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아, 여름부턴 네 방에서 책 읽으렴
“아직 없는데 노력하고 있어요.” 4년 전 아내와 나는 공동주택을 함께 짓기로 한 마을 사람들에게서 아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대답했다. 총 11가구 가운데 우리를 포함해 두 가구만 자녀가 없었다. 그때만 해도 세 식구가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우리가 살 집을 직접 설계할 때 아이가 지낼 공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언제 태어날지, 태어나기는 할지 모를 아이를 위한 공간을 미리 만들어놓기엔 집이 작았다. 이런저런 변명으로 지금 집엔 도담이 방이 없다(미안하다!).
도담이가 태어난 지난해 봄만 해도 도담이 방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도담이의 동선이 안방에 있는 침대나 거실에 놓인 소파나 흔들의자가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지난해 말 아이의 행동반경이 넓어지면서 걱정이 조금씩 되기 시작했다. 기어다니기에 거실이 너무 작지 않을까, 보행기를 타면 얼마 못 가 이리저리 부딪치니 답답하진 않을까.
도담이가 거실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도록 책이며 화분이며 집 안에 쌓아둔 물건을 모조리 치웠고,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하던 소파도 창가로 옮겼다. 덕분에 거실이 조금 더 넓어졌지만, 도담이 방이 없다는 사실이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도담이는 아직 자기 방이 없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친구들은 다 방이 있는데 나만 없어”라고 불평할 게 당연하다. 형편만 된다면 아이도 어른도 자기 공간이 있으면 당연히 좋지 않나.
더 넓은 집에서 살고 싶은 바람은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지 모르겠다. 얼마 전 윗집이 갑자기 이사를 결정하면서 우리에게 먼저 매매를 제안했다. 그래서 윗집을 방문해 둘러보았는데 우리 집보다 훨씬 넓고, 도담이와 내 공간이 각각 따로 있어 만족스러웠다. 최근 도담이가 내 책상 위를 올라오려 해서 집에서 영화를 보는 건 물론이고 취재나 마감을 하는 게 불가능했던 차다. 무엇보다 도담이가 2층 어린이침대와 개구멍 같은 작은 출입구를 무척 좋아할 것 같았다.
윗집과 매매 계약을 하고 나니 오랜 걱정이 없어져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걱정부터 앞선다. 윗집이 이사 가는 7월 전까지 잔금을 어떻게 마련할까, 은행 대출만으로 마련할 수 있을까, 무엇을 담보로 내놓을까, 사는 집을 부동산에 내놓았는데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을까, 혹여 아내와 내가 돈을 갚다가 회사라도 그만두면? 등등. 아내가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더 큰 집으로 이사 가야 하냐”라고 묻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이사를 미루면 같은 상황이 다시 닥쳤을 때 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닐 게다. 이래저래 마음이 복잡한데 아내가 문자 한 통을 보냈다. “도담이 아빠, 보람 남편! 힘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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