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이란 표현을 처음 쓴 사람은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다. 그는 1945년 10월19일 좌파 잡지 에 기고한 ‘당신과 원자폭탄’이란 칼럼에서 “정복할 수 없는, 이웃 나라와 영원히 ‘냉전’을 벌이는 상태”를 경고했다. 사상 첫 원자폭탄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잿더미로 만든 지 불과 두 달여 만의 일이다.
“대규모 전쟁을 벌이던 시대는 끝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대가로 ‘평화가 없는 평화 상태’가 무한정 계속될 것이다.” 오웰은 핵폭탄이 가져올 파멸적 결과를 이렇게 내다봤다. 작가의 상상력은 통찰로 이어진다. 이후의 역사는 오웰이 예견한 그대로 흘러갔다. ‘상호확증파괴’(MAD)란 살풍경한 표현이 반세기 이상 지구촌을 휘감았다.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냉전의 최전선이 된 한반도는 어떤가? 1953년 7월27일 잠시 멈추기로 한 한국전쟁은 2018년 8월에도 끝나지 않았다. 냉전 시절 한반도 남쪽에는 미군 전술핵무기가 배치됐다. 냉전이 끝난 뒤엔 한반도의 북쪽에서는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 이른바 ‘북핵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겨우 1년 전 이맘때, 우리는 ‘한반도 전쟁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었다. 20년째 평화와 군축 문제에 천착해온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최근 펴낸 (서해문집·3만2천원)에서 그 ‘광기의 연대기’를 세밀하게 추적했다. ‘핵’을 열쇳말 삼아 쓴 ‘한반도 냉전 통사’다. 그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썼다.
“핵은 ‘인간계의 절대반지’다. 핵은 인간을 공포에 몰아넣기도 하고, 매료시키기도 한다. 이런 핵의 두 얼굴은 ‘과학과 윤리’ ‘전쟁과 평화’라는 인류 사회의 오랜 양면성을 대표한다. …대표적인 국제체제인 핵확산금지조약(NPT)은 핵무기 확산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자기 보호 본능과 핵클럽(핵 영구보유국)의 문을 빨리 닫아 핵독점을 유지하려는 강대국들의 기만책이란 ‘두 얼굴’을 지닌다.”
핵무기 개발의 역사에서 출발한 지은이는 한국전쟁과 뒤이은 냉전 시대, 소비에트의 몰락과 냉전 해체, 북핵 위기 발생 이후 오늘에 이르는 한반도 핵 문제를 4개의 시대로 나누어 접근한다. 1945년 한반도의 해방과 분단에서부터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철수한 1991년까지, 미국이 핵을 독점했던 ‘제1의 핵 시대’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1992년부터 6자회담이 결렬된 2008년까지가 ‘핵 시대 1.5’다.
협상은 사라지고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2009년부터 2017년 말까지가 ‘제2의 핵 시대’다. 이어 올 초부터 시작된 정세를 지은이는 ‘협상다운 협상의 시대’로 규정했다. “문재인, 김정은, 트럼프, 시진핑 등 각국 정상이 직접 나섰을 뿐만 아니라, 비로소 핵 문제의 몸통에 접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란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새로운 단계의 북-미 관계’로 나아가는 데 합의했다. 적대를 넘어 평화로, 65년째 이어온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지은이는 “이런 날이 온다면 김정은은 기꺼이 ‘명예로운 비핵화’를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추구한 최초의 인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짚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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