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레이어, 원클럽맨, 잔류왕, 유비….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이자 인천 유나이티드 FC 명예감독으로 6월7일 췌장암으로 투병 끝에 50살로 생을 마감한 유상철의 별명이다.
1998년 국가대표를 이끈 허정무 감독은 빈소를 찾아 “멀티플레이어로서 늘 필요한 곳에 있던 유상철”이라며 그를 그리워했다. 유상철은 이름난 선수지만 그의 축구 포지션을 딱히 꼬집기는 어렵다. 골키퍼를 제외하고 10명이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로 나뉘는 축구에서 그는 운동장을 상하좌우 아우르며 팀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매번 톡톡히 해냈다. 그는 전 포지션 부문에서 베스트11에 선정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띄우는 것엔 영 재주가 없어 보인다. 주변 사람들 곁에서 함께 자리를 지키는 것에 탁월해 보였다. 그는 K리그 선수로서 오직 한 팀인 울산 현대에서 뛰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원클럽맨’이다.
이 탁월함은 2006년 은퇴 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더욱 빛났다. 2019년 5월 그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이하 인천) 감독을 맡았다. 인천은 당시 리그 하위권에 머무르며 강등까지 몰렸다. 시즌 마지막 결국 소중한 승리를 거두며 1부리그에 잔류했다. 그래서 그에게 ‘잔류왕’이란 별명이 붙었다.
‘유비’라는 별명도 붙었다. 성이 유씨라 기자가 붙여줬다는데, 삼국지 시대를 새로 쓴 유비처럼 새로운 지도자가 되라는 뜻을 담았을까. 인천에서 유상철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은 하나같이 “유상철은 화내지 않는 감독”이라고 말한다. 유상철은 “폭력적인 분위기가 싫었다”며 자신은 다른 지도자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화낸다고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라며 그는 “선수와 감독은 서로를 믿을 수밖에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눈감기 전까지 축구장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했다. 그의 소망대로 그를 다시 축구장에서 보길 바랐던 이들은 모두 그의 삶이 너무 짧았음을 안타까워한다. 명복을 빈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 분야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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