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일까요. 본추 분초 불구 푸추 졸파 부자 비자 소푸 소풀 솔 정구지 소불 세우리 불초. 표준어 ‘부추’를 가리키는 말들입니다. 방언은 이렇듯 다양합니다. 지역 사람마다 서로 다른 말을 쓰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표준어-방언의 관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입 아래 코’란 말이 있어요. 일의 경우가 서로 뒤바뀌었다는 뜻인데요. 표준어-방언의 사이도 그러합니다. 방언에서 표준어가 나왔지만 방언은 뒷전인 게 현실입니다.
(창비 펴냄)은 “표준어와 방언의 대결 구도를 사회문화사적으로 추적하는” 책입니다. 지은이는 30년째 제주방언을 연구해온 대학교수입니다. 제주말에 한정하지 않고 전국의 방언으로 관심을 넓혀 이 책을 썼다네요. 방언의 등장→표준어의 대두→표준어와 방언의 대결→표준어의 석권, 방언의 눈물→방언의 희망으로 이어지는 차례가 책의 내용을 간결히 일러줍니다.
책을 쓴 이유가 있겠지요. “표준어가 과연 국가 구성원 모두에게 필수적인지 그리고 개인의 언어생활에 국가 표준어를 강제해도 되는지, 또 표준어는 ‘바른 말’이고 사투리는 ‘틀린 말’로 보는 사회 분위기가 정말로 국어 또는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도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잠깐, 사투리와 방언은 서로 다른 말입니다. “‘사투리’는 표준어와 대립적으로 쓰이는 말이고, ‘방언’은 표준어와 상관없이 지역 또는 계층에 따라 분화된 말의 체계를 가리키는 용어다.”
오랫동안 방언은 바로잡아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방송 중 출연자들이 사용한 사투리를 표준말로 바로잡아주는 TV가 나온다. 3일 특허청에 따르면 대우전자는 97년 11월 ‘지역 언어를 표준어로 변환하는 기능을 가진 TV’에 대한 특허를 출원, 최근 최종 심사를 마쳤다.”( 1999년 12월4일치) 심지어 검열도 흔했습니다. “만화는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방언을 피하고…”(1974년 ‘만화윤리실천요강’)
현대 한국어가 기틀을 잡기 시작한 구한말~일제강점기는 방언에도 ‘수난기’입니다. “대중말(표준어)은 다른 여러 가지 시골말에 대하여 우월한 권위를 가지고 그 여러 가지의 시골말을 다스려가는 말이 되는 것이다.”(최현배, ‘중등 조선말본 길잡이’, 1934) 표준어가 제구실을 하지 못한 건 아닙니다. “암울했던 일제강점의 시기에 표준어를 바탕으로 한 언어통일운동이 전국적으로 민족 구성원을 결집시켜 훗날 일제로부터의 독립에 일정 부분 기여하게 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텔레비전·영화를 비롯해 대중문화에서 방언이 폭넓게 쓰입니다. 동시에 완강한 ‘표준어의 저항’도 여전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말의 지역균형 발전, 말의 분권을 생각할 때 아닐까요. ‘다양한 방언을 통해 체계적인 언어 연구를 하고, 표준어의 공백을 메워 풍부한 언어생활을 하며, 지역의 각별한 정서를 이해·표현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은이의 말입니다. “방언의 가치를 발견하고 기억의 복구를 통해 전통 방언의 소멸 속도를 늦추는 작업은 결국 고향을 잃는 속도(나아가 문화적 다양성의 상실 정도)를 줄이는 일이 된다.” 타박을 받아온 방언들도 할 말이 많겠지요. 이렇게요. “고마해라. 마이 무으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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