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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해지자”는 방탄소년단의 용기 [뉴스큐레이터]

등록 2022-06-18 10:31 수정 2022-06-18 10:31
유튜브 채널 <방탄TV> 영상 갈무리

유튜브 채널 <방탄TV> 영상 갈무리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데뷔 9년 만에 단체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전세계 ‘아미’(방탄소년단 팬)뿐 아니라 케이팝 업계도 술렁였다.

방탄소년단은 2022년 6월14일 밤 유튜브 영상 ‘찐 방탄회식’에서 “우리가 잠깐 멈추고, 해이해지고, 쉬어도 앞으로의 더 많은 시간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라며 이런 소식을 전했다. 그룹의 리더 알엠(RM)은 “<다이너마이트>까지는 우리 팀이 (내 손) 위에 있었던 느낌인데 그 뒤에 <버터> <퍼미션 투 댄스>를 하면서 우리가 어떤 팀인지 모르겠더라. 내가 항상 가사를 쓰는 것도 그렇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중요하고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어진 거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라고 밝혔다.

알엠은 인기의 정점에서 활동을 잠정 중단하는 이유로 ‘케이팝 시스템’을 언급했다. 그는 “케이팝도 그렇고 아이돌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도록 놔두지 않는 것 같다”며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고. 그러면 인간적으로 성숙할 시간이 없다. 내가 생각을 많이 하고 시간을 보낸 다음에 숙성해 나와야 하는데, 방탄소년단을 10년 하다보니까 숙성이 안 되더라”고 말했다. 슈가도 “(언제부턴가 가사를) 억지로 쥐어짜내고 있었다. 지금은 진짜 할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6월15일 BTS가 소속된 기획사 하이브의 주가는 전날보다 24.87%(4만8천원) 급락한 14만5천원에 장을 마감했다. BTS가 힘을 잃으면 케이팝 업계 전체가 혼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전세계 많은 ‘아미’는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응원을 보냈다. 그간 ‘원팀’을 강조하는 소속사 때문에 BTS 멤버 개개인이 정식 솔로 앨범을 내지 못하는 등 ‘개인의 성장’을 뒤로했던 사정을 알기 때문이다. 알엠은 팬들에게 “저는 방탄소년단을 오래 하고 싶다. 그러려면 저로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민도 “우리가 각자 어떠한 가수로 팬들에게 남고 싶은지를 이제야 알게 돼서 지금 힘든 시간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다음 행보가 그간 BTS의 인기에 못 미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글로벌 케이팝 스타’라는 화려한 수식어보다 그들 ‘자신’에게 집중하기로 한 방탄소년단의 선택을 응원하고 싶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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