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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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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 중요한 건 사람

운명처럼 눈이 맞은책 <우리는 독서모임에서… >
등록 2018-04-27 01:54 수정 2020-05-03 04:28

최근 작업한 우치다 다쓰루의 책 에는 ‘책과 눈이 맞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숙명의 책’이 되려면 ‘우연히’ 만나야 한다면서 그런 경험을 위해서는 종이책이라는 물성과 서점이라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교정지를 보다가 “맞아, 맞아” 혼잣말을 했다. 서점에 가면 어떤 때에는 처음 보지만 ‘이거 완전 나를 위한 책인데’ 싶은 것도 있고, 딱히 당기지는 않는데 계속 눈에 밟히는 (그래서 결국은 사고야 마는!) 책도 있고, 그냥 왠지 모르게 나를 잡아당기는 책도 있기 마련이다.

(남낙현 지음, 더블엔 펴냄)는 서점에서 계속 눈에 들어왔지만, 딱히 살 생각까지는 안 드는 책이었다. ‘자기계발’ 장르로 구분되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장르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고, 내가 관심 있는 장르가 아니어서라는 뜻이다. 하지만 책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책 제목도 길어서 기억나지 않았지만, 표지와 전체적인 느낌으로, 어떤 이미지로 계속 남아 있었다. 결국엔 사서 읽게 되었다. 독서모임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독서모임 책을 찾아보는데 딱 이 책이 눈에 걸렸다. 아, 운명인가. 그렇게 이 책과 인연이 시작되었다.

막상 책을 펼쳐드니 저자 역시 처음에 참가하던 독서모임이 자기계발 책 위주로 진행되어 자기 취향과 맞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직접 책을 읽지 않았다면 계속 오해한 채로 있었겠구나 싶어 살짝 오싹해졌다. 에서 우치다 다쓰루는 ‘나를 꼭 읽고 이해해줘요’라고 외치는 글이 있는데, 처음엔 그 내용이 무슨 뜻인지 모르다가도 결국은 그 뜻이 내게 와닿고, 결국은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이 책도 내게 ‘나 네가 생각하는 그런 책 아니야, 직접 읽어보라고!’라고 계속 외쳤던 건 아닐까?

책에 나오는 ‘읽기 모임에서 읽기보다 중요한 게 참여’라는 이야기나, ‘책보다 중요한 게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독서모임을 몇 차례 한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진리에 가까웠다. 독서모임이 ‘읽기-쓰기-책쓰기’라는 3단계로 이어진다는 내용도 단순히 ‘저자가 되어보자’는 실용적 팁이 아니었다. 책을 읽는 시선이 독자에서 나로, 다시 저자로 옮겨가는 단계이고 점점 책을 더 깊게 즐기게 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는데, 새로운 통찰을 얻는 것 같았다.

7년간 독서모임을 진행한 노하우를 편하게 정리해나간 이 책을 읽으면서 그 7년의 경험을 고스란히 전수받는 느낌이었다. 새삼 ‘이래서 책을 읽는구나’ 느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먼저 걸어간 자의 경험과 지혜를 얻는 행위라는 점에서 말이다. 이 책과 눈이 맞아서 참 다행이다.

정회엽 원더박스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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