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엘리베이터란? 일본 만화 이 나는 제일 먼저 떠오른다. 뱀파이어를 죽이는 뱀파이어 요원 ‘아카드’(드라큘라를 거꾸로 쓴 이름). 적들과 함께 오른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벌어진 격투. 다시 문이 열릴 때 살아남은 것은 피칠갑을 한 아카드뿐. 아가님 나고는 아빠의 덕질도 중단된 상태.
덕질은 요즘 아가님이 한다. 엘리베이터 덕후가 됐다. 단추가 있고, 단추를 누르면 불이 들어오고, 벽이 열려 방이 생기는데, 방 안에는 더 많은 단추가 있다. 방에 들어갈 때는 13층이었지만 나올 때는 1층. 신기한 물건이다. 단추 누르고 발 구르고 엉뚱한 층에 내리고, 함께 탄 아빠를 놀려먹기도 좋다.
아이의 덕질을 위해 앱스토어를 뒤졌다. 엘리베이터를 소재로 삼은 앱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앱들이 쌓인 아파트가 있다면 고층은 어린이용 앱. 대개 공부를 시키는 내용. 타고 내리는 층마다 숫자를 따라 쓰게 한다거나, 머리가 좋아질 것 같은 퍼즐을 풀게 만들었다. 세 돌이 안 된 우리 아이한테는 이른 것 같았다.
앱 아파트의 1층으로 내려와 유아용 앱을 찾았다. 태블릿의 세계에 ‘전통’이란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으나 ‘전통의 강자’ 세이고미니가 새로 출시한 라는 앱. (유료다) 층마다 친구네 집을 놀러간다는 내용이다. 억지로 공부시키지 않아서 좋다. 각 층은 숫자 대신 친구의 얼굴로 표시. 그래도 승강기 구석에 몇 층인지 숫자를 띄워, 눈 밝은 친구라면 숫자에 호기심을 느끼게 해놓았다.
글을 쓰며 놀랐다. 엘리베이터에 관한 앱이 적어서 말이다. 어째서일까? 엘리베이터는 아이들이 열광하는 대상이고, 단추를 눌러 조작한다는 점도 앱으로 만들기 딱 좋은데 말이다. 다양한 앱이 나오면 좋겠다. 이 단추 저 단추 누르는 욕망을 앱으로 풀고, 진짜 엘리베이터에서는 얌전하면 좋겠다. 아빠의 헛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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