개입설 같은 음모론을 신봉하는 등 ‘윤 어게인’에 해당하는 정치 성향을 갖췄다. ‘한동훈 징계 맞춤형’ 윤리위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당원게시판 의혹의 실상은 범죄에 가깝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럴수록 중립적 인사에게 판단을 맡겨 충실한 징계 심의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식이면 설사 의혹의 내용이 중하다는 사실이 밝혀져도 ‘한동훈은 억울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대체 왜 이럴까? ‘윤석열 탄핵에 동조한 한동훈도 망해봐야 한다’는 식의, 강성 지지층이 가진 원한 감정에 장동혁 지도부가 편승해 경쟁자(?) 제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윤 어게인’ 유튜버 고성국 영입한 ‘컬트 정당’

 

장동혁 지도부에 대한 불만은 최근 옛 친윤계 및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의 묘한 연대 분위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구도로 보면 장동혁 지도부는 소수파 같다. 그러나 반대파가 딛고 있는 지반이 단단하지는 않아 보인다. 오세훈 시장은 장동혁 대표의 사과를 높이 평가하며 “적극 환영한다”고 했다.

이와 같이 볼 만한 것은 지도부 내에서 장동혁 대표 옹호파인 김재원 최고위원이 ‘윤 어게인’ 유튜브 진행자 고성국씨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고성국씨는 최근 유사 성향 유튜브 진행자들과 함께 나경원 의원이 주최한 포럼에 참석했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지속적으로 ‘나경원 띄우기’를 해왔다. 그런데 나경원 의원은 최근 다른 유튜브 방송에 나와 “오세훈 서울시장을 좀 이겨보고 싶다”고 하며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를 재차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 ‘경선 룰’의 현행 유지 혹은 그에 준하는 결정이 내려지고, 마치 그 반대급부처럼 오세훈 시장이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징계에 침묵한다면? 장동혁 지도부가 다수파라는 사실이 확인되고, 국민의힘은 역시 구제불능이란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순 이런 맥락뿐이라면 장동혁 대표가 공언한 청년세대 공천 의무화도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된다. 그 ‘청년’은 어떤 청년일까? 유권자는 한동훈 전 대표 비난을 위해 장애인 비하 논리까지 동원한 이력의 박민영 대변인 같은 이들을 떠올릴 것이다. 이런 예로 보면 국민의힘은 나라를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자기들끼리만 알아듣는 얘기에 열을 올리는 ‘컬트 정당’이다.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1월7일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순방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1월7일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순방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일만 잘하면 된다’ 수혜

 

반면, 현 정권과 집권 세력은 어떤가? 대장동 논란 등으로 악마화되어온 이재명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성인군자형 지도자일 것을 기대하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이 조건이 전형적 부정부패 사건의 부정적 영향을 무력화하는 면이 있다. 오히려 이재명 정권을 향한 유권자의 시선은 상대적으로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일만 잘하면 된다’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과거에는 보수정치가 수혜를 입었던 관점인데, 지금은 이재명 정권의 ‘주류화’ 시도를 가능케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명청대전’ 등 다소 과장된 해석 덕에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임에도 정권 내 ‘준야당’처럼 비치면서, 오히려 민주당발 사건으로부터 대통령이 비교적 자유로워지는 효과로 이어지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만일 대통령의 여당에 대한 ‘그립’이 강한 걸로 비쳤다면,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의 공로자로 알려진 김병기 의원 관련 책임론이 청와대로 번지는 효과는 훨씬 크게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선이 정청래 대표에게 쏠려 있다.

어쨌든 보수정치 입장에서는 국민의힘이 ‘컬트 정당’이라는 ‘비주류’를 벗어나 청와대와 민주당이 ‘주류’로서 서로 밀고 당기는 국정의 틀에 ‘플레이어’로서 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들끼리의 괴상한 싸움은 중단하고 나라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하자는 것인지 책임 있는 답을 내놓는 등 주류다운 행보를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 사람들은 오직 ‘이재명 반대’ 전선 확장을 위한 무리수 던지기에만 골몰하며, 이를 위해 심지어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까지 컬트적으로 활용한다. ‘윤 어게인’들은 백악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도 체포해달라’는 댓글을 달았는데, 쿵짝이 잘 맞는다. 컬트냐, 이상적 대안세력이냐. 앞으로 한국 정치는 비주류 자리를 둘러싼 싸움이 좌우하리라.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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