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아!” 중환자실 문이 스르륵 열렸다. 도담이는 환자 침대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눈도 볼도 퉁퉁 부어 ‘호빵맨’이 따로 없었다. 큰 침대와 대비돼 아이의 몸은 유난히 작아 보였고 그 모습이 병든 작은 새 같았다. 울컥한 우리는 도담이를 거듭 불렀지만 아이는 마취에서 덜 깼는지 고개를 두리번거릴 뿐이다. 아이는 선천성 심장판막증 수술을 한 지 하루 만에 중환자실을 나왔다.
수술 경과는 좋다. 수술 시작 2시간 만에 수술실에서 나온 담당 의사는 “이상 없이 잘됐다”고 알려주었다. 집도를 맡은 심장외과 의사 또한 “수술 때문에 심장이 수술 전보다 약간 부은 상태다. 진통제와 항생제를 투입해 회복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병실로 옮긴 도담이는 곧바로 기운을 차렸다. 수술 부위가 아프고, 목에 깊숙이 꽂힌 주삿바늘 때문에 불편해하다가도 병실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 “안녕” 하고 먼저 손을 흔들었다. 의사, 간호사, 환자 등 심장혈관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 대부분이 도담이에게 “빠빠(밥) 먹었니”라고 인사했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 탓에 “잘생긴 총각, 어디 가는가”라는 인사를 간혹 받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게 좋은 ‘아가씨’ 도담이는 마냥 싱글벙글이다.
도담이의 입원 덕분(?)에 우리 부부도 덩달아 병원 신세를 2주째 지고 있다. 병원 생활 초반에는 도담이가 수술 통증 때문에 많이 울고 보채며 짜증 내다가 2주차에 접어든 지금은 병원에 제법 익숙해진 듯하다. 여전히 간호사가 혈압을 재거나 주사를 놓기 위해 찾아오면 “잉잉” 엄살을 부리며 줄행랑치기 바쁘지만 말이다(78병동 간호사 선생님들 모두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그럼에도 저염식 병원밥을 곧잘 받아먹고, 입원하기 전보다 먹는 양이 훨씬 많아졌다. 밤마다 옆 침대의 아기들이 우는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잘 자고, 엄마와 아빠가 쩔쩔매는 걸 알면서도 떠들고 놀린다. 아내는 “도담이가 새 엔진(심장)을 달아서 장난이 더 심해졌다”고 웃었다.
도담이의 몸이 조금씩 좋아지면서 다른 환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담이가 있는 병실에는 선천성 심장 질환으로 수술이나 치료를 받는 청소년·어린이·유아가 특히 많다. 판막 없이 태어나 정기적으로 인공 판막에 이상이 없는지 검사를 받아야 하는 아이도, 원인 모를 심장 질환 때문에 몸의 다른 부위까지 아픈 아이도 있다. 너무 어려서 주삿바늘이 들어가지 않아 수술을 받기조차 힘든 아기들도 있다. 수술하면 건강해질 수 있는 도담이와 달리 상황이 심각하다. 그들의 사연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안타까워진다. 병의 경중을 구분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지만, 그들은 어릴 때부터 치료하기 만만치 않은 병을 안고 살면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넓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깊다. 아이들 부모의 마음과 고통을 모두 헤아릴 수 없지만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게 서로에게 얼마나 큰 힘과 용기를 주는지 조금씩 알게 됐다. 도담이를 포함한 꼬마들아, 빨리 나아서 집에 돌아가자! 힘내자!
<font color="#008ABD">글·사진</font>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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