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유튜버에게

유튜버 헤어몬의 플레이리스트와 그가 시작하는 유튜버에게 주는 말

‘지식한입’ 유튜브 갈무리

“다록아… 헤어몬 얘기 좀 그만해!”

31살 카피라이터 오다록은 오늘도 헤어몬 ‘고독방’(SNS에서 불특정 다수가 모여 만든 오픈채팅방의 하나로, 글은 쓰지 않고 주로 연예인 사진 등을 올리는 공간) 운영에 열심이다. 야근하고 집에 들어와 새벽까지 헤어몬 나무위키를 작성하다 잠드는 그는 내 친구다.

헤어몬은 서울 한남동에 거주하는 32살 헤어스타일리스트 김우준씨의 일상을 그리는 유튜브 채널이다. 대체 헤어몬이 뭔데 그렇게 빠졌냐고 묻자, 무한 긍정 에너지인 그가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보면 인류애를 느낀다나. 혹자는 그를 남자 ‘해쭈’(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쾌활한 여성 유튜버)라고 했고, 인터넷엔 ‘레오제이 유튜브 다 본 사람들이 높은 확률로 정주행하게 되는 유튜버’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헤어몬은 헤어몬 그 자체로 곧 장르가 될 예정이다. ‘유쾌한 에너지가 혈관까지 느껴지는’이란 장르.

다록의 추천으로 우준씨를 만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준씨는 유튜브가 본인 직업과 먼 얘기라고 생각했다. 친구인 레오제이가 메이크업으로 유튜브를 하겠다 할 때도 반대했다. 업계 보수적인 분위기도 한몫했다. “우리는 뒤에서 조용히 있는 사람들이지 않냐. 정신 차리고 메이크업 프리랜서 실장님 밑에 들어가라.” 그런데 레오제이가 너무 잘된 거다. (그는 현재 75만 구독자를 지닌 뷰티 유튜버다.) “유튜브가 본업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헤어스타일리스트로서 성장하고 있는데 그때 유튜브를 하면 성장이 더뎌지지 않을까.” 그러던 어느 날 “예전부터 당신 인스타를 봤는데 스토리에 올리는 이야기들이 너무 웃긴다고. 유튜브도 잘할 거다”라는 소속사의 제안을 받고 유튜브계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본업이 중요하다보니 쉴 때만 영상을 찍었다. 그러다 칼같은 편집자를 만났다. “무조건 이날까지 올려달라 했는데, 저는 별생각 없이 ‘나 바쁘니까 하루 정도 늦지 뭐’ 했더니 편집자가 정색하는 거예요. 헤어몬만 담당하는 게 아니고 이렇게 되면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거다. 이후로 긴장하고 매주 목요일 올리다보니 점점 보는 분이 많아졌고, 그러면서 저도 재미가 붙어 더 열심히 했어요.”

헤어몬은 유튜브가 ‘혼자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흰 도화지를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헤어도 크리에이티브한 직업이라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요. 헤어를 하면 항상 오더를 받거든요. 오늘 촬영은 이 머리 해주시고, 내일은 이렇게 해주세요. 완성하고 나면 어때요? 괜찮아요? 이렇게 검수받죠. 유튜브는 진짜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봐도 되는 거잖아요. 그걸 만들면서 계속 저에 대해 알아가고 있어요.”

그가 요즘 많이 하는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솔직하게 나를 보여줄 수 있을까다. “꾸민 듯한 느낌이 드는 제 영상을 볼 때 느끼하고 죄책감이 들어요. 내가 해놓고도 좀 재수 없는데? 이런 부분도 있을 수 있고. 그런 거를 최대한 0%로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주변에서 유튜브 시작하는 친구들 보면 자꾸 여행을 가겠대요. 여태까지의 모습은 자기가 봐도 지루하지만 여행은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거니까 새롭다 생각하는데, 그건 별로 재미없지 않을까요? 자기도 모르는 데 가서 앉아 있으니 남들이 봤을 때도 더 어색하고 정리가 안 되는 기분이 되기 쉽죠. 오히려 그냥 자기 집에서 하는 게 훨씬 더 사람들에게 새롭고 편안하고 좋은 거니까.” 그의 매력에 빠진다면 “좋아요, 구독 눌러라~”(는 그의 유행어).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

유튜버 헤어몬의 플레이리스트

해쭈의 ‘2022 설날 우리가좍 우당탕당 브이로그’

https://www.youtube.com/watch?v=p7m4MHdFl4s

개들을 위한 자장가(Sleep Music for Dogs - HEAVENLY SLEEP)

https://www.youtube.com/watch?v=0i-QWXD-WQw

지식한입 ‘한국 사람들이 강남에 환장하는 진짜 이유’

https://www.youtube.com/watch?v=bDokS8qWa_4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주은 유튜브코드 기획자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