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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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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이 팬이 생겼어요

마을 인기 스타된 도담이에게 닥친 청천벽력 ‘심장판막증’ 진단
등록 2018-11-06 20:07 수정 2020-05-03 04:29
1호 팬 이모가 사준 보리차 음료를 든 도담이.

1호 팬 이모가 사준 보리차 음료를 든 도담이.

“도담이 팬이에요. 너무 귀여워요.” 얼마 전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 때 데일리(소식지)를 함께 만든 후배 객원기자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고백했다. 그는 내 인스타그램에 올린 도담이 사진을 챙겨보고, 마을에서 산책하는 도담이를 만난 적 있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도 같은 마을 주민이다. 평소 도담이는 편의점, 생활협동조합, 책 놀이터 ‘개똥이네’, 문턱 없는 밥집, 공공주택 평상 ‘야단법석’, 망고비어 등 마을을 대표하는 공간을 차례로 산책하는 덕분에 도담이를 알고 귀여워하는 마을 사람이 제법 많다.

영화제가 끝난 뒤 마을 편의점에 갔더니 편의점 사장님이 “누가 도담이가 좋아하는 우유와 보리차 9개 값을 치렀다. 편의점에 올 때마다 그냥 가져가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깜짝 선물을 준 사람은 그 후배였다. “도담이 ‘팬1’인 이모가 도담이의 새벽 5시 편의점 쇼핑(?)을 응원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도담이를 신경 써준 마음이 무척 고마웠다. 카드를 결제할 때 나는 ‘삑’ 소리를 듣기 좋아하는 도담이는 카드를 내지 않고 물건을 가져가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마을 사람들이 예뻐하는 도담이에게 며칠 전 청천벽력 같은 시련이 생겼다. 집 근처 대학병원에 심장 정밀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심장판막증 진단을 받았다. 좌심실과 좌심방 사이 연결된 판막(밸브)에 이상이 생겼다고 한다. 3개월 동안 약물치료를 한 뒤 몸 상태를 보고 판막을 바로잡는 수술을 하자는 게 담당 의사의 소견이다. 지난 9월 도담이가 구내염에 걸렸을 때 병원에 갔다가 의사 선생님이 “심장에 잡음이 약간 들리니 큰 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아보라”고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신청해 나온 결과다. 심장 수술이라니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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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수술을 하지 않아도 생활에 큰 지장은 없지만, 수술을 하지 않으면 성장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른다니 아내와 나는 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증상을 미리 발견해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생후 19개월인 도담이가 쉽지 않은 수술과 힘겨운 회복을 어떻게 감당하고 버틸까 생각하니 답답하고 괴로웠다. 다른 아이들은 건강하기만 한데 왜 이런 시련이 우리한테 벌어질까. 온갖 걱정과 생각이 뒤엉켜 ‘멘(털)붕(괴)’이 왔는데 아내는 오히려 의연해 보였다. 아내는 “수술은 시련이 아니라 우리 셋이 함께 헤쳐나가야 할 도전”이라며 “자기 연민, 신세 한탄, 세상 원망은 문제 해결에 ‘1’도 도움이 안 되니 정신 바짝 차려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자”고 말해주었다. 큰 용기를 주고 위로가 된 말이었다.

감기든 심장 질환이든 병의 경중을 떠나 아픈 아이를 바라보는 일은 부모로서 쉽지 않다. 내 몸이 아니기에 대신 아파줄 수 없고, 아이의 고통을 가늠하기 힘든데다 수술과 관련된 여러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다. 우리를 포함한 모든 부모가 가진 딜레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 아침에 일어난 도담이에게 “앞으로 계속 파이팅하자”라고 했더니 도담이는 “응!” 하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글·사진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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