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배 배급사연대 대표를 2026년 1월6일 서울 사당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25년 12월12일 ‘배급사연대’가 공식 출범했다. 2000년대 초중반 ‘배급개선위원회’, 2010년대 초반 ‘영상산업협회’라는 이름으로 영화계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지만 그 후 오랜 시간 활동을 중단했다. 15년 만에 다시 협단체(특정 산업·분야별 회원사 모임)를 꾸리고 나선 배급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 위기 극복을 위한 의제 설정과 한국 영화 시장 재도약을 위한 활동 동참’을 목표로 내세웠다. 쇼박스·영화사빅·영화특별시SMC·이화배컴퍼니·트리플픽쳐스·SY코마드·뉴(NEW) 7개사가 뭉친 배급사연대의 이화배 대표를 2026년 1월6일 만나 배급사연대가 출범과 함께 제기한 부금 정산(극장이 티켓 판매로 벌어들인 돈을 일정 기준대로 계산해 배급사 등에 나눠주는 정산 절차), 객단가(고객 한 명이 한 번 이용·방문할 때 실제 지출한 평균 금액), 홀드백(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 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기까지 두는 유예기간) 등 현안에 대한 의견과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들어봤다.
―배급사연대를 결성한 이유는 무엇인가.
“코로나19 사태로 붕괴한 영화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20여 단체가 뭉쳐 만든 ‘영화인연대’의 한 축이 사실 배급사다. 영화인연대가 초기부터 공통의 과제로 꼽은 게 부금 정산과 객단가 하락이었다. 영화 유통을 담당하는 배급사가 그 구조와 문제점을 가장 잘 안다. 2년 가까이 이 문제를 국회에 설명하는 등 실무 역할을 했음에도 법안 발의를 위한 의견 청취 등을 할 때 배급사는 협단체가 없다보니 의견을 개진할 기회조차 없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도 협단체 구성을 권고해서 결성하게 됐다.”
―씨제이이엔엠(CJ ENM) 과 롯데 등 극장 소유 배급사가 참여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극장사업과 배급사업은 서로 중요한 카운터 파트너지만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하진 않는다. 2000년 시네마서비스에 입사하며 영화계에 발을 디뎠는데, 그땐 극장을 소유하지 않은 우리 회사가 업계 점유율 1위였다. 이후 극장 소유 배급사가 메이저가 되면서 CJ나 롯데는 배급보단 극장 중심의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그들 입장에선 극장과 배급 쪽이 갈등이 있을 때 ‘우산장수 아들과 짚신장수 아들 중 누구 편?’ 같은 문제가 된다. 당장은 가입하지 않았지만,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 결국 참여하게 되리라고 본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티켓값은 올랐지만 객단가는 낮아졌다.
“코로나19 이후 세 번의 인상을 거쳐 1만1천원이던 티켓값은 1만5천원으로 올랐다. 이건 정가 기준이다. 관객은 통신사·카드사 등을 통해 할인받는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통신사 할인으로 1만5천원짜리 티켓을 1만1천원에 구매했다고 치자. 원래 가격은 1만5천원, 할인 4천원, 최종 구매가 1만1천원이 된다. 그런데 배급사가 극장에서 정산받을 때는 1만1천원도 아닌, 극장이 통신사에 덤핑 판매한 가격 7천원을 기준으로 한다. 배급사는 얼마짜리 티켓이, 어떤 할인 통로로, 얼마를 할인했는지 깜깜이다. 한 장을 7천원에 팔았으니 따지지 말고 그 기준으로 부금 정산을 받으라는 거다. 티켓값은 1만5천원으로 올랐지만 객단가는 되레 7천원으로 떨어지는 ‘마법’이다.”
―통신사 할인이 제일 큰 문제라는 지적인데, 그 구조를 설명해달라.
“부금 정산서를 보면 1만5천원짜리가 없다. 제일 비중이 높은 게 7천원짜리다. 6500원, 5500원, 심지어 4500원짜리도 있다. 통신 3사가 극장 3사와 맺는 계약은, 예를 들면 ‘1년에 티켓 200만 장을 7천원에 구매’하는 식이다. 이런 덤핑판매를 ‘벌크 계약’이라고 부르더라. 전체 티켓 할인 중 통신사 할인이 50%가 넘는다. 통신사가 ‘절대 갑’이니 극장은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티켓을 팔면 영화발전기금(관람료의 3%)과 부가세(10%) 등을 떼고 나머지 금액을 극장과 배급사가 5 대 5로 나눈다. 배급사는 그것을 다시 제작사·투자사와 6 대 4로 나눈다. 통신사가 1만5천원짜리 티켓을 7천원에 사서 소비자에게 1만1천원에 파는 경우로 계산해보면, 통신사 수익(4천원)은 전체 수익의 36.36%에 이른다. 극장, 투자사, 배급사 등은 4.43~12.31%의 손해를 떠안는다. 따라서 극장이 덤핑판매를 하면 영화계 전체가 손해를 보게 된다. 제 살 깎아 먹기다. 심지어 극장은 부금 정산을 하면서 ‘영업비밀’이라며 배급사엔 이런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극장도 손해인데 왜 계속 덤핑판매를 하나.
“배급사는 오로지 티켓 판매 수익밖에 없지만, 극장은 다르다. 매점에서 팝콘과 콜라 등을 팔고, 영화를 상영하며 광고를 틀어 광고수입도 올린다. 즉, 무료 관객이라도 극장을 많이 찾으면 그것으로 수익을 만회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장기적인 수익 구조를 훼손하는 셈이다.”
―소비자는 통신사 할인을 선호하는데.
“통신 3사는 극장에서 7천원에 티켓을 덤핑 구매해 가입자(소비자)에게 티켓값 1만5천원에서 4천원을 할인한 1만1천원에 판매하는 방식을 쓴다. 그러면서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준다고 생색을 낸다. 자기 비용을 들이기는커녕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당장은 소비자에게 손해로 안 느껴지겠지만, 결국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투자·제작 환경을 무너뜨려 양질의 영화를 볼 권리를 빼앗기게 된다.”
―홀드백 법제화 문제도 화두다. 이에 대한 입장은.
“영화는 극장→IPTV(인터넷티브이, 미국은 온라인 시장)→OTT(미국은 방송 채널)로 넘어간다. 미국 기준으로 봤을 때 홀드백은 극장 개봉 영화가 온라인 시장으로 넘어가기 전까지의 기간, 즉 극장 단독 개봉 기간(코로나19를 거치며 90일에서 45일로 줄어듦)을 뜻한다. 영화가 극장에서 아무리 흥행에 실패해도 45일 안에는 그 영화를 온라인에 걸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홀드백 법안을 보면, 극장 개봉 종영 뒤 IPTV로 넘어갈 때까지 6개월을 두도록 하고 있다. 이건 홀드백이 아니라 블랙아웃 도입안이다. 이 기간에 영화의 유통경로가 막히는 거다. 홀드백을 지키려면 오히려 극장에 걸리는 기간이 지금과 같이 무제한·고무줄인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홀드백은 법제화가 아닌 업계가 자율로 해결할 문제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객단가 문제와 관련해 최소한 극장이 배급사에 할인 전 금액과 할인액 등의 항목을 명시한 정산서를 제공하도록 영비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2014년부터 사용 중인 표준계약서(상영계약서)를 개정해 ‘티켓 할인과 관련해 극장은 배급사와 상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도록 할 계획이다. 결국 극장과 배급사는 ‘원팀’이다. 영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배급사연대, 영화인연대, 통신사 등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구성하도록 방안을 찾아보려 한다.”
글·사진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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