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자아이들이 주인공인 단편영화를 만들며 어린이들과 친해졌다. 33살인 나와 10살인 그들 사이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일단 스트레스 받을 때 어른 몰래 하는 욕이 비슷했고, 눈높이 같은 학습지가 하기 싫어 몰래 찢어버린 경험이 유사했으며,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결국 고백한다는 점이 같았다. 여자는 사랑받을 때보다 구애할 때 더 즐겁다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아는 이들은 얼마나 큰 인물이 될 것인가. 문제는 내가 이들을 캐스팅해놓고 결국 영화를 못 찍었다는 거다. 능력 부족으로.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은 감독을 잘못 만나 고생한 아역배우 강민서, 이하린이다.
Q. 영화가 엎어졌다고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어요?
하린: 눈물밖에 안 났어요. 엄마가 울지 말라고 5만원 줬어요.
민서: 뭐,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Q. 민서는 최근 뮤지컬 <마틸다> 오디션도 2차까지 갔다가 떨어지고, 하린이도 드라마 오디션 자주 보잖아요. 또래 친구들은 안 겪는 탈락 경험을 자주 하는 게 힘들지 않나요?
민서: 열심히 했는데 떨어져서 기분 좋아요. (왜요?) 만약에 <마틸다> 됐으면 인천에서 서울까지 혼자 지하철 타고 가야 했거든요.
하린: 사실 당첨된 적이 거의 없어요. 늘 ‘죄송합니다’로 시작하는 연락만 받다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오리라 믿을 거예요.
Q. 그럼 요즘 관심사는 뭐예요?
하린: 난 언제 남자친구가 생기지? 과연 11월11일에 빼빼로를 받을 수 있을까?
민서: 별로 없는데.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않나. 유튜브?
Q. 유튜브 뭐 보는데요?
하린: ‘토깽이네’. 구독자 91만의 채널인데요, 완전 재밌어요.
민서: 저는 ‘롤러스케이트’ 영상이나 ‘바삭하엘’ 그리고 ‘새상놀이터’ 이렇게 3가지 봐요. ‘새상놀이터’는 다양한 게임을 하는 유튜버인데, 제가 ‘로블록스’라는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언젠가 이분들 만나서 얘기해보고 같이 게임도 하고 싶어요. ‘바삭하엘’은 슬라임 채널인데, 다른 분들도 ‘모버실’ 많이 하지만 이게 제일 재밌어요.
하린: 저도 ‘모버실’ 좋아해요! 제가 직접 만든 것도 있는데 보여드릴까요?
모버실이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받았다. “안녕하세요정 실시간 킨 하린입니다람쥐~ 영상 시작합니당~” 하린이가 직접 만든 모버실엔 ‘방구 뀐다고 오해받는 버전’ ‘공기 맛을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버전’ 등이 있었다. 얼핏 보기엔 슬라임 영상 같은데 채팅창에서 아이들이 혼잣말하고 있었다. 얘들아… 대체 이게 뭐니.
Q. 모버실이란?
민서: ‘모든 버전 실시간’의 줄임말이에요. ‘모든’은 ‘세상 모든’ 할 때의 그 모든이에요. ‘버전’은 주제? 상상? 같은 거예요. ‘똥 마려운 버전’ ‘쉬 싸고 싶은 버전’ ‘학교 안 가고 싶은 버전’. ‘실시간’은 실시간 채팅 같은 거예요.(실제 누군가와 대화하는 건 아니고 채팅 형태로 혼자 상황극을 하는 것이다. 9쪽 브리핑 큐레이터 참조)
Q. 근데 이게… 왜 재밌죠…?
하린: 이거 하려면 시나리오를 직접 써야 하거든요. 채팅창 아이디(ID)까지도 상상해야 돼요. 만드시는 분들 존경해요.
민서: 아 맞다, 감독님. 저 11월 말에 단편영화 찍을 거예요. 감독님이 영화 못 찍는다 해서 ‘어 잠깐만, 그럼 내가 그냥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차피 핸드폰으로 찍고 편집하면 되니까. 제목은 ‘여자들’이고, 시나리오 쓰고 있어요. 얼른 만들어서 보여드릴게요!
하린: 대박! 나도 캐스팅해줘, 민서야.
민서: 그래!
글·사진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
토깽이네
https://www.youtube.com/watch?v=GMEix4WLyvwhttps://www.youtube.com/watch?v=vyxYI3SThV4
https://www.youtube.com/watch?v=ZK04yskhm1M
새상놀이터
https://www.youtube.com/watch?v=DBmu_1kQ5yg
롤러스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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