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택적으로 사랑에 빠진다. 예뻐서, 키가 커서, 직업이 좋아서, 이성이어서, 나이가 비슷해서, 장애가 없어서. 좋은 사람이지만 같은 이유로 사랑할 마음을 품지 않는다. 못생겨서, 키가 작아서, 돈이 없어서, 동성이어서, 나이가 많아서, 장애가 있어서. 세상은 사랑이 최고라고 하지만, 사랑할 만한 사람을 사랑하는 건 얼마나 쉬운 일인지.
여기 조금은 어려운 사랑을 택한 영화가 있다. 6월30일 개봉한 영화 <빛나는 순간>(감독 소준문)은 70대 해녀 진옥(고두심)과 30대 다큐멘터리 PD 경훈(지현우)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파격 멜로로 알려진 이 영화는 가짜 같으면서도 진짜 같다. 신기한 건 그들이 사랑하지 않을 때 모습이 가짜 같고, 사랑하고 나서의 모습이 진짜 같다는 거다. 편견을 갖고 시작한 관람이 사랑의 힘으로 치유돼서일까. 극 중 고두심은 지현우에게 묻는다. “넌 왜 나 같은 게 좋아?” 나같이 나이 들고 억센 여자를 왜 좋아하냐고. 그러자 지현우는 답한다. “당신에게서 뭘 좀 봤거든요.” 청년은 할머니에게서 뭘 본 걸까.
이 영화는 제주의 혼이자 정신이라 할 수 있는 해녀들에게 바치는 감독의 헌사 같은 영화다. 하지만 남녀의 사랑이란 것을 우선시한다. <파이낸셜뉴스> 인터뷰에서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왜 사랑하는 사이로 만들었냐’는 것이었다”며 “모성애로 치환하라는 조언도 있었으나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감정엔 나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의 어느 시절엔 사랑받으려 애쓰다가도 어느 순간에 포기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찰나의 감각을 회복시켜준다. 보듬고 위로하며 서로에게 빛이 돼주는 인물들을 통해, 이것의 사랑이 순간임을 알려줄 것이다.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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